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외식업지구 아랑조을거리의 나아갈 길<3>

천지동 ‘아랑조을거리’는 서귀포시를 대표하는 먹거리 골목이다. 서귀포항, 천지연, 매일올레시장을 낀 이곳에는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들이 고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2013년에는 우수 외식업지구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랑조을거리가 서귀포시를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외식업지구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싣는다.

 ▲ 우수외식업지구 ‘최우수상’ 수상
 아랑조을거리가 2014년도 우수외식업지구 평가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되면서 지난 11월20일 서귀포시 남원읍 금호리조트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국 9개 우수외식업지구를 대상으로 사업진척도, 사업추진 달성도 및 성장률, 우수식재료 소비활성도 등을 종합평가한 결과다.

이로써 아랑조을거리는 전국을 대표하는 우수외식업지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전국 우수외식업지구 관계자 40여명은 11월21일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랑조을거리를 찾아 운영실태 등을 시찰했다.

사실 아랑조을거리는 타 지역 우수외식업지구에 비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전체 70여개 음식업소 가운데 자기 건물을 보유한 곳이 3~4곳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업소가 대부분이다. 경영개선을 위한 시설 투자에 나서는 업소는 극소수일 뿐, 상당수 업체가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갖고 있다. 매년 3~4개 업소가 경영악화 여파로 문을 닫고 있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미약한 편이다. 앞서 함양군과 대구 수성구의 사례를 보듯, 타 지역에선 우수외식업지구에 대해 정부 지원 외에도 각 지자체에서 막대한 행정·재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수외식업지구를 지역경제 창출의 전략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민·관이 손잡고 다양한 특색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랑조을거리의 경우 상인들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전선 지중화, 간판정비 사업 등이 최근에야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우수외식업지구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은 상인들의 몫인 양, 행정의 관심과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우수 식자재 보급, 서서히 결실
 열악한 여건에서도 아랑조을거리가 우수외식업지구 최우수상을 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아랑조을거리는 타 지역에 비해 영세규모를 지니고 있지만, 우수외식업지구 육성사업추진단을 주축으로 차별화된 사업들을 전개했다. 먼저 소비자들에 우수 식자재 사용을 늘리기 위해 식자재 사용량과 생산지 조사 등을 거쳐 우수 식자재 외식업소 31개소를 지정했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기반구축을 위해 전국 최초로 친환경 식자재에 눈을 돌렸다. 현재 25개 업소가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함으로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들에 신뢰성을 심어주기 위해 친환경 식자재 사용업소에는 음식점 입구에 별도의 LED 표시판을 부착하고 있다.

음식점들에 친환경 유용미생물(EM)을 보급함으로써 냄새 저감과 하수정화 등을 통해 청결한 환경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외식업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조리사 자격증 보유업소도 크게 늘고 있다. 기존의 국가조리사 자격증 4개 업소 외에 최근 민간업체에 교육을 의뢰한 결과, 28개 업소가 제주향토요리사 자격을 취득했다.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손님맞이를 위해 아랑조을거리 입구에 중국어 안내 팸플릿을 비치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5개월 과정으로 매주 2회에 걸쳐 음식점에서 자주 사용하는 회화 위주로 중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친절교육과 EM 보급 등 각종 교육 시 번거로운 집합교육에서 벗어나 업소별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상인들의 참여를 높이고 있다.
 
 ▲ 내년부터 정부지원 중단, 자생력 강화 절실  
 아랑조을거리는 앞으로 홈페이지(www.a-rang.co.kr)를 개설해 홍보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팸투어, 업소별 친절교육 및 컨설팅, 요리경연 대회, 축제장 시식 이벤트도 펼칠 예정이다. 중국어 기본회화 책자를 모든 음식점에 비치하고, 앞치마· 수저통· 냅킨통· 간판 및 시설 등에 로고를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수외식업지구 사업이 올해 말 종료되면서 아랑조을거리는 정부 지원 없이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17년까지 현재 13개소 우수외식업지구를 50개로 확대한 뒤 사업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아랑조을거리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일본 규슈지역 외식업지구를 시찰한 이영화 상가번영회장은 친환경 식자재 보급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농촌지역에서 친환경 식자재를 활용한 민박운영 등이 대도시 소비자들에 호응을 얻고 있어 6차 산업의 수범사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영화 상가번영회장은 청정 관광지 특성과 안전한 먹거리 선호추세를 감안해 앞으로 아랑조을거리에 친환경 전문음식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세업소가 대부분인 아랑조을거리에서 값비싼 친환경 식자재 보급은 상가들에 커다란 부담이다. 이에 장병순 육성사업추진단은 상가들끼리 공동구매를 통해 식자재 구입단가를 절감하거나, 구입비 일부를 행정에서 지원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아랑조을거리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이외에도 주차여건 개선, 친절서비스 향상, 특색메뉴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상인들의 자립기반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서 정부지원마저 끊긴다면 모처럼의 자구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결국 아랑조을거리가 전국의 대표적 외식업지구 명성을 얻으려면, 상가들이 자립기반을 갖출 때까지 행정과 상인들 간 ‘협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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