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안덕청소년문화의집지도사

12월이다.
2014년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네….'라는 아쉬운 생각을 하다가도
'뭐 아직 한 달이나 남아있네.'라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같은 사물이나 상황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중적이다.
사춘기의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어떨까?
특히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는, 청소년문화에 익숙해져있는 청소년들에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안덕면청소년문화의집에는 관내에 거주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교공부를 잘하는 아이, 성적이 안 좋은 아이, 싹싹하고 예의바른 아이, 또한 반항적이고 퉁명스런 아이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의 비슷비슷하다. 문제아라고, 말썽피운다고 하는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거칠고 공격적인 언어를 쓰고 있을 뿐, 그들의 눈도 역시 맑디맑다.

적어도 내가 만난  내주변의 청소년들 중에서 근본적으로 나쁜 아이를 아직껏 본적이 없다.  '세상에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세익스피어)

우리 문화의집에는 하나의 행사가 기획되면, 어떻게 행사를 치러야 할까를 걱정하지만 결국은 우리 청소년들의 참여와 협조로 원만하게 마무리가 된다.

거기에 몸으로 해야 하는 노력봉사프로그램은 늘 참여율이 높고, 특히 장애인 시설을 찾는 봉사프로그램이 언제 있느냐고 물어오는 친구들이 꽤 많아서 참으로 마음이 따뜻하다.

이렇게 나를 도와주고,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친구들도 가끔은 이기적일 때도, 공격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기의 친구들이 너무 녹녹하면 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요즘은 밴드동아리 새로운 멤버들이 동아리축제에 나가려고 밤늦게까지 연습을 한다.  학교성적과는 무관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열과 성을 다 쏟는 아이들이 너무 부럽고, 기특하고 예쁘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 중엔 공부도 안하면서, 귀가가 늦는다고 탓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지금은 밴드얘길 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에서 청소년들 스스로는 무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 사회에서 내면화되어 있는 이데올로기나 사회적 담론들에 의해, 또는 부모들에 의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어른들이 본인이 청소년기를 보낸 경험에 비춰 아이들을 이해하는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현재사회에서 경제를 책임진 우리 어른들이, 일탈이라고 생각되는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믿고 기다려주자. 많은 아이들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자. 그러면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저들도 지금의 어른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거구…. 세상은 참으로 영원히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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