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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포성은 유난히 가까웠다. 적을 향한 방어용 곡사포 포성이 이제는 자장가로 여겨지던 때였다. 콰쾅! 이건 틀림없이 부대가 포격을 맞은 것이다. 첫 포격에 허둥대느라 신발도 못 신었던 보름 전과 다르게, 강병장은 차분히 관물함에 둔 안경을 집었다. 천천히 전투복, 전투화, 철모를 착용했다. 사방이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막사에서 참호로 이동해 몸을 숙였다. 타타타탕! 이건 아군이 철조망 밖으로 쏘는 자동화기 소리였다. 시끄러운 고함 소리, 50mm 박격포 포탄 터지는 소리, 기관총과 소총 사격 소리, 헬기 소리까지. 적군
칼럼
강호남
2022.05.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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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 역시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너무 많다.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현상은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에 전국적으로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다. 원인은 일당지배 또는 나눠먹기를 보장하는 선거제도에 있다. 조금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무투표당선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106명의 광역지방의원(시ㆍ도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주로 영ㆍ호남에서 나왔다. 지역의 ‘일당지배’
칼럼
서귀포신문
2022.05.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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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허향진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칩거 하루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불거진 사퇴설을 일축하며 심기일전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허향진 후보는 제주도지사 후보 정책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10일, 주관방송사인 KBS제주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정치권이 온종일 술렁였다. KBS제주방송총국은 11일에 허향진 예비후보를 초청해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후보 한 명을 초청해 정책을 듣는 자리였기 때문에 후보로서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10
칼럼
장태욱
2022.05.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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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0월 13일 이후 566일 만에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어 실외에서라도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니, 참으로 감격스럽고 눈물겹습니다.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설레었던 마음 한편 여성폭력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마스크만큼이나 가슴을 옥죄여오면서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은 최근 들어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된 많은 말, 말, 말들이었습니다.가족이나 지인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여가부가 폐지되면 그럼 상담소는 어떻게 되는 건데?”, “계속 일할 수 있는 거
칼럼
서귀포신문
2022.05.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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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동체, 더 나아가서 국가 전체에 이바지할 수 있는 뭔가 교육적인 것,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원한다.” 월트 일라이어스 디즈니는 1965년 11월 15일 올랜도에 있는 체리플라자 호텔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그는 애너하임에 건립한 의 성공으로 이미 미국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이 된 상태였다. 당시 명확한 계획은 없었지만, 110.3㎢까지 확장된 를 구상하며, 단순한 놀이공원을 뛰어넘는 미래 이상향의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그 도시를 월트는 ‘앱콧(EPCOT)’이라 불렀
칼럼
강호남
2022.05.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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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을 꿈꿨던 일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침체를 겪고 있다. 1990년대 들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이 붕괴한 이후 일본이라는 국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세계 23위(2020년 구매력평가 기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때 수출에 강한 국가였던 일본이지만, 지금은 무역수지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대외순자산도 감소세로 돌아섰다.사회지표를 보면 더 심각하다. 일본인의 평균임금은 지난 30년간 4%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에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평균
칼럼
하승수
2022.04.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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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가 15일, ‘제22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서면 의결했다고 밝혔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통상협상 개시 전 통상조약의 체결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다.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CPTPP 가입은 TPP 시절부터 8년 이상 검토해온 과제”라며 “정부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대응하고 아태지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한 걸음 나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2015년 10월,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칼럼
장태욱
2022.04.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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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하면 연상되는 두 가지. 국내 최대 놀이동산 와 조니 뎁 주연의 시리즈다. 어쩐지 ‘캐리비안’이란 말은,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모험, 그리고 그 배경이 될 풍성하고 아름다운 열대 바다를 떠올린다. ‘캐리비안 바다(Caribbean Sea)’란 카리브해를 말한다. 북아메리카 남단 플로리다 주에서 남아메리카 북단 베네주엘라 사이에 위치한 2,754,000㎢의 바다. 카리브해 중심에는 쿠바와 자마이카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면적 75%의 히스파니올라 섬이 있다. 이번엔 이 섬의 두 나라 이야
칼럼
강호남
2022.04.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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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Social Worker)라는 용어는 예전에 사회복지사업종사자 혹은 사회사업가라고 불렸으나 1983년 5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 규정되면서 ‘사회복지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자’를 이름합니다. 사회복지사는 현재 사회 영역 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의 사회복지관이나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다문화 영역 등에서 활발하게 종사하고 있습니다.사회복지사 윤리강령 전문에서 사회복지사는 ‘인본주의·평등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활동에 헌신한다
칼럼
송주연
2022.04.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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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이 ‘세계 행복의 날’인데, 해마다 그날을 앞두고 세계행복보고서가 발간된다. 보고서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행복도를 비교해서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는 146개국을 대상으로 비교했는데, 대한민국의 행복도는 59위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62위였으니, 조금 순위가 올랐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수준 등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순위이다. 필리핀(60위), 중국(72위)보다는 높지만, 대만(26위), 일본(54위)보다 낮다. 대한민국이 경제수준과 비교하면 행복하지 못한 국가라는 것은 높은 자살률 등으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그리고
칼럼
하승수 변호사
2022.03.2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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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인이 앞가슴 주머니에 일부러 꽂아 넣은 숟가락 하나, 그 숟가락은 시신을 조롱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보고 웃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하여 그날의 십자가와 함께 순교의 마지막 잔영만을 남긴 채 신화는 끝이 났다. 민중 속에 장두가 태어나고 장두를 앞세워 관권의 불의에 저항하던 섬 공동체의 오랜 전통, 그 신화의 세계는 그날로 영영 막을 내리고 말았다.’현기영 선생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문학실천사, 1999)에 나오는 내용으로, 제주4‧3 당시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의 죽음을 묘사한 대목이다. 작가는 이덕구의 죽음으로 그동안 장두를
칼럼
장태욱
2022.03.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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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Olena Zelenska)의 활약과 그의 이력이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작가라는 이력과 재능을 살려 국민에게 용기를 주고 세계에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데, 수백만 명이 올레나와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올레나는 1978년, ‘크리비이리(Kryvyi Rih)에서 태어났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이곳에서 나고 자랐는데, 두 사람은 크리비이리 국립대학(Kryvyi Rih National University)에서 처음 만났다. 올레나는 건축을 공부하던 학생이
칼럼
장태욱
2022.03.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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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완성하는데 15년 걸렸습니다.” 국가적 규모의 기반시설을 만들어내느라 인생 절정기를 바친 최고경영자의 회고였다. 2009년 10월에 개통된 이 시설은, 공사에 착수한 뒤 완공까지 4년 4개월이 소요됐지만 필요했던 시간은 짧지 않았다. 단순한 구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였으며, 국가의 허락을 맡았고, 건설팀을 꾸려 그 계획을 실행해야 했다. 그가 이룩한 결과는 서부 수도권의 교통흐름과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민간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 사례로
칼럼
서귀포신문(강호남)
2022.03.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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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안양여성의 전화에서 지금은 민주당 비례대표로 활동하는 정춘숙 의원을 모시고 활동가 학습을 하는 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그분은 한국여성의전화 사무국장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때였습니다.“활동가 여러분은 왜 여성운동을 하겠다고 이 자리에 있는지 말해보라”고 했을 때, 저는 “여성들의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가치가 구현되는 세상을 내 딸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여성운동을 한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아주 결연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정춘숙 사무국장이 알 듯 모를 듯 나지막이 “선생님은 오래도록 이 일을 하셔야
칼럼
서귀포신문
2022.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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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1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온통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려 있다 보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조차도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광역의원 선거구와 기초의원 정수를 확정해야 하는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지방선거이다. 싫든 좋든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공기와 물을 마시고, 숲과 하천을 걷고, 지역의 어린이집·유치원, 학교·복지시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2.02.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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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볼 때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우루과이, 영토 면적이나 인구로나 남미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소득 수준도 중남미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다. 행정 투명성과 교육, 치안 등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우루과이는 주변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는다. 사회 경제적 번영도 원인이지만,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라는 지도자가 결정적이다.무히카는 1935년 5월,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청년기를 보낸 1960년대, 우루과이의 대격변의 시대였다. 그는 이때 군사독재에
칼럼
서귀포신문
2022.02.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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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에 많은 농촌마을에서는 새로운 이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어떤 마을에서는 이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할 만한 사람을 주민이 추대해서 이장을 뽑는다. 그러나 어떤 마을에서는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기도 한다.특히 마을에 현안이 있을 때에 이런 경선이 벌어진다. 며칠 전 필자를 찾아온 어느 농촌마을에서는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마을에 들어오려고 해서 주민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임 이장은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마을발전기금이라도 받자’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
칼럼
서귀포신문
2022.01.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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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감귤 가격은 늘 불안정하다. 최근 많은 농가가 불안정한 가격을 타개할 방법으로 직거래를 선택한다. 필자도 10년 넘게 직거래 방식으로 판로를 유지하는데, 지인들의 도움으로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퇴근 후 밤에 귤을 포장해서 새벽에 택배 영업점에 가져다주는 일이 번거롭기는 해도, 이걸로 적은 액수나마 수입을 유지한다.그런데 최근, 택배 영업점에서 택배비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택배비를 본사와 영업점, 배송기사가 나누는 구조인데, 본사가 요금을 올리는 바람에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인근 다른 경쟁사 영업점도 택배비를 인상한다고
칼럼
서귀포신문
2022.01.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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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8일 대만에서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중요한 국가적 정책결정사항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안건은 제4원전 상업발전 개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금지 등 대만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이다.야당인 국민당이 국민투표를 주도했다. 투표율은 41%대였는데, 투표결과는 야당이 제안한 4개 안건 모두 부결됐다. 대만 북부에서 공정률 90%에 달한 제4원전의 상업발전은 좌절됐다.대만은 한국의 대통령제와 유사한 총통제를 채택하고 있고, 국회의원(입법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병렬적으로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1.12.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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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농민수당이 우역곡절 끝에 내년부터 농민 1인당 40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농민단체가 2년여 기간, 줄기차게 펼쳤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이기 때문에 수당을 받을 처지는 아니지만,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반가움을 거둘 수 없다.제주지역 농민단체들은 지난 2019년 ‘제주 농민수당 조례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제주특별자치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운동에 돌입했다.운동본부는 이후 7500여 장에 이르는 청구인명부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민발의 청구인명부를 제주도청에
칼럼
서귀포신문
2021.12.14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