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나서원 개원기념, 21일 이승욱 박사 초청강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바람직한 자녀교육과 현대인의 고통해결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혜나서원은 21일 오후 7시30분 개원기념으로 이승욱 박사를 초청해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혜나서원은 시민들끼리 독서와 영어를 통해 지혜와 나눔을 추구하는 열린공동체를 내걸고, 지난 12일 서귀포시 동문로터리 미래치과 3층에 문을 열었다.

정신분석가이며 심리치료사인 이승욱 박사는 최근 팟캐스트 ‘공공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공공재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혜나서원 독서모임 회원들은 이미 이승욱 박사가 펴낸 ‘대한민국 부모’와 ‘애완의 시대’를 함께 읽으면서 자녀교육과 현대인의 고통해결 방식에 크게 공감한바 있다.

이승욱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먼저 우리사회가 그동안 자녀들에게 줄곧  ‘적응’이 아닌 ‘순응’을 강요한 결과, 세월호 참사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학교가 정해 놓은 규율과 제도만 잘 지키도록 강요해 온 탓에, 학생들이 세월호 선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만히 있게 돼 엄청난 희생이 뒤따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자녀들이 중학생이 되면 이미 ‘사회적 신생아’ 시기에 해당되는 만큼 자녀들이 자연과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고삐’를 적절히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의 고통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박사는 인간은 몸·  시간·공간·깊은 관계 등 4가지 존재방식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을 추구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식욕·수면부족 등 몸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스마트폰 등에 점령당해 여백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으며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탈출할 자기만의 사적 공간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폭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정작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이렇듯 ‘관계 강박증’에 휩싸인 현대인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기 스스로를 연구하고 몰두하도록 ‘자아 성형’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필요에 비해 욕망이 많을 때 삶의 고통이 발생하는 만큼 소비추구 등을 통해 욕망을 채울 게 아니라, 덧없는 욕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고통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도록 ‘자아 성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들은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삶을 자녀들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대의 폭력성보다는 폭력성 없는 10대가 더욱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자녀들에게 무조건 공부하거나 꿈과 목표를 서둘러 설정하도록 강요하는 등 하나의 틀 속에 길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대신에 자녀들이 항상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내부에서 해답을 찾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불가능한 것에 계속 매달리려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포기하는 용기’를 가질 때 현대인들은 비로소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의 강연은 2시 간 여에 걸쳐 진행되면서 평소 자녀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영어공부와 독서모임 활동을 펼치고 있는 40여명의 혜나서원 회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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