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이웃들> 나눔 실천하는 사진가 강병수씨

“나이는 70이 다가가는데 사진을 책상서랍이나 컴퓨터에 모아두면 제대로 보관이 되겠습니까. 제주의 옛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커다란 보람이죠”

서귀포시에서 ‘라이카사’ 사진관을 운영하는 원로사진가 강병수씨(68)가 자신이 보물처럼 간직해 온 사진들을 사회에 환원하는 이유다.

강병수씨는 지난해 7월 국가기록원에 자신이 평생 찍거나 수집해온 서귀포시의 옛 사진 400여점을 국가기록원에 선뜻 기증했다. 강씨는 최근에도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제주의 생활사를 담은 500여점의 사진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 기증하면서 오는 28일까지 ‘제주여성의 삶’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2세 때 부모를 여읜 강씨는 배고팠던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매력이 끌려, 15세 때인 1962년 라이카사 사진관에 취직했다. 강씨는 사진관에서 결혼식, 장례식, 수학여행, 졸업식 등을 쫓아다니며 서귀포시 곳곳에서 셔터를 누르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당시부터 사진에 미쳤다’고 회고하는 강씨는 희귀한 사진이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악착같이 사진들을 수집해 나갔다.

그가 찍거나 모아 둔 사진 가운데는 1952년 대정읍 육군 제1훈련소의 모습, 상여 제작 및 상여 행렬, 송충이 구제작업, 새마을운동 교육모습, 1971년 서귀포를 방문한 고 김수환 추기경 등 실로 다양하다.

한 평생을 서귀포시에서 지내 온 그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서귀포시를 배경으로 결혼식 풍경, 밭일· 물질· 하논분화구 논농사· 천지연폭포 무태장어 잡기 등 희귀한 사진들을 보관하고 있다.

지금도 제주인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민속학자나 관공서 등에서 옛 사진을 보려고 강씨의 사진관을 종종 찾는다. 그가 제주도청과 서귀포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에 기증한 사진만도 1500장이 넘는다.

그는 40여년 전 라이카사를 인수한 뒤에도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사진 찍기와 수집활동에 열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5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1남 3녀 자식들을 대학 보내고 결혼시켰습니다. 사진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없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식들이 사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기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제주의 생활상이 전국에 홍보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회에 환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제주여성의 생활사 사진들을 기증한 것도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깊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가 기증한 작품들이 제주 여성사나 민속학 조사·발굴에 자그마한 도움이 된 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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