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서홍동주민과 새 시장님과의 간담회에 귀농인으로서 초대받아 참석 하였습니다. 서홍동민으로서 10년째 살고 있으면서도, 동민으로서의 소속감보다도 서귀포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컸기에 마을일에 소극적이었지만 새 시장님이 여성 시장님이시라 관심이 지대하여 참석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제주올레 바람을 일으켜서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에 걷기 열풍을 일으켰고 제주도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님을 보며 제주도여인의 강단과 기백을 높이 사고 있었기에, 서귀포 새 시장님이 여성 시장님이 된 것 자체가 변화와 혁신이라고 느껴졌었습니다.

짧은 임기 내에 어떤 변화를 이루어내실 지가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경직된 공직 사회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 서귀포에 새로운 큰 도약이 도래 하기를 바랍니다.

서홍동 대표님들의 안건 중에 흙담솔 거리와 솜반천에 관한 이야기가 저를 솔깃하게 하였고, 귀농멘토를 하며 느낀 점을 저도 한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10년 전 서귀포에 이사 와서 가장 감동한 길이, 수백년 아름드리 소나무아래 하늘빛 산수국과 보랏빛 맥문동이 잔잔히 핀 흙담솔 소나무 길이었습니다.

심산유곡에서나 볼 수 있는 수백살 소나무가 수십 그루 심어진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도 뽑힌 곳이었습니다.

가슴 뛰게 아름다운 길이 우리 아이들이 매일 통학하는 길에 있어서 얼마나 황홀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길은 점점 더 이상하게 개발되어 빽빽한 집들과 데크에 갇혀서 안타깝고 답답한 길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흙담솔 소나무길은 백년지계로 복원되어야 할 자연유산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서귀포의 자랑 솜반천은 서귀포 시내를 가로지르는 일급수 용천수입니다. 거의 모든 하천이 건천인 제주도에서 한여름에 얼음같이 차고 맑은 용천수 시냇물이 흐르는 것은 서귀포의 보물입니다.

어느 도시 한가운데에 이런 지하 용천수 시냇물이 흐르던가요? 인위적으로 무엇을 만들려고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이런 보물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보물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를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고 하지요.
돌 중에도 화산돌로 쌓은 밭담,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 삼나무 또한 가장 흔한 풍경이지만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음식, 관습, 문화 등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대로 물려 줄 자연유산에 자꾸만 덧칠하고픈 것을 절제 하는 것, 개발하기 이전에 심사숙고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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