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가격폭락, 벼랑에 몰린 농

[농산물 가격 하락]지난해부터 조용하던 농촌마을에 연쇄부도라는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 계속된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시설투자에 많은 빚을 졌던 농민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보증을 섰던 주변 친척들과 이웃이 대출금 때문에 밭을 처분해야 하는등 부도여파가 곳곳에서 심심치않게 목격되고 있다. 사상 유래없는 농산물 가격 폭락이 농촌과 농민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농촌경제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몇 년 동안 계속된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촌붕괴라는 말이 멀리 있지 않은 듯 하다. 특히 농업을 기간산업으로 삼고있는 제주도는 농산물가격하락이 제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제주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지난해산 과일과 과채류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 마늘을 비롯해 노지와 하우스 감귤, 사과, 배, 수박과 배추, 무, 당근등 모든 과일과 채소류 가격이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감귤 농민들은 요즘 심한 상실감에 빠져있다. 지난 99년 가격이 폭락했지만 해거리 현상으로 어느정도 가격하락을 예상한 농민들은 큰 동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귤가격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난해산 감귤 가격마저 폭락하자 감귤산업이 수명을 다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지난해 출하초기인 10월 초순 15kg한상자당 경락가격이 2만5천원선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가격하락이 거듭되며 요즘은 15㎏ 한상자당 1만원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더구나 판로마져 위축돼 상당수 저장감귤이 출하를 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서귀포지역의 경우 현재 전체 생산량의 20% 정도가 출하되지 못한 상태지만 대도시 평균 경락가격이 1만원대 밑으로 떨어지자 계통출하도 여의치 않을 실정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한해 농민들은 투자비 정도를 겨우 건지는 농사를 지은 셈이다.남제주군이 지난해산 감귤의 소득을 비교한 결과 1년간 3백평당 순소득이 6만2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산 감귤가격을 관당 2천원씩에 계산할 경우 3백평당 수입은 1백20여만원. 하지만 필요경비 1백13만6천여원를 제외한 순수 소득금액은 6만2천원으로 소득율은 5.2%에 불과했다. 물론 필요경비에 자가노동비와 각종 농기계유지관리비까지 계산됐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소득으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농민들이 동요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이같은 감귤가격 하락은 수입농산물이 엄청난 유입과 국내 과일소비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경제위기론이 다시 부상하며 감귤을 포함한 전체 과일소비가 부진, 과일가격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됐다. 대도시 전체 과일 경매물량이 전보다 30% 정도 줄었고 사과와 배등 다른과일 가격도 평년의 50~70%에 머물고 있다.미국산 오렌지도 대규모로 시장에 유통되며 상대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과일과 과채류 가격까지 하락시키는 원인이 됐다. 지난 11월 19일 처음 수입된 미국산 오렌지 38t이 통관을 거쳐 대전과 대구, 광주등 지방도시에 판매된 이래 수입량이 급증했다. 26일에도 3백25t이 수입되는등 11월에 8백58t이 수입됐지만 12월에는 2천6백30t, 올해 1월에는 5천72t이 수입되는등 수입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제주감협도 오는 24일부터 4천t을 출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라봉등 만감류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이 영농비등 부채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남군관내 한 농협의 경우 2000년산 각종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가에서 대출받은 영농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1년도에 회수해야 할 각종 정책자금등 대출금이 2백75억6천여만원인 이 농협의 경우 1농가당 갚아야 할 대출금이 1천3백80여만원이 이르고 있지만 농협에서는 60% 회수도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특히 올해도 농가 사정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감귤이 많이 달리는 올해도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특히 경제위기론이 다시 부각되며 소비심리도 위축된 점이 감귤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채소류등도 거의 모든 작목이 큰 폭으로 하락해 농민들이 타격을 입었다.배추의 경우 가격이 조금 상승했다고는 하나 한 포기당 가격이 3백원~4백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6백원~7백원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민들은 배추 가격이 최소한 포기당 5백원이상 형성돼야 하지만 가격하락으로 올해는 경영비도 건질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무도 20kg 망사당 상품이 6천원~4천원으로 지난해 경락가격 1만2천5백원~1만2천원의 절반도 못미치고 있다. 당근도 최근 전반적인 소비위축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 유통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당근은 20kg 1상자당 1만1천원~1만2천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5천원정도 떨어진 가격에 출하되고 있다.쪽파는 지난달 육지부의 폭설로 1주일간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현재 경락가격이 1kg당 8백원~1천원으로 농가수취가격은 5백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가격은 지난해 같은기간 2천7백원~3천원과 비교하면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다만 현재 60% 정도 출하된 가을감자만이 육지부 폭설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현재 육지부 상인들이 대정지역에서 평당 7천원~8천원선에 포전거래를 하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높은 소득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감자 재배도 지난 2~3년간 계속된 폐작으로 손해를 본 농민들이 많아 올해만 한번 더 감자농사를 지어볼 생각이라는 농민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처럼 대부분의 농작물의 가격이 하락하자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싶지만 그나마도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농사를 가격이 떨어졌다고 포기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대체작목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감귤도 몇 년간 계속된 가격파동을 겪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그저 언젠가는 가격이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250호(2001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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