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봉> 시인.수필가 조 옥 순

그제 밤은 일본의 쓰시마섬인 대마도에서 하루 객이 되어 밤을 보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대마도도 독도도 우리땅이라고 노래를 부르던 그 섬을 드디어 찾아가 만난 것이다.
배에서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조그만 경차에 우리가 들거나 짊어지고 간 짐들을 싣고 숙소로 향하고 걸어서 대마도 관광에 나섰다.
안개비 속에 일행들과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본 대마도는 제주도의 3분의1 크기의 길다란 형태로 울창한 숲과 수 십 개의 섬들로 이름 붙여진 그곳엔 길도 좁고 작은 경차정도 한가하게 다니는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그리고 곳곳에 한글로 쓰여 진 간판과 안내판들이 편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한국인 출입을 금하는 안내간판을 출입문에 달아 놓고 있는 가게들도 볼 수 있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닌 것을 보면서 무슨 때문일까 무척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걸어가는 길 50M구간 마다 일본 아베총리의 인물사진이 붙어 있거나 걸려 있었다.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아베 총리가 대마도를 다녀간 적이 있느냐고? 그런데 아직 대마도에는 한 번도 다녀간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아베총리를 각인시켜주고 있는 현상처럼 느껴졌다.
아베가 역사를 뒤집어 놓는 행동을 해도 믿으라는 경고 같았다.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 대마도에는 주말을 이용하여 들어오는 한국 관광객이 2,800명이나 되어서 숙소도 음식점도 이곳저곳 모두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온천역시 숙소나 식당처럼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온천 안은 우글우글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고 시끄러워 들어가기가 바쁘게 나와 버리는 일행들이 언짢아하는 모습이 기분을 흐리게 했다.

나는 아예 입장을 하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 지루하지 않았지만 일행들은 기대하고 들어간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나왔으니 무척 아쉬운 모습들이다.
인구 4만의 대마도는 숲이 너무 좋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해변과 바다 그리고 모래사장도 오밀조밀 친근감을 주었다.
일행들과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걸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기쁘고 통쾌한지 모른다.
최익현 선생과 덕혜옹주 비석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저리도록 뭉클했다.
조선왕조의 몰락을 저지른 일본의 만행이 눈앞에 떠올라 슬픔과 분노로 잠 못 이룬 밤을 보내야 했다.
하룻밤을 보낸 대마도를 떠나오는 뱃길은 물길도 덩달아 슬픔을 토하고 있는 것   처럼 조용한 울림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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