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이웃들> 26년 간 법장사 주지 소임 마감하는 석혜경 스님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지만, ’제2의 고향’처럼 정들었던 서귀포를 떠나려니 너무도 아쉽고 허전합니다…”

1988년부터 26년 동안 서귀포시 법장사에서 주지를 맡고 있는 담원  석혜경 스님(70)이 서귀포를 떠나려는 발걸음이 못내 무겁다.

석혜경 스님은 최근 작고한 형님(혜통 스님)으로부터 경북 안동시 애련암을 물려받아, 새로운 포교활동을 위해 거처를 옮기게 된다. 석혜경 스님은 제주에서 먼저 터전을 잡았던 혜통스님의 권유로, 26년 전 주지가 공석이던 법장사에 들어온 인연도 갖고 있다.

“형님과 함께 서귀포시 곳곳을 돌아보면서 이곳이야말로 천혜의 고장이란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법장사 신도들도 형님에 이어 동생이 주지를 맡게 돼 저를 크게 환영했지요.”

충남 출신으로, 경북 안동· 청송감호소 교화위원으로 열정적 활동을 펼쳤던 석혜경 스님이 그동안 서귀포시에 남긴 발자취는 곳곳에 가득하다. 서귀포 불교대학과 연꽃합창단, 정토거사림, 금강불교대학, 제주불교법사단, 서귀포경찰서 경승실 창립멤버로 활발한 포교활동을 펼쳤다.

1996년 한국수필 수필부문 신인상(‘은동곳’ 외 1편)에 이어 2009년에는 현대문예 시부문 신인상(‘추경’ 외 2편)을 수상하며 수필가와 시인으로서 서귀포시 문단을 풍요롭게 살찌웠다.

스님은 법장사가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인근에 걸매생태공원이 조성된 데다 수질 좋은 약수가 솟아 나와, 심신을 연마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새벽 4시30분이면 제주월드컵경기장 트랙을 1시간 정도 달리면서 튼튼한 육체를 갖추면서, 매사에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도들은 주지를 닮아가게 마련입니다. 모든 사물에는 신진대사가 필요하듯, 법장사에도 이제 새로운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젊은 주지가 대를 이어 신도들에게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길 기대합니다.”
 서귀포시를 떠나기가 못내 아쉬운 스님은 시민· 불자 등 지인들과 마지막 정리를 나누기 위해 오는 16일 오후 5시 30분 서귀포칼호텔에서 시·수필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인생의 후반을 불태운 서귀포를 내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비록 몸은 떠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서귀포를 다시 찾고 싶어요.” 스님의 ‘서귀포 사랑’이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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