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23일 JTBC뉴스룸 출연…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 부당성 강조

▲ 강우일 주교가 23일 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출연, 강정 해군기지 등 현안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JTBC 방송 화면 촬영>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국책사업을 명목으로 강행하는 것은 왕조시대의 사고"이라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사목자의 사회참여에 대해 그레고리오 교황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위해서는 말할 때는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23일 오후 9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동성애자와 이혼자에 대한 바티칸에서의 논의 내용과 제주 해군기지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강 주교는 지난 5∼19일 바티칸에서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3차 임시총회에 참석했다.

손석희 앵커가 '시노드 초안 내용'에 대해 묻자 강 주교는 "시노드 초안에는 동성애 환영이라는 내용은 없었고, 동성애자들을 교회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논의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동성애와 이혼 포용 등을 시노드 논의에 올린 자체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종(교황)께서 최종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탄없이 의견을 털어놔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논박의 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끝날까봐 우려했었다. 풍성한 시노드였다고 말했다"며 시노드 분위기를 전했다.

임시총회에서는 보고서가 최종 문서로 채택되지 않았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1년동안 소화시켜 달라고 말했다"며 내년 시노드에서 재논의 될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강 주교는 제주 해군기지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강 주교는 "삼척 핵발전소 주민투표 결과 85%가 반대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주민 역시 85%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주교는 "강정마을의 경우 처음에는 소수의 주민들이 마을총회를 열고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면서 "그 후 전체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85%가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백성들의 소리를 무시한 채 국책사업을 명목으로 강행하는 것은 왕조시대의 사고"라며 "국가가 위에 있고, 국민이 밑에 있어 말을 들으라고 하는 것은 전제 군주주의의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 강우일 주교가 23일 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 출연, 강정 해군기지 등 현안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JTBC 방송 화면 촬영>

4대강 사업과 관련 손석희 맹커가 '도둑질 표현까지 써가며 반대했다'고 묻자 강 주교는 "사회의 많은 분들이 우리 산하가 파헤쳐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상당수 토목학자들도 우려했다"면서 "오늘날 황폐화가 현실화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 강우일 주교, 그레고로오 교황 말 인용 "사목자, 진실 위해 말할 때 말해야"

사목자의 사회 참여에 대해 강 주교는 "사제는 진실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주교는 "7세기 초 그레고로오 교종은 사목자들이 침묵에 대해 말씀한 적이 있다"면서 "의(義)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거짓과 악이 판을 칠 대 그것을 보고도 침묵하는 사목자는 마치 양떼를 지켜야 할 목자가 늑대가 와도 뒤에 숨어버리는 사람, 양떼를 지키려고 세워놨는데 짖지도 못하는 개와 같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주교는 "그레고로오 교종은 사목자는 의를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 말할 때는 말을 해야 한다고 강력 주문하셨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주교는 주교회의 의장 연임을 묻는 질문에 "주교회 정기회의는 1년에 두 차례 열리지만 의장직 때문에 버스를 타 듯 수시로 비행기를 타고 다녔다"면서 "이제 그만 타렵니다"라고 말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너무 과분한 직책을 수행해 아주 죄송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 주교는 6년 동안 의장직을 맡아 천주교 주교회의를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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