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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제주에서는 “4·3영령을 추모합니다”와 같은 4·3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다 몇일 전 4·3추모 현수막을 찢어 놓은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을 직접 마주한 적 있는데, 4·3유가족 중의 한 사람이자 제주도민으로서 화가 나고 내 가슴이 찢겨 내려가는 듯 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그날’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 비극이라 불리는 제주4·3사건을 겪어냈던 희생자 유가족이자, 생존자인 어머니에게 전해 들은 ‘그날’의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가슴속에 묻어두
기획·특집
허지선
2023.04.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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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꽃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무심히 길을 걷다 만나는 다알리아 한 송이가 시선을 끄는 순간이다. 눈에 익은 꽃은 꽃잎 벌어지던 찰나에 스며든 기억들로 충만해진다.초여름 날 마당에는 온종일 볕이 쏟아져 내렸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 채가 넉넉하게 자리하고 그 왼쪽으로 바깥채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비 오는 날에는 흙 마당을 밟지 않아도 갈 수 있게 마당 가로 디딤돌이 죽 이어져 있었다. 길게 이어진 디딤돌은 내 또래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한 칸씩 건너뛰기 놀이에 알맞았다. 친구가 없어도 혼자서 겅중겅중 한 발로 건너뛰며 노래를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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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뿌리 도종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어느 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커녕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눈치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떨어져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기획·특집
문상금
2023.04.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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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귀포 칠십리시공원에 있는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서귀포지회 사무실 앞 넓은 주차장이 무척 붐볐다. 전동스쿠터, 장애인콜택시 등을 이용해 수강생들이 바느질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서 모였다. 매주 한 번 열리는 바느질 수업, 강유민 제주도지체장애인 협회 서귀포지회장이 천천히 강의실을 문을 열었다. 문틈으로 수강생들이 열의에 찬 모습을 본 강 회장은 흐뭇해져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20년간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서귀포지회를 이끌고 있는 강유민 회장. 강 회장은 선천적으로 몸이 불편했던 건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강 회장도 건설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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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혁
2023.04.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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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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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온 후 아침에 날이 활짝 개었다. 하늘에 구름이 듬성듬성 떠 있고 한라산 쪽엔 약간 구름으로 덮인 부분이 있지만, 바다로 눈을 돌리면 수평선 멀리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떠있을 뿐 하늘엔 파란 색을 그대로 드러낸 매우 쾌청한 날씨였다. 기온도 그리 낮지 않아 겨울 날씨치고는 포근한 편이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어서 남쪽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이런 날에 오름을 오르면 기분이 상쾌하고 좋을 것 같아서 오후 시간에 집에서 멀지 않는 활오름으로 향했다.강창학 운동장 북쪽편에서 월산동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앞
기획·특집
서귀포신문(한천민 소장)
2023.04.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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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중앙동에 위치한 오석학교는 배움을 놓친 시민 등을 위해 반 세기 동안 밤마다 불을 밝혀 왔다. 양희라 오석학교 교감(사진)은 30년 간 배움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교편을 잡고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양희라 교감은 남주중학교와 남주 고등학교에서 36년 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다. 현재 양희라 교감는 남주중 에서 미술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맡고 있다. 30여년 전 남주고등학교 교사시절, 퇴근길에 담 넘어 보이는 오석학교 학생들은 양 교감에게 호기심이 생기게 해 오석학교 교사인 자원봉사자 의 길로 이끌었다.당시 오석학교에는 생
기획·특집
강문혁
2023.04.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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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용 기생충 제제로 알려진 프라지콴텔은 처음에는 사람의 간흡충, 폐흡충 등에 효과적인 기생충 제제로 알려졌다. 현재 프라지콴텔은 양식 산업에서 판형 연충 기생충에 대한 방제 조치로 사용되고 있으나, 식품 소비를 위해 생산하는 어류에는 특정 조건과 특정 기생충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여러 관할권에서 승인되었다.일본에서 프라지콴텔은 Hadaclean(Bayer Ltd.), Benesaru(ASKA Animal Health Co., Ltd.), Praziguard for fish flavor(Riken Vets Pharm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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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사람은 친구를 잘 만나야 해’,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어, ‘어려울 때 친구가 찐 친구지’라는 소위 친구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들이다. ‘유유상종’이란 한자 성어도 있듯이 사실, 누구든 자신과 성향이 잘 맞는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욕망이 있다. 예전 칼럼에서도 잠깐 언급 했듯이 필자에게도 그런 친구가 세 명 있었다. 한 명은 갑자기 자다가 돌연사했고, 한 명은 아직도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소원해졌고, 나머지 한 분은 그래도 다행히 아직 연락하며 지낸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같이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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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청 2청사 공원녹지과에 입구를 지나면 사무실 구석에 도꼬리난, 호프 셀럼, 고사리 등이 보이는 작은 공원인 녹색 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아담한 녹색공원을 구상한 사람은 서귀포시청 공원녹지과 강완영 팀장이다. 강 팀장은 가로수 식재, 녹지 관리, 녹지 공원 조성 업무 등을 하며 나무와 26년간 인연을 맺어 오고 있다. 사실 강완영 팀장의 대학교 전공 과목은 나무와는 관련이 없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직에 입문한 강 팀장은 나무는 전혀 모르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무원 초임 시절 양묘장에서 나무를 관리해야했던
기획·특집
강문혁
2023.04.0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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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홍재순문월정 소남머리 비탈에 흰 찔레꽃나풀나풀 흰 나비 무자 기축년 난리가흰 찔레꽃 피어나듯통곡으로 쏟아지는 구나 매일같이 즉결처형으로총살당한 사람들이 꽃잎처럼 한 잎 한 잎 떨어지던 정방폭포 해안절벽이여 아아, 영문도 모른 채 동백꽃보다 더 진한 선혈 뚝뚝 흘리며별 지듯 져갈 수밖에 없었던 목숨들이여 그 핏덩어리 딸 셋 아들 하나이름도 다 못 부른 채숨 거둔 외할머니 홍재순 저승길 열두 구비흰 무명천 따라 아름다운 얼굴로 다시 오게 하라환히 살아오게 하라 시인 문상금흰 찔레꽃이 피고지고 빨간 열매가 겨울이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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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제주를 자주 다니게 된 나는 김포공항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날이 많았다.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대기자로 있으면서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배가 출출해서 요기라도 하려고 3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주문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라는 전광판 글씨를 보게 되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글이 다 있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몇 년 전, 우리 부부의 일이 떠올랐다.여행하게 되면 남편은 장소만 정한다. 나머지 문제는 그곳에 가서 결정하자 한다. 숙소만 해도 그렇다. 어두워질 때쯤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4.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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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안경전문점 ‘눈을 맞추다’ 대표. 그 는 20년간 안경과 인연을 맺어온 안경사다. 오승민 대표(40)는 2021년부터 홀로사는노인지원센터가 한달에 한번 소개하는 서귀포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안경을 전달하는 등 물품과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오승민 대표는 20대 초반 제주지역 대학교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하고, 육지로 올라가서 안경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공을 꿈꿨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에도 오 대표는 성공해 반드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는 삶을 꿈꿨다. 오승민 대표는 교회 다니면서 읽었던 성경에 기록된
기획·특집
강문혁 기자
2023.03.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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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는 1910년 마케도니아의 스코페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였는데, 위로는 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가족은 비교적 넉넉했는데, 어머니는 손님을 잘 대접했고 자녀들에게는 가난한 사람을 잘 섬기라고 가르쳤다.그녀는 유아기에 1, 2차 발칸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등 세 차례나 전쟁을 경험했는데, 역설적으로 존엄성을 각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테레사 수녀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종교에 강하게 의지했고, 그 결과로 가난한 사람을 더욱 정성스럽게 돌봤다
기획·특집
장태욱
2023.03.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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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15년 경력자인 무릉외갓집 김순일 실장은 도시를 벗어나 제주살이를 꿈꿨다. 이때가 9년 전의 일인데, 마침 무릉외갓집 직원채용 소식을 들은 김 실장은 그래서 무릉외갓집과 인연을 맺었다. 무릉외갓집은 주업무가 감귤, 천혜향, 한라봉, 마늘, 브로콜리, 비트 등의 농산물 판매이다. 그래서 제주살이에서 김 실장이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건 무릉리 주민들과 좋은 관계였다. 서울 생활 당시 김 실장은 옆집 이웃이 누구인지조차 관심도 없었다. 그랬던 그였지만 밭에서 묘종을 심고 거름을 주고 수확하는 주민들을 만날수록 그들의 생활을 알게
기획·특집
강문혁
2023.03.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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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까요? 수요란 어떤 가격에 대해 사람들이 사고자 하는 상품의 수량을 말합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가격이 낮을수록 더 많이 사려고 할 것이고 가격이 높을수록 더 적게 사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수요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구매에 앞서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합니다. 그 결과 편익이 비용보다 크면 그 상품을 구입할 것이고, 편익과 비용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이 구입하려고 할 것입니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3.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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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웬델 베리봄이 시작되면 나는 대지에구멍 하나를 판다. 그리고 그 안에겨울 동안 모아 온 것들을 넣는다종이 뭉치들, 다시 읽고 싶지 않은페이지들, 무의미한 말들,생각의 파편들과 실수들을.또한 헛간에 보관했던 것들도그 안에 넣는다.한 움큼의 햇빛과 함께, 땅 위에서 성장과여정을 마무리한 것들을.그런 다음 하늘에게, 바람에게,충직한 나무들에게 나는 고백한다.나의 죄를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칭찬을 갈망했다.그러고 나서 그곳에 모여진몸과 마음의
기획·특집
문상금
2023.03.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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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헛헛한 마음을 채워 줄 모처럼의 낭만 세상을 그리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다가올 눈을 기다린다. 눈이 내려서 설레면 아직은 젊은 거라고, 여담으로 하는 말이 떠오른다. 마음만이라도 젊어지면 쇠잔 해 지는 육신에 보탬이 될지도 모른다고 씁쓰레한 마음을 다독인다. 사람들 틈새에서 왁자한 대화에 마음을 받아주기도 하고, 거북한 순간에는 그러려니 할 때도 있다. 세상사에는 이방인처럼 겉돌게 되는 날이 종종 있다. 자연에서 얻는 충만함에 비길 수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기다리다, 곡진한 간절함으로 애를 태운 기억이
기획·특집
서귀포신문
2023.03.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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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Pearl Buck)은 189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고, 생후 3개월 만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사했다. 15세까지 중국에서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다.어머니는 어린 펄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것을 권했고, 펄은 1910년 미국 맨돌프 매콘 여자대학교에 입학해 1915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중국으로 돌아와 미국인 농학자인 존 로씽 벅과 결혼했다.펄의 결혼생활을 순탄하지 못했다. 남편은 연구에는 열정적이었는데 가족에게는 소홀했다. 게다가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은 지체장애를 앓았고
기획·특집
장태욱
2023.03.1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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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오름의 이름을 붙일 때 사물이나 동물의 형태를 닮았다고 하여 그 사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이곤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오름의 어떤 모양을 보고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름의 모양을 가까이에서 눈으로 보거나 직접 오름에 다니면서 그 모양을 보고 이름을 지었을 텐데, 그렇게 오름과 함께 생활하며 오름의 이름을 짓곤 했던 옛 선인들의 모습과 생활에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한다.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구두리오름의 경
기획·특집
서귀포신문(한천민 소장)
2023.03.11 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