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환경월드컵을 위한 조건들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월드컵 개최와 더불어 전 세계인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수려한 환경일 것이다. 갖은 공해와 소음 그리고 오염에 찌들어져 있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서귀포시의 자연환경은 이곳을 찾게될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환경’이란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독일말로는 ‘Umwelt(움벨트)’, 즉 ‘우리 주위를 두르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서 자연환경을 비롯한 교통, 문화, 산업, 주거 등 을 포함한다고 하겠다. 1994년 노르웨이의 릴레하마 동계올림픽까지만 해도 올림픽경기나 월드컵축구대회와 같은 대형스포츠이벤트(Megasports events)를 위해 행해지는 환경 파괴는 무관심하거나 용납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시 릴레하마시에서 동계올림픽 스키경기를 위하여 그 울창한 원시림들을 마구 베어내는데 분노를 느낀 지역주민들과 자연보호단체들의 올림픽개최 자체를 극렬히 반대했다. 당황한 대회조직위원회와 IOC에서는 최소한의 자연파괴 행위와 가능한 한도내에서 원상복구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후부터 IOC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1993년을 IOC가 정한 ‘환경의 해’로서 환경선언을 하게되기에 이른다. 2000년 올림픽개최도시였던 시드니는 IOC의 이러한 새로운 정책변화에 적극 부응하여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환경 친화적인 경기장을 건설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FIFA는 아직도 환경의식에 관한 한 상업주의적 관심에 훨씬 못 미친다. 이에 대한 작은 도전적(?) 움직임이 지난달 우리 시에서 전국녹색연합, 서귀포시 의제 21 그리고 문민협 서귀포시 협의회가 주관하여 환경월드컵을 위한 세미나를 가졌다. 여기서 2002년 월드컵 경기가 환경을 생각하며 개최되기를 바라며 소위 ‘환경 월드컵을 위한 서귀포 선언문’도 채택하였다. 이 작은 움직임이 증폭되어 월드컵 운동에도 환경을 우선 고려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해본다. 서귀포시도 환경을 우선하는 월드컵정책을 지향하길 바라며, 시민들 또한 천혜의 자연 환경적 유산이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피고 대안제시를 할 수 있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사실 환경월드컵을 위해서 걱정되는 것이 많지만 대표적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는 걱정을 넘어 근심하게 될 정도이다. 먼지와 기름때로 얼룩져 지저분한 외관하며, 시커먼 매연을 뿜으며 시내를 달리는 시내버스문제, 농약살포가 빈번하게될 개최시기, 습기로 인한 불쾌감과 위생문제 등은 반드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다. 오늘은 우선 경기장 건설과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우리 시에 건설되고 있는 경기장은 타 지역의 경기장들보다 비교적 환경 친화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자연환경을 고려한 경기장 형태, 경기장구역내 대형 주차장 공간들이 잔디로 시공되어 아스콘 시공에서 오는 수질과 토양오염을 방지하고, 여름철 이곳에서 발산되는 복사열 발생율을 최소화하려는 배려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환경 월드컵을 위해서 내세우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유럽쪽에서는 당연히 시설되는 태양열이나, 풍력을 이용한 그린에너지 사용계획도 없고, 경기장내부와 주변 관리를 위한 청소-, 화장실용수 및 잔디를 비롯한 조경수 관리를 위해 중수 시스템이 계획되었으나 빈약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약간의 물을 특별한 용기에 저장하는 것 보다 경기장 구역이나 주변에 소규모 저수지나 인공호수를 조성하여 평소에 빗물등의 비교적 깨끗한 물을 저장하여 사용한다면 더욱 좋겠고, 이곳에 적당한 습지와 생태적지(Biotopfen)를 조성한다면 훌륭한 자연 학습장의 기능과 더불어 시민들의 쉼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기장 위치로 인한 교통순환문제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경기장 사후 활용을 위해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풀장이 계획되었으나, 사용 후 오염된 해수를 다시 정화하려면 상당한 추가부담이 예상되어 계획의 변경을 요구했었으나 아직 그에 대한 대안을 듣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운동장내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를 위하여 경기장구역에 소규모 쓰레기 소각장 시설계획도 있으나, 소각로 내부 온도를 800도 이상 유지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소각시에 발생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인근 주거밀집지역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에 가급적 쓰레기 처리장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경계획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우리 서귀포시는 온통 감귤원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그 어떤 도시들보다도 녹색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곤충이나 동물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녹색임에 문제가 있고, 경기장 구역 조경시에는 가급적 다양한 곤충들이 서식 가능한 수종들과 공기정화 능력이 월등한 수종을 선택해야 한다. 참고로 100년생 너도밤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생산해내는 산소의 량은 약 9천4백리터이며, 하루에 약 4만5천리터의 공기를 정화시키며, 성숙한 자작나무에는 약 2백30여종이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으나, 마로니에와 같은 수종에는 겨우 3-4종 정도라고 한다. 이런점을 고려할 때 가로수를 위한 수종도 야자수류 보다는 오히려 담팔수나 먼나무, 녹나무계통의 수종들이 훨씬 많은 곤충들이 서식하고 공기정화 기능도 월등할 것 같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진 경기장일 때 비로소 환경 친화적인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라건데 경기장 완공을 앞당긴다는 명분을 내세워 환경 친화적인 시설들을 간과하거나 소홀함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정구철/논설위원·탐라대학교 교수 제250호(2001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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