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문 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며칠 전 같은 노동조합의 연이 닿아있는 서울 종로구청, 강원도 철원군청, 경남 양산시청의 40여 공직자들이 합동수련회를 위해 서귀포지역을 찾아와 머무는 내내 야간 시장 투어를 실시했다.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 유명세를 탄 먹거리 가게는 클립모양의 줄서기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시장을 가로지르는 물줄기 쉼터에서 퉁퉁 부은 종아리를 달래며 ‘어느 누가 재래시장의 불야성을 쏘았는지’를 비좁은 구름사이를 헤집은 달빛에게 물어보려던 차에 때마침 주차질서를 맡고 있던 상가진흥회 직원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대형 마트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와 품질이란 점이다. 언제어디서나 빠른 배달서비스에다 파릇파릇한 야채와 싱싱한 횟감은 시장의 얼굴로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인근에 공용 주차장이 완공되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주차회전율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셋째, 먹거리 야시장의 기능도 들었다. 이 문제는 찾아오는 발길과 무관치 않은 공존공생 관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찾아오는 지역주민과 더불어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핵심이란 점이다. 과거의 입소문은 수년이 걸리지만 작금은 SNS의 발달로 순식간에 퍼지게 되어 있다.

오래전, 필자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관할하는 주민자치센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매번 빗나가기를 반복했다. 대형마트와의 상생방안에 대해 골머리를 않기도 했고, 예능프로그램을 유치해 보았으나 반짝 효과에 머물렀으며, 상설공연장에다 야외 영화관도 만들었으나 이내 시들어 버렸고, 상인들과 함께 소망풍선을 날려보기도 했으나 이벤트 행사에 그칠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서비스와 친절 문제였다. 대형마트와는 달리 가격표가 없는 재래시장에서는 동태 한 마리를 살 때도 주섬주섬 모여 있는 가판대의 가격동향을 눈짐작으로 살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유의 사투리로 ‘얼마꽈?’를 외치면서 흥정의 묘미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가판대 할머니는 보기에도 무지막지하게 생긴 식칼로 동태 머리를 내리치고 만다. 순간, 내 행동거지마저 얼어붙게 되면서 흥정은 고사하고 이미 사지가 잘려져 나간 동태를 구매하지 않으면 죄인이 될 것 같은 손님. 결국 일시적인 장삿술은 성공했을지 모르나 그런 심정으로 주섬주섬 싸든 검정비닐의 손님 기억 속에서는 더 이상 재래시장의 정감은 없을 것이다.

시청으로 발령을 받은 후에도 필자는 가끔씩 아내하고 시장을 찾는다. 아케이드 상가 부녀회와도, 상인회하고도 만나면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괜한 심술을 부려본다.가판대 수북이 쌓여있는 멸치를 한 입에 날름거려 보면서도, 생선 가슴살을 손가락으로 푹푹 눌러보면서도, 아침부터 흥정에 실패하고는 돌아서는 손님을 보고서도 밝은 웃음으로 맞이할 줄 아는지 그들의 서비스 현주소를 읽어보기 위해서이다.

오늘도 재래시장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불야성을 이룰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해답은 시장의 주인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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