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다니던 시절, 실습선을 타고 싱가포르 처음 방문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싱가포르는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였다. 스물두 살 청년의 눈에는 그렇게 비췄다.대부분 청소년들은 영어와 중국어, 말레이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거리는 잘 정돈됐고, 보행자와 운전자가 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도로와 대중교통 시스템이 체계화됐다. 쇼핑센터에 가면 당시 삼성이나 소니 제품을 한국의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거리는 활기가 넘쳤고, 누가 단속을 하지 않았지만 거리에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 거리에 최루탄과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노동자와
칼럼
장태욱
2021.06.09 16:48
-
농촌을 위해 활동하는 ‘공익법률센터 농본’을 개소한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은 연락이 온 문제는 ‘폐기물’ 문제였다. 주로 농촌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과 편법으로 인해 농촌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었다. 불법의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농지나 임야, 공장 등에 폐기물을 무허가로 쌓아두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놓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하수처리오니, 분뇨처리오니 등을 지렁이에게 먹여 분변토를 만드는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1.05.25 11:31
-
마이스(MICE)산업은 Meetings(회의), Incentive tours(포상여행), Conventions(컨벤션), Exhibitions(전시회) 개최를 위해 대규모 회의장이나 전시장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국제회의, 이벤트 유치등 각종서비스 제공과 숙박,교통,관광, 유통등 관련산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따라서 마이스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 문화, 지역 고유의 식자재를 활용한 메뉴개발, 지역의 노동력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체험활동등) 진행으로 마이스 참가자들
칼럼
서귀포신문
2021.04.13 09:42
-
요즘에는 뉴스를 보는 것을 피하고 싶다. 화가 나서다. 어떤 국회의원이 땅투기를 해서 몇십억원을 벌었고, 어떤 공기업 직원은 집을 수십 채 사고 팔아서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이런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 국가’라는 것은 명확하다. 과연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을까?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고, ‘열심히 일해도 안심하고 살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나라는 정의롭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동산 투기 국가’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가장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1.03.31 10:39
-
언젠가 필자가 어린이 합창단 공연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노래하면서 율동을 하고 있는데 단원 중 몇몇이 노래는 안 하고 율동에만 집중했다. 그 아이들은 마치 노래하는 것을 잊어버렸거나 자신이 댄서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때 공연장에는 합창음악은 없었다.무대 위 연주자는 노래보다는 율동에 집중하고 있었고 관객들은 음악을 듣기보다는 어설픈 몸동작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가끔 율동이 틀리면 더 좋아했다. 무대 위의 아이들이 가여워 보였다.어린이 합창단원은 합창음악을 처음 접하는 세대다. 그들에게 합창음악의 가치와 특성
칼럼
서귀포신문(오승직)
2021.03.17 11:04
-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5분, 일본 해구 북미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가 일본 동부해안을 덮쳤다. 쓰나미는 일본 동해안의 약 600km에 걸쳐 발생했는데, 총 443㎢ 면적이 물에 잠겼다. 피난 인원은 총 34만4477명, 사망 혹은 행방물명 인원이 약 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자연재해는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인재로 이어졌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에 있는 1~4호기가 폭발한 게 재앙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4호기가 해발 10m
칼럼
장태욱
2021.03.12 12:02
-
동창 친구들 중 절반은 직장과 교육, 의료 등 생활 인프라와 삶의 질 향상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 제주시에 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터 자연스럽게 제주시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서귀포보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제주시에서 취직을 하고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서귀포를 떠났던 친구들은 세월이 지나 점차 나이가 들면서 고향인 서귀포로 돌아 오고 싶어한다. 그러나, 제주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침체되어 있는 경제와 빈약한 생활 인프라 등의 이유로 쉽사리 돌아오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아직
칼럼
서귀포신문
2021.03.03 12:38
-
제주특별자치도는 10일 오후, 공고문을 통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청정제주 구현을 위한 CFI2030(탄소 없는 섬 제주, Carbon Free Jeje 2030) 계획에 따라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로서, 2021년도 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공모를 통해 승용차 2046대와 화물차 2200 등 전기차 4246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비와 도비를 합해 일반승용차에는 최대 1250만 원, 초소용차에는 800만 원, 소형화물차에는 2200만 원, 경형화물차에는 1600만 원, 초소형화물차에는 10
칼럼
장태욱
2021.02.10 18:33
-
바이오산업이란 생명공학기술(biotechnology)을 바탕으로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유용한 물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의약, 바이오화학·에너지, 바이오식품, 바이오환경, 바이오의료기기, 바이오장비 및 기기, 바이오자원, 바이오서비스 산업 등 8개 분야를 바이오산업의 세부분야로 지정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바이오의약 분야다.마켓라인(Marketline)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2635억 달러(약 316조 원)이었는데, 201
칼럼
장태욱
2021.02.01 00:47
-
지난 연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보면,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별도의 다른 법률에서 정하도록 다시 위임을 했다. 예를 들면 주민발안제도(조례의 제정·개정·폐지청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을 통해, 청구권자ㆍ청구대상ㆍ청구요건, 청구절차 등을 규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기존에 있던 조례의 제정·개정·폐지 청구제도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주민발안제도를 만든다는 전제하에 마련된 조항이다. 기존에도 주민들이 서명을 해서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 집행부를 거쳐서 지방의회로 안건이 제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1.01.27 09:47
-
10여 년 전에 제주시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하례1리로 정착을 했다. 동네 반장도 4년 했고, 마을행사에도 자주 불려 나간다. 아들과 딸도 하례초등학교를 다녔다.하례1리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효돈천을 축으로 놓고 생태관광과 마을기업 등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생태관광 성과로는 전국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실정이다.그럼에도 전국 농촌의 공통문제인 인구감소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480여 가구에 1040여 명이 살고 있는데, 그 수치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에도 주민
칼럼
장태욱
2021.01.20 11:57
-
코로나19로 활동이 가뜩이나 위축되면서,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JTBC가 신규로 내놓은 프로그램 ‘싱어게인’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대중이 아직까지 알아보지 못한 무명 가수, 한 때는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무대에 오를 기회를 찾지 못하는 비운의 가수 등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선사하는 무대다. 방송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지난 방영분도 재방송으로 챙겨보게 됐다.한 번 무대에서 밀리면 한 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비정한 시대에, 패자에게도 부활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가 좋다. 그런데 그 좋은 취지에
칼럼
장태욱
2021.01.11 14:50
-
필자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졸업 논문을 무엇에 대해 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득 예전 제주에는 어떤 합창단들이 있었고 어떤 노래를 불렀으며 누가 지휘를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제주도 합창 활동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를 정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음악인이 보기에 정말 신기한 역사가 제주에 그것도 우리 서귀포에 있었음을 발견하였다. 애국가 작곡가이기도 하고 세계적 작곡가이신 안익태 선생이 서귀포에서 합창 객원 지휘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62년과 64년 두 번이나. 누구는 ‘그게 머 대수냐’고 할지 모
칼럼
서귀포신문
2021.01.06 11:23
-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영농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경제·사회·환경· 서비스를 말한다. 목가적 풍경이나 맑은 공기 등 농업이 생산하는 사회·환경 서비스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가 가시적으로 매겨지지 않는다.사회적 농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기반해 취약 계층에 고용과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업이다. 궁극적으로는 ▲농장에서 하는 활동 ▲건강·재활·교육·사화통합·고용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공통 구성요로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공공의 건강 ▲교육과 훈련 ▲사회통합과 포용 ▲지역개
칼럼
장태욱
2020.12.31 18:51
-
2021년은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지방자치가 정지되었다가 1991년 지방의회 선거를 치르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는 마음은 매우 착잡하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당시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범적인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 청년배당, 농민수당, 주민참여예산제, 정보공개 확대, 에너지 전환 등등 최근까지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정책들은 지방자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0.12.22 11:28
-
건국 이래 최대의 해난참사로 불리는 남영호(南榮號)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50년이 지났다. 남영호 침몰사고는 이윤을 추구하며 승객정원과 적재량을 지키지 않은 회사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해운당국의 무책임이 낳은 사고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구조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주변국 일본의 어선과 순시선이 구조에 나서야 했고, 그 과정에서 최소 319명이 목숨을 잃었다.당시 일본해상보안청이 남녕호의 구조요청 신호를 수신해 한국 해경에 전달했는데, 한국 해경은 이에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칼럼
장태욱
2020.12.16 14:39
-
며칠 전부터 집으로 들어오는 명품올레가 소란스러워졌다. 제주자치도가 임대형 민자사업(BTL, Build-Transfer-Lease)으로 추진하는 하수관거 설치사업이 드디어 오래된 집 마당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비용을 들여 하수관거 시설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임대한 후, 일정기간 임대료 수익을 얻는 방식이라고 한다.제주자치도가 당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게 지난 2010년이니, 10년 만에 사업의 수혜를 받게 됐다. 제주자치도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 2016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문제로
칼럼
서귀포신문
2020.12.09 07:43
-
코로나19는 3차 확산국면을 맞고 있다. 11월 24일부터 수도권은 다시 2단계 거리두기에 들어간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자리를 찾기가 더 힘들어진 청년들의 삶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만 쓰여야 한다. 그런데 세금이 줄줄이 새어나가는 모습이 여전하다. 내년도 예산이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심의되기 시작했지만, 토건사업에 예산을 쓰려는 모습은 여전하다. 국회에서는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가 시작됐다. 각종 이해관계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예산 속에
칼럼
서귀포신문(하승수)
2020.11.25 12:53
-
지구상에는 약 100만 종이 넘는 곤충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딱정벌레·나방·벌·파리·노린재·메뚜기류가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곤충 중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경제적 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을 해충으로 분류하는데, 분포 국가에 따라 국내 토착종과 외래 침입종(ISA, Invasive Alien Species)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외래 침입종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식물검역(Plant Quarantine) 제도를 활용하여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무역교역량 및 여행객의 증가로 인해 외래종의 침입
칼럼
서귀포신문
2020.11.19 10:51
-
대포마을에서 오수가 넘쳐 바다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이 오수로를 배관하는 과정에서 생활하수의 대부분이 바다로 흐르도록 방치해, 바다를 오수처리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당국이 고개를 숙이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우발적인 사고도 아니라는데 있다.서귀포신문은 지난 6월, 비 내리는 날이면 자구리해안으로 오수가 방류되는 현장을 보도했다.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비가 내리면 오수펌프장에서 바다로 생활하수가 배출되는데, 그로인해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주변 바다에는 해조류와 어패류 씨가 말랐다. 당시 상하
칼럼
장태욱
2020.11.18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