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충 렬/ 제주씨네아일랜드 이사장

어떤 시인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 때, 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4월은 그냥 심심한 달이었습니다. 2014년 이후 4월은, 오래 전 그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잔인한 달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4.16 일주기가 지났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은 예고된 학살이었습니다. 우리는 어항 속에서 죽어가는 물고기를 바라보듯 천천히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아이들을 구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손 하나 뻗지 못했습니다.

4.16 일주기가 지났습니다. 거리에 나선 유가족 부모들에게 ‘많은’ 분들이 “이제 그만하자”라고 합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라고 합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교통사고잖아.”라고 합니다.
지난 일년을 뒤돌아봅니다. 뭘 했습니까? 그만하자고 하시는데 뭘 했습니까? 아직도 이 학살에 관련된 기관들은 여전히 사실을 덮고 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서부터 해양경찰, 해군, 선원 등등 이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 조차 박근혜 정부는 반대합니다. 세월호학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세월호가 나온 영화의 한 장면 때문에 그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도 달고 나왔던 노란리본은 일반 시민이 달면 검문을 받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자고 할 때, 돈이 많이 든다고 반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죽은 아이들 때문에 몇 억되는 돈을 벌었으면 됐지, 돈을 더 받아먹으려고 아이들을 볼모로 이용한다고 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얼마짜리입니까? 당신의 아이는 얼마입니까? 얼마를 주면 천천히 죽어가는 자기 아이를 지켜볼 수 있습니까?

이제 그만하자고 하시는 분들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아이들이 죽어갈 때 뭘 했습니까? 내 아이가 아니라서, 내 아이가 죽지 않아서, 내 아이는 그런 배를 타지 않을거라서 상관없는 일입니까? 우리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습니까? 내 아이라 아니라서 상관없다니요. 지금 내 아이가 멀쩡하니 상관없다니요.
대통령은 남미에 갔습니다. 남미에서의 일정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일정이기에 이 중요한 시국에 남미로 떠났단 말입니까. 살다살다 이런 대통령을 만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국가란 무엇입니까? 국가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국가는 국민에게 뭘 해줘야 합니까?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대통령은 뭘하는 사람입니까? 대통령은 국민에게 뭘해줘야 합니까? 군인은 누구입니까? 경찰은 누구입니까? 무엇을 폭력이라 합니까? 인권이란 무엇입니까? 빨갱이는 누구입니까?
철학자가 될 수 밖에 없는 4월.

민주주의는 공격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해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이 학살의 원인을 밝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적어도 지금은 함께 밥 먹고 있는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못합니다. 일년이 지나면 잊으라고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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