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시민기자의 식물이야기

나름대로 애쓰지만, 매번 헛갈리는 식물이 있습니다. 식물도감을 볼 때는 고개 끄덕이다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방가지똥과 왕고들빼기가 그중 으뜸입니다. 이들은 꽃 피는 시기가 다르고 형태 차이도 크건만 누가 물어보면 둘 다 ‘승애’, 혹은 ‘토끼 잘 먹는 풀’이라 대답합니다.

어른들은 방가지똥을 알고 계실까? 동네 할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안에 비곡 가시 깍깍 난 것추룩 보이는 거 말 아니라게. 그거 ‘돗승애’랜 헌다. 캐당 ‘도세기’ 주어나신디, 겨울 농시 안 허는 밭에 민민 나났쪄. 도세기 막 잘 먹는 풀이여. 그 당시 도세기 ‘것’이 어디 서나시냐. 구진물이엔 해도 그까지 꺼 뭐라. 긍허난 희어뜩헌것들이라도 해단 주멍 질뤘쪄. 도세기나 폴아사 돈을 볼 때난 어떵 말이라. 도세기 폴민 밭도 살 수 이실 때난, 옛날은 옛날이주. 또 무사 너도 알지 안 햄다. 큰일 헐 땐 다른 건 어서도 도세기는 이서사 허는 거 말이여. 그리고 또 살당보민 아프곡, 아프민 병원에라도 혼번 가봐사 덜 칭원허는디 그냥 전디당 죽는 사름들 하났쪄. 쥔게 어서부난이주. 폴 도세기라도 있는 집은 그나마 나슨펜이라.

요샛말로 비상금이랜 허카, 긍허난 다 죽을락 살락 도세기 키우젠 했주마는, 도세기 태운 집은 아프지도 않곡 잘 되는디 태우지 않은 집은 잘 안되나서.”

할아버지 말씀으로 방가지똥을 ‘돗승애’라 일컫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돼지와 얽힌 이름이겠군요. 귀 넘겨 흘릴 이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돗승애라 부르며 곁에 두겠습니다.

제주말 큰사전에는 지역에 따라 ‘돗줄레’ ‘돗소앵이’ ‘돗수웨’ ‘돗쉐’ ‘돗치기쿨’ ‘돗쿨’ 등으로 말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돗승애는 없었습니다. 사전이라 해서 전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좀 섭섭했습니다. 어쨌건 이들 이름의 공통점은 ‘돗’입니다. 식물 이름에 ‘돗’이 들어간 경우는 방가지똥의 제주이름만이 유일합니다.

70년대 초반, 귤나무를 심는 밭이 많았는데, 무슨 영문인지 이런 밭에 돗승애가 수두룩했습니다. 살기 좋은 환경이었는지 아니면 종류가 다른 것인지 가시가 뻣뻣이 난 듯 위용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돗소웽이라 불렀음 직합니다. ‘소웽이’는 엉겅퀴를 말합니다. 도세기가 잘 먹는 엉겅퀴쯤인데 어릴 때 본 돗승애에 걸맞은 이름입니다.

재수가 좋아 돗승애를 많이 채취할 때는 비료 포대에 눌러 담기도 했습니다. 간이 사일로에 저장한 셈입니다. 동네 선배들이 그렇게 해 두면 여름 장마, 먹이 귀할 때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막상 꺼내면 모두 썩기 일쑤였습니다. 토끼에게 물 묻은 풀을 주면 아니 된다고 해서 비 날씨가 이어지면 줄 풀이 적었습니다.

표선에선 방가지똥을 ‘수모기’라 부릅니다. 여기처럼 토끼 사료로 썼지만. 약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칼로 적당히 독독모상 발이나 손 고무끈디 처맸다고 합니다. 물 하영 나는 풀이라부난 적당히 모사야 된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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