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제주도의회 의원

▲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

요즘 도심지를 벗어나 머리를 식히려고 외출하다 보면 곳곳에서 기계톱의 굉음과 자른 소나무를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작업차량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작년이나 올해나 별반 다름없는 모습들을 보며 제주도의 소나무와 산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에도 나오고, 궁궐을 지을 때 소나무를 주로 사용한다고도 하고, 얼마 전에는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로 선택되기도 하였다.

똑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제주의 곰솔도 자연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비중과 역할을 차지하며 제주인과 관광객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늘 우리가 들여 마시는 공기처럼 가까이 있어도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듯이 소나무도 늘 우리 가까이에 있어왔기에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여 왔다.

1905년 일본에서 최초 피해가 발견된 이후 소나무 재선충병은 1988년 올림픽에 맞추어 한국에 상륙했고 제주도에는 약 10년 전에 최초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인은 목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검역을 통과하여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소나무류의 AIDS라 불리는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데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감염된 소나무를 절대로 이동시키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고사목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재선충병으로 인해 중국, 타이완은 소나무류를 거의 포기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하고 일본도 다수의 소나무가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2013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14년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되어 사라진 소나무만 784만 그루가 넘고 72개 지자체로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그중에서 제주도는 피해가 가장 심각하여 올해까지 하면 1,000억원에 이르는 방제 사업비가 소요되고 100만 그루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제주에서 2013년 1차 방제 작업 당시에는 3명의 소중한 사람들이 숨지고 수십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으며 비리 의혹이 일어 경찰의 공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였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제주도 당국이 발 벗고 나서서 혈투에 가까운 방제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체계적인 방제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직껏 제주특별자치도의 소나무 재선충 방제는 고사목을 자르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관련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고사목 발생량도 예측하지 못하고 부실한 작업으로 인해 제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기본전략에 의하면 제주도 면적은 1,847㎢이며 산림면적은 890㎢로 제주도 면적의 48%이다.

이 중 해송림 면적 약 160㎢는 산림면적의 18%이고 피해면적은 약 68.5㎢로 해송림의 약 43%라고 밝혔다.

제주도의 해송은 약 1200만 그루 정도이며 당시 피해목은 약 50만 그루로 4% 정도라고 밝혔다. 지금은 피해목 수는 2배 이상이고, 피해면적도 당시보다 훨씬 증가한 상태이다.

재선충의 방제 방법은 벌채, 훈증, 나무 주사, 소각, 파쇄, 항공살포 등인데 각 방식 나름의 장단점들이 존재한다. 비용, 인력, 위험성, 환경파괴 등의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여 제주의 현실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지역에 맞는 방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임기응변식, 단편 일률적, 비전문적, 비효율적인 방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선충병은 잡지 못한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예산과 인력만 계속 투입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해송이 사라진다면 제주도의 경관은 물론 지형이 변하게 될지도 모르고 도심 외곽지를 중심으로 이차적인 난개발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이 아직도 고사목의 발생원인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물론 이러한 병의 발생원인은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와 불안정성, 무차별적 개발로 인한 산림면적의 축소 등 산림생태계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한 두 해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장기적으로 소나무류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연구 검토해서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본의원이 지난번에도 제안했듯이 고사목 제거 작업을 하면서도 원인을 찾아내고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적 제주형 재선충병 방제 방안을 마련하는 연구개발에 획기적인 예산과 연구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기업에서도 요즘 R&D에 대한 투자 없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전폭적으로 늘려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재선충병의 발생원인, 선단지 압축 방제법 및 작업 우선순위의 선택, 기후변화와 소나무 병해충, 친환경적 방제법, 곶자왈과 오름 및 하천 지역의 방제법, 재선충과 솔수염하늘소의 생태, 감염목의 효율적인 처리와 이용방안 등에 대한 연구체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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