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이웃들>오석학교 늘푸름반 신입생 최정우씨

최정우(68세)씨는 9월 오석학교 늘푸름반(중학교 과정)에 입학했다. 지난 8월 오석학교 모집 광고를 보고 학교로 전화했다. “어떻게 하면 오석학교에 입학할 수 있습니까?”

그동안 최정우씨는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었다. 표선에서 태어난 최정우씨는 표선초등학교(당시 표선국민학교)를 마치고 가정형편상 더 이상 학교에 다닐 형편이 못돼 공사장 등에서 심부름과 막일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후 24살 되는 해 서홍동으로 건너와 이듬해 결혼을 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최정우씨는 공사장 막일밖에 할 일이 없었다.

1980년 우연치 않게 학교법인 남주학원에 시설관리직으로 입사하게 됐다. 하지만 학생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수업시간에 몰래 들어가 엿듣다가 혼나기도 했다. “일은 안하고 뭐하는 거야”.

최정우 씨는 야속했다. ‘학생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옆에서 같이 공부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일에 쫒기며 배울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4년 정년을 맞았다. 정년 후 아파트 경비, 현장 경비 등을 몇 년동안은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일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 등으로 과수원을 구입해 지금을 귤농사를 짓고 있다.

이 후 최정우씨는 배움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강좌, 동네 노인회 강좌 등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노래교실, 악기교실 등등. 이제 하모니카, 섹소폰, 아코디언도 다루게 됐다.

어느 날 우연히 오석학교 모집광고 전단지를 보고는 다니던 강좌를 모두 끊고 오석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해 어렵지만 재밌습니다. 보람있고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과정을 마치면 검정고시를 보고 고등학교 과정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최정우씨는 남은 인생을 위해 이제 또다른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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