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이웃> 경찰공무원 출신 호텔리어 오충윤 씨

"지난 33년 동안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면, 앞으로는 고객들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지난해 9월 경찰에서 정년퇴직한 오충윤 전 경감(60)은 요즘 경찰의 묵은 때를 벗고 고객 서비스를 몸에 익히느라 다소 어색한 표정이다.

남원읍 위미리 출신의 오충윤 전 경감은 1982년 서귀포경찰서에 경찰공무원에 몸담은 이후 지난해 9월까지 33년간 경찰 배지를 달았다.

지난해 말에는 경찰 공무원의 최고 영예인 근조훈장을 받음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데 대해 뿌듯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

그는 정년을 앞두고 낯선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가 두려워질 무렵, 경찰공제회에서 운영하는 리조트에 특별 채용되는 행운을 잡았다. 퇴직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서 ‘좁은 문’을 뚫고 당당히 합격함으로써 정년을 3개월 앞두고 지난해 9월 경찰 제복을 벗게 됐다.

“비록 경찰과 4촌 정도되는 주식회사로 옮기는 것이었지만 국가직 경찰공무원 신분은 사라지고, 이제는 한 기업체의 직원이 돼 버렸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된 그는 처음 1개월 동안 접시 나르기와 식탁 닦기 등 고객서비스 과정을 밟았다.

최근 매일 출·퇴근 시에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고객에게 인사하는 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사법권을 가진 간부 경찰공무원에서 하루아침에 대고객 서비스를 펼치게 돼 처음엔 매우 어색했습니다. 지금에야 친절서비스가 서서히 몸에 배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는 지난 경찰 공직시절에서 잊지 못할 기억 몇 토막을 떠올린다. 서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시위 진압현장 도로 위에서 빵과 우유만으로 한 달 넘도록 식사를 해결한 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강정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신부와 수녀들이 붙잡히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파출소 근무를 자원한 점 등등.

“경찰은 나에게 직장을 주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퇴임 후의 새로운 삶과도 연결해 주었습니다. 너무나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충윤 경감, 아니 오충윤 팀장은 취재를 마친 기자의 등을 향해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를 되풀이하며 연신 고개를 꾸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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