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전공과 전직이 요리였던 제가 농부가 되어 10년을 보냈습니다.
사연을 몇마디로 펼치기엔 장황하여 각설하고, 오늘은 오랫동안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제주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궁금했던 제주도 대표음식들을 먹어 보았습니다.
갈치국, 자리물회, 고기국수, 돔베고기, 갈치조림, 몸국.....

향토음식들은 선입견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맛과 진가를 가늠할 수 있는데 그때만해도 내 위주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입맛에는 갈치를 맑게 국을 끓인 것도 익숙지 않았고 거기에 들척지근한 늙은 호박을 숭숭 썰어 넣은 것도 맘에 안 들었습니다.

자리물회는 생된장을 풀어 넣어서 내가 지금까지 먹던 육지의 얼큰한 물회와는 달라서 맛도 생소한데 조리방식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고기국수도 비계가 붙은 돼기고기를 고명하고, 돼지고기 육수로 국수를 만든 것도 내가 지금까지 먹던 음식이 아니어서 생소하고 거부반응이 왔습니다.
몸국은 잘 먹지 않던 모자반을 돼지 국물에 삶아서 메밀가루까지 풀어서 걸쭉하게 국을 끓여서 식감이나 맛이나 보기에도 별로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식당에 가면 내오는 히멀건 된장국도 시선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여름이면 나오는 날된장 푼 오이냉국도 고개를 외로 꼬게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음식이 내 눈에 설고 입에 맞지 않았으며,단순하고 투박한 조리법은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미개문화라는 생각까지 들었었습니다.
아마도 제주도 음식이 맛없다고 하는 육지 관광객들의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관점에서 그런 평가를 할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가 제주도살이 10년을 하고 난 후, 나이에서 오는 기호도 달라졌겠지만 자연과 늘 접하고 산 후에 찾아온 자연주의 관점에서 다시 재조명하게 된 제주도 음식이야말로 요즘 건강 트랜드에 최고 적합한 슬로푸드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도 내 혀가 기억하고 선호하는 감칠맛 나는 요리를 내 식으로 만들긴 하지만 제주도 음식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등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건강음식으로 최고임을 깨닫습니다.

날된장 푼 오이냉국도 단순하지만 건강에 좋은 여름음식입니다.
배추잎만 넣고 끓인 갈치국도 좋은 식재료의 담백한 맛을 즐기는 데 최고입니다.
날된장 넣은 자연산 자리돔물회도 최고의 여름보양식입니다.
갱이죽은 손님 오셨을 때 추천 음식이며, 보말죽과 고기국수도 제주도 향토맛 입니다.
이제 저는 쉰다리도 잘 마시고 즐깁니다.
관광 제주, 경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보는 것, 먹는 것, 즐기는 것, 오감이 만족해야 지속적인 호감을 유발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먹거리가 아직도 많이 미약한 제주도입니다.
어느 관점에서 개선과 발전이 필요한 가를 제주도화 되어가고 있는육지사람으로서 <섬김밥상>의 의견을 종종 펴보려고 합니다.
육지사람의 입맛과 제주도사람의 입맛을 다 알게 된 지금, 제주도음식이 나아갈 방향을 논해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 되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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