-
서울과 제주를 자주 다니게 된 나는 김포공항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날이 많았다.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대기자로 있으면서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배가 출출해서 요기라도 하려고 3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주문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라는 전광판 글씨를 보게 되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글이 다 있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몇 년 전, 우리 부부의 일이 떠올랐다.여행하게 되면 남편은 장소만 정한다. 나머지 문제는 그곳에 가서 결정하자 한다. 숙소만 해도 그렇다. 어두워질 때쯤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05 15:04
-
오승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안경전문점 ‘눈을 맞추다’ 대표. 그 는 20년간 안경과 인연을 맺어온 안경사다. 오승민 대표(40)는 2021년부터 홀로사는노인지원센터가 한달에 한번 소개하는 서귀포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안경을 전달하는 등 물품과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오승민 대표는 20대 초반 제주지역 대학교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하고, 육지로 올라가서 안경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공을 꿈꿨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에도 오 대표는 성공해 반드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는 삶을 꿈꿨다. 오승민 대표는 교회 다니면서 읽었던 성경에 기록된
기획·특집
강문혁 기자
2023.03.31 08:57
-
테레사 수녀는 1910년 마케도니아의 스코페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였는데, 위로는 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가족은 비교적 넉넉했는데, 어머니는 손님을 잘 대접했고 자녀들에게는 가난한 사람을 잘 섬기라고 가르쳤다.그녀는 유아기에 1, 2차 발칸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등 세 차례나 전쟁을 경험했는데, 역설적으로 존엄성을 각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테레사 수녀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종교에 강하게 의지했고, 그 결과로 가난한 사람을 더욱 정성스럽게 돌봤다
기획·특집
장태욱
2023.03.27 22:53
-
마케팅 15년 경력자인 무릉외갓집 김순일 실장은 도시를 벗어나 제주살이를 꿈꿨다. 이때가 9년 전의 일인데, 마침 무릉외갓집 직원채용 소식을 들은 김 실장은 그래서 무릉외갓집과 인연을 맺었다. 무릉외갓집은 주업무가 감귤, 천혜향, 한라봉, 마늘, 브로콜리, 비트 등의 농산물 판매이다. 그래서 제주살이에서 김 실장이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건 무릉리 주민들과 좋은 관계였다. 서울 생활 당시 김 실장은 옆집 이웃이 누구인지조차 관심도 없었다. 그랬던 그였지만 밭에서 묘종을 심고 거름을 주고 수확하는 주민들을 만날수록 그들의 생활을 알게
기획·특집
강문혁
2023.03.23 08:59
-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까요? 수요란 어떤 가격에 대해 사람들이 사고자 하는 상품의 수량을 말합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가격이 낮을수록 더 많이 사려고 할 것이고 가격이 높을수록 더 적게 사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수요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구매에 앞서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합니다. 그 결과 편익이 비용보다 크면 그 상품을 구입할 것이고, 편익과 비용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이 구입하려고 할 것입니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3.21 13:41
-
정화웬델 베리봄이 시작되면 나는 대지에구멍 하나를 판다. 그리고 그 안에겨울 동안 모아 온 것들을 넣는다종이 뭉치들, 다시 읽고 싶지 않은페이지들, 무의미한 말들,생각의 파편들과 실수들을.또한 헛간에 보관했던 것들도그 안에 넣는다.한 움큼의 햇빛과 함께, 땅 위에서 성장과여정을 마무리한 것들을.그런 다음 하늘에게, 바람에게,충직한 나무들에게 나는 고백한다.나의 죄를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칭찬을 갈망했다.그러고 나서 그곳에 모여진몸과 마음의
기획·특집
문상금
2023.03.20 13:12
-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헛헛한 마음을 채워 줄 모처럼의 낭만 세상을 그리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다가올 눈을 기다린다. 눈이 내려서 설레면 아직은 젊은 거라고, 여담으로 하는 말이 떠오른다. 마음만이라도 젊어지면 쇠잔 해 지는 육신에 보탬이 될지도 모른다고 씁쓰레한 마음을 다독인다. 사람들 틈새에서 왁자한 대화에 마음을 받아주기도 하고, 거북한 순간에는 그러려니 할 때도 있다. 세상사에는 이방인처럼 겉돌게 되는 날이 종종 있다. 자연에서 얻는 충만함에 비길 수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기다리다, 곡진한 간절함으로 애를 태운 기억이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3.17 10:09
-
펄 벅(Pearl Buck)은 189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고, 생후 3개월 만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사했다. 15세까지 중국에서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다.어머니는 어린 펄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것을 권했고, 펄은 1910년 미국 맨돌프 매콘 여자대학교에 입학해 1915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중국으로 돌아와 미국인 농학자인 존 로씽 벅과 결혼했다.펄의 결혼생활을 순탄하지 못했다. 남편은 연구에는 열정적이었는데 가족에게는 소홀했다. 게다가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은 지체장애를 앓았고
기획·특집
장태욱
2023.03.14 02:02
-
옛 사람들은 오름의 이름을 붙일 때 사물이나 동물의 형태를 닮았다고 하여 그 사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이곤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오름의 어떤 모양을 보고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름의 모양을 가까이에서 눈으로 보거나 직접 오름에 다니면서 그 모양을 보고 이름을 지었을 텐데, 그렇게 오름과 함께 생활하며 오름의 이름을 짓곤 했던 옛 선인들의 모습과 생활에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한다.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구두리오름의 경
기획·특집
서귀포신문(한천민 소장)
2023.03.11 12:59
-
시장에서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며 어떤 기능을 하게 되는 걸까요? 경제학의 시조인 아담 스미스는 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는 두 가지 기구를 이기심과 가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기심과 가격에 의해 사람들의 행동이 조절돼 시장기구가 작동하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능하면 소비에서 얻는 만족감을 크게 하고, 가격이나 비용을 적게 지불하고 싶어 합니다. 즉, 상품의 소비에서 얻는 만족과 자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을 비교했을 때 최소한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만족이 더 커야 상품을 구매하려고 합니다.기업도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3.07 08:54
-
투명 개구리강영은 경칩날 아침, 이슬비 내린다방울져 내리는 빗방울 바라보다와, 개구리 알이다!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둥글고 말간 알들이 송알송알 내린다동그라미가 툭 툭 터지는 것이올챙이 투명꼬리 터지는 것 같다바람이 헤적일 때마다꼬리를 살랑이는 투명 올챙이앞다리가 쏙, 뒷다리가 쑥,땅바닥을 딛고 튀어 오른다땅바닥이 넙죽 네 다리를 벌린다하늘과 땅이 포개어진다 경칩날 아침, 어디서 개구리가 운다개구리 한 마리 보이지 않는데봄이 온다, 봄이 온다, 내가 운다 천지가 연못이다방울져 내리는 빗방울을 개구리 알로 연
기획·특집
문상금
2023.03.06 16:39
-
제주의 대부분의 마을은 그 마을 지경에 오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마을 지경에 오름이 없는 마을도 몇몇 있기는 하지만……. 단위 마을로 오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마을은 구좌읍 송당리로 25개의 오름을 가지고 있고, 제주시 봉개동은 20개의 오름을 가지고 있다.거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표선면 가시리는 서귀포시의 마을 중에는 오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무려 13개의 오름이 가시리 지경에 위치해 있다. 큰사슴이, 족은사슴이, 가문이, 갑선이, 구두리, 따라비, 가친오름(마은이옆), 번널오름, 병곳오름, 붉은오
기획·특집
서귀포신문(한천민 소장)
2023.03.04 12:58
-
서귀포에 살면서 감귤 따는 것을 한 열흘 정도 도운 적이 있다. 두어 번은 친구와 지인의 감귤밭에서. 일주일 정도는 위미리 사는 친구의 감귤농장에서였다. 동네 친척 형수가 사과 따는데 일손이 모자란다고 했다. 사과를 딸 사람을 갑자기 구하기가 어렵다고. 동네 친구와 내가 손을 들었다. 형수는 서귀포에서 감귤을 따 본 경험이 있다는 나를 합격시켜 주었다. 서귀포에서 감귤 따기 봉사를 하길 잘했다 싶었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많이 부족하단다. 아침 6시에 차를 몰고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학가산 아래 과수원으로 갔다. 귤을 딸 때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3.02 16:13
-
앞선 기사에서 넬슨 만델라와 그가 1964년 법정에서 행한 연설의 내용을 소개했다. 넬슨 만델라의 투쟁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색인종과 억압받는 계층의 의식을 깨워 흔들었다.만델라는 석방 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아공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공적으로 1993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1994년 4월에는 남아공에서 처음으로 흑인이 참여한 총선거를 통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 차례의 임기를 끝으로 정치 무대에서 내
기획·특집
장태욱
2023.02.28 10:21
-
제주도 오름 이야기 (2)에 이어서 연재됩니다.6. 오름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나?제주도에서 언제부터 ‘오름’이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오름’이란 단어의 어원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첫째, ‘오르다(登)’의 어간인 ‘오르-’에 명사형 ‘-ㅁ’이 연결되어서 오, 오롬, 오름으로 쓰이게 되었다.둘째, 몽고어로 '산, 꼭대기‘ 등을 뜻하는 ’ula, ulain, oroi'가 전이되어서 오름으로 부르게 되었다.셋째, 퉁그스어 계통에서 파생된 ‘ala, alin, oro’에
기획·특집
서귀포신문(한천민 소장)
2023.02.25 17:43
-
분업과 교환은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상품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내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농산물도 모두 우리가 생산하고 자동차와 전자제품도 모두 우리가 생산할 수 있죠. 그러나 만들 수 있다고 모든 상품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980년대 중반 무렵 우리나라 대전에서 비싼 온실시설을 갖추고 바나나가 생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바나나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바나나 가격이 매우 비싸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나나를 직접 생산할
기획·특집
이화정 객원기자
2023.02.21 08:54
-
나의 별들강방영 나의 별들을 더 이상 밤하늘에서 찾지 않는 것은그 중 몇 개 이미 잠들어 버리고남은 별은 가슴에 가두어 놓았기에 떠난 사람들을 아직 보내지 못하고끝난 삶을 위해 여지를 남겨두면서 별들초연히 먼 하늘대신 나의 바다에서 흔들리라고 기쁨이나 슬픔이 물결칠 때면 그 별들은 가까운 듯빛나며 떠올라 오지만 거리는 역시 멀고멀어서숨겨두고도 붙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여 시적 소재들 중에 별이 차지하는 몫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큰 별 작은 별 따뜻한 별 푸른 별 나의 별 등등 숱한 별들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특집
문상금
2023.02.20 15:56
-
공공근로를 신청하기 위해 딸이 왔다. 서류 심사 전형이라서 자신이 떨어질 것 같다며 의기소침해 있다. 소득분위 기준에서 차상위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걱정했다. 작년에는 십 개월을 청년 아르바이트직으로 마감했다. 힘들었지만 책을 좋아해서 사서 보조직을 기쁘게 해냈다. 다시 그곳에 근로 지원 신청서를 내려 한다. 서류를 내기 위해서 같이 공공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차 안에서 딸은 자신의 자필 사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거렸다. 마치 비뚤어진 글씨 때문에 부정 탈 것 같은 심정이다. 요즘 누가 글씨체를 보니 하며 어설픈 위로를 한마디 해주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2.20 11:24
-
< 제주도 오름 (1)에 이어서 연재됩니다>4. 제주인에게 오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오름은 제주인의 삶의 터전이다. 제주인들은 예로부터 오름과 직결된 삶을 살아왔다.오름 기슭에서 태어나고, 오름과 함께 생활하였으며, 죽어서는 오름 기슭에 묻히곤 했다. 또한 오름에서 먹거리를 채취하고, 오름에서 땔감을 구했으며, 오름에 있는 샘에서 식수를 구하는 등 오름에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상당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름과 뗕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그래서 제주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서 묻히곤 했던 묘의 모양이 오름을 닮은
기획·특집
서귀포신문(한천민 소장)
2023.02.19 12:27
-
어류 양식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현대인의 식탁에 해산물을 제공하는 주요 공급원이 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염병 및 기생충 질병, 생존력 감소, 번식력 감소, 느린 성장, 탈주 어류 및 환경오염 등 양식업을 위협하는 요소는 종류만도 여러 가지다.그동안 과학자들은 양식업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기생충 매개 질병을 치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질병에 대한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CRISPR(Clustere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2.13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