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 문 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용퇴의 번복
민선6기 첫 인사를 앞두고 있지만, 도 관계자는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난 연초에 단행되었던 정기인사에서 연말 공로대상자까지를 미리 예측하고 대거 승진시켰기 때문에 6기에서 구상하고 있는 소위 ‘협치 인사’를 의욕적으로 단행하려고 해도 여기에도 직무대리, 저기에도 직무대리가 줄줄이고, 수십 명에 이르는 무 보직 사무관도 어떻데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공도연수를 강행하거나 다른 인위적 방법을 섣불리 취하려 해도 보복인사니 정략적인사니 말들이 많을 것이라 첫 인사를 앞두고 있는 원(元)도정은 고민만 깊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간단하다.
자리를 떠나지도 않았는데 1년을 앞서 명퇴나 공로연수에 들어갈  것을 예측하고 그 자리를 모두 승진시켰지만, 도정의 주인이 바뀌어진 지금, 선뜻 자리를 내주는 고위공직자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코미디화법으로 답을 해 보자.
“누가 정년 전에 간댔어?”

놀고먹는 공로연수의 명과 암
언제부터였는지 정년을 보장받는 직업공무원제도가 무너졌다. 대체적으로 5급 이상 고위직에서 정년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제를 운영해 왔다.
싫건 좋건 1년 전에는 ‘공로연수’란 미명하에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떠나야 한다. 그나마 일은 안 하면서도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니 후배가 등 떼밀어도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우리 선배가 그렇게 등을 떠밀렸고, 현재는 우리들이 그 등을 떠밀고 있으며, 머잖아 후배들이 내 자리를 밀쳐낼 것이다.
밖에서는 놀고먹는 공로연수자에게 줄줄이 새 나가는 혈세가 아깝다고 비아냥거리고 있음에도 공무원노동조합조차 폐지를 주장하지 못해 왔다.
다만, 노동조합은 공로연수의 순기능을 악용한 사례에 대해서는 누차 지적해 왔다. 예컨대, 도정 점령군이 패배군을 내치면서 정략적으로 악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쨌든 이 제도를 끊는 순간, 공직사회 인사숨통은 최소 1년을 내던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 도정이 딱 이러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보인다.
당초 무언의 약속이었던 공로연수 자리가 생각한 바대로 비어야 새로운 인물로 협치를 완성해 낼 텐데, 명과 암의 기로에 선 원 도정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두고 볼일이다.

베이비붐, 승진 쓰나미가 몰려온다
민선6기 출범을 하루 앞두고 필자는 도내 공무원단체와의 간담회 석상에서 원 도지사님에게 베이비붐 이야기를 했다.
누구하나 생뚱맞은 베이비붐 이야기를 할리도 없었을 테고, 정작 도백이 관심도 없는 듯 보였지만, 이건 아주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 지금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한국사회 베이비붐 세대는 55년생부터 63년생까지로 7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대비 약 16%에 달하는 엄청난 수로서 이미 민간 기업에서는 상당수 이들이 일거에 퇴직한 사례가 있다.
제주공직사회에서도 그 첫 당사자인 55년생 중 사무관급 이상만 약 60여 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56년생, 57년생도 비슷한 규모이고 58년 개띠는 갑절로 알려져 있다.
승진에 가까워진 공직자는 고위직 자리를 은근히 탐하느라 그 수를 꿰뚫고 있으며, 손가락으로 날수를 세는 이도 심심찮게 많음을 알 수 있다.
55년생의 공직정년은 내년이다. 그럼에도 관례대로 1년 일찍 공로연수를 떠난다면 10mm관으로 통하던 인사숨통은 일거에 500mm관으로 인사숨통이 터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되다 58년 개띠가 퇴각하는 원도정 임기 종료 해에는 아마‘승진 폭탄’이 아니라 ‘승진 쓰나미’를 맞게 될 것이다.
어쨌든 관례대로 공로연수제도를 실시할 것인지, 아니면 승진적체를 감수하면서 도려낼 것인지에 따라 승진 쓰나미 시기가 달라지게 되어 있다.
공로연수에 대해 중요한 것은 누구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는 정년을 끝까지 채우고, 누구는 밀어낸다면 ‘나는 로맨스요, 너는 불륜’일 수밖에 없다.

서울본부장 직급상향, 다른 각도에서 보니......
필자가 속한 노동조합 제주본부는 원도정의 무리한 외부수혈을 두고 논평을 낸 적이 있다. 직업공무원제도를 유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초안을 주도했던 한 사람으로서 원도정의 ‘허니문기간’을 감안하자는 의견도 반영해 수위도 낮췄다.
그런데 서울본부장 직급만큼은 약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는 지극히 개인적 의견을 제시해 본다.
원희룡 도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권주자이다. 현재 도정을 책임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앙무대와의 인연 줄을 놓지 않으려는 것은 개인의 꿈을 넘어 1%에 불과한 제주도민의 꿈이기도 하다. 어쨌든 가뜩이나 중앙인맥이 약한 제주도의 입장에선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과의 꾸준한 교류결과는 분명히 득이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그걸 믿고 지난 6월 4일,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보자.
전국 시도지사회의가 14시, 서울에서 열린다. 어차피 비행기 타고 서울 출장 다녀오는데 하루가 소비된다. 그러나 참모진이 동선만 잘 활용해 준다면 장관이나 국회의원 한 명을 더 만나 제주현안이나 예산확보를 기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은 참모진이 미리 중앙정부와 정치권과의 언약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4급(서기관) 서울본부장 직급으로는 문턱도 밞기 어렵지 않나 예상해 본다.
중앙정부의 4급은 담당급밖에 안되고 부서장정도 되려면 3급은 기본이다. 국회의원 보좌관도 4급인데 지방정부의 4급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다.
밖에선 무슨 직급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워낙 계급사회의 구조상 직급을 따지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장관이나 국회의원 일정을 지방도지사의 일정에 급하게 맞출 수 있으려면 직급에 비례되는 게 현재 공직사회 계급구조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고민을, 재고를 해봐야 한다고 본다.

모바일메신저에 능숙한 도지사가 온라인신문은 안 본다(?)
필자는 도지사가 올린 카스(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근황을 엿보기도 한다. 행정시장과는 카톡을 통해 시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동기와는 SNS를 통해 설전을 벌이는 도지사가 온라인신문을 안 보다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 일은 후에 “사실은 잘 본다.”는 도지사의 고백으로 일단락되었지만......
기관마다 공보실이 있다. 이곳은 일간신문을 스크랩해 주고, 라디오뉴스를 타이핑해주는 등 바쁜 도지사나 시장을 위해 한마디로 엑기스만을 뽑아다 책상에 둔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워낙 강세라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촌스럽게 스크랩이나 지면신문을 보는 분은 없지 않나 싶다.

스마트시대, 품격 있는 일로서 승부해야
스마트 시대를 맞이하여 공직사회의 일에 대한 척도도 달라졌다.
과거, 사회단체와 간담회를 끝내고 청사로 되돌아와서는 한밤중까지 불야성을 이룬 부서장을 추켜세우며 박수를 쳤던 도지사가 있었다.
이 일로 인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도지사 때문에 낮에는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 밤샘은 물론, 휴일에도 국장이 출근하면서 연이어 과장, 차석이 연쇄적으로 출근하는 시초가 되었다.
다음 민선 단체장은 근무시간에 집중근무를 통해 야근과 휴일근무를 지양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전기, 인터넷통신료 절감, 초관근무수당 혈세낭비를 없앴는가 하면 무엇보다 일에 대한 재충전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효과를 내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 기관장의 생각과 철학에 따라 확 바뀌었다. 스마트 시대, 어떤 일이 품격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현을생 서귀포시장에 거는 기대
서귀포시장에 첫 여성이 탄생했다. 일과 카메라를 남편으로 둔 것으로 알려진 뚝심가다.
다만, 계급의 높낮이를 떠나 기관의 장이 되었으면 40년 동안 몸에 배었던 참모의 기질은 버리기를 권고 드린다.
기관의 장은 저돌적 뚝심만으로는 1%가 모자란다고 한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때로는 좋은 척, 맛있는 척하는 쇼맨십, 스킨십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할 말은 많지만 허니문기간이니 두고 보자며 기대감을 놓지 않는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