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시인

비릿한 포구 입구에 앉아 굴을 캐고 있는

아낙의 굽은 등으로 눈길이 쫓아간다

여유를 부리는 말랑말랑한 생각들이

넌출거리는 파도와 잠시 한 통속이 된다

마음 드러낸 갯벌에 엎드려 움질대는 찰나

굴 바구니를 채우는 아낙의 허리가

암초에 붙은 따개비처럼 단단해져간다

비밀이란 오래 가지 않는 철칙을 가졌듯이

함묵한 굴의 입이 조새의 날 끝에 벌어진다

매달린 하얀 살점들이 굴 바구니에 채워지고

채취한 하루치 품삯이 굽은 허리를 일으켜 세운다

곧추세운 허리의 통증이 저녁이면 짭조름한

생굴 맛으로 식탁에 오를 외통수의 길이다

뉘엿뉘엿 그녀의 꼬리뼈에 매달렸던

주름진 포구의 썰물이 지느러미 흔들며 다가온다

밀물처럼 밀려들고 썰물처럼 비워지며

포구를 돌아 나온 말랑한 생각들이 곡예사처럼

굽어진 허리를 펴고 돌아와 식탁에 앉는다

<시 감상 >

 굴을 캐고 있는 아낙의 굽은 등을 연상하노라니, 문득 어느 날 석양 무렵 동네 어귀에서 만난 허름한 아낙의 모습과 점철된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쌀자루를 어깨에 걸치고 집으로 종종거리며 걸어가던 그 뒷모습이 순간 성스러워 보였다. 집에는 아마 철부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릿한 갯벌에서 굴을 캐고 있는 아낙의 모습도 너무 아름답다. 어찌 보면 그 고달픈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생굴 바구니가 가득 채워지고 하루 품삯 또한 환한 웃음 터지도록 풍성해져 허리 통증 따윈 싹 날아가 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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