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 초대석 - 김수종 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서귀포신문은 지령 1000호를 기념해 김수종 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으로부터 서귀포시 발전 방안을 비롯해 제주 현안 해결을 위한 해법 등을 들어봤다. 유입 인구외국자본 투자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론인 출신답게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도민사회의 자생적 대응력 배양 등 따뜻한 대안도 제시했다. 제주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김 이사장은 고향 후배 사랑과 고향 발전을 위한 애정도  각별했다.
 <편집자 주>

▲ 김수종 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 도민-이주민 상생 변화 대처
 
△이현모 국장=최근 서귀포시에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국책사업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서귀포시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김수종 이사장=서귀포 출신인 저는 평소 지인들에게 제주시보다 서귀포시가 자연경관이나 생태자원 등 모든 면에서 발전 잠재력이 높다고 말합니다.

귀농귀촌 등에 의한 인구 유입으로 앞으로 3~4년 후면 제주에는 제주도민과 이주민들 간 갈등과 사회적 변동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카페나 펜션 등 경제활동 면에선 도민들이 이주민들에 밀릴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도민들은 이주민들을 배척하지 말고 서로 어울리며 상생할 수 있도록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연내 완성되면 어차피 사람이 오게 되고, 하나의 문화경제 운영체가 형성됩니다. 해군기지가 서귀포 사회에 끼칠 충격파를 줄이려는 노력도 현 시점에서 서서히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주의 청정환경을 지키려면 마지막 보루는 토지가 될 것입니다. 제주에 정착한 이주민들도 제주의 토지를 지키면서 청정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합니다. 제주의 지하수에 불순물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청정 제주삼다수를 지켜 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또한 중국 관광객에 대한 경제효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서로 정보 교환 등을 통해 개방적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변화의 바람으로 인해 서귀포에는 문화공동화 현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솔동산의 아름다운 골목길, 아담한 포구 등이 하나 둘 사라져 버렸습니다.

서귀포시에 감귤산업과 개발 사업이 한창 이뤄지던 1970년대 말 제주대 농과대학이 제주시에 이전한 것이 큰 타격이었습니다. 대학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청년문화 또한 실종되고 말았죠.

최근 제주혁신도시에 지어진 13층 고층 아파트 건물을 보면서 의아했습니다. 특유의 해안 조망권이 사라진 고층건물이 서귀포에 과연 필요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성산읍 신양리 섭지코지에 정체불명의 건축물을 비롯해 평화로 일대 중산간에 한라산 조망을 가리는 숙박단지가 들어선데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아요.

제주도는 오름처럼 부드러운 곡선이 상징입니다. 서귀포시의 미래를 위해 지역특성에 맞는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 녹색섬은 제주의 미래
 
△이 국장=제주도가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인 녹색섬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신재생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녹색섬으로 가꾸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요.

▲김 이사장=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공동체적 커뮤니티 등을 종합하면 녹색섬은 제주의 미래입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녹색섬을 만들려는 일환으로 전기자동차 100% 보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 제주도 공기는 더욱 맑아지겠지만 전기를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제주도가 덴마크의 본홀름섬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려면 무엇보다 주민이 주체가 돼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전기가 돈이 되는 사업이란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려면 주민들이 생산한 전기에 대해 한국전력이 충분한 대가로 사줘야 합니다.

전기를 저장한 뒤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적절히 공급하는 스마트그리드 구축도 필수적이죠. 제주지역에선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등에서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한 실험이 시도됐지만 아직 성공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에너지 생산의 테스트베드인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를 자립하려면 두 가지 요소를 해결해야 합니다. 먼저 주민들을 에너지 생산과 소비 주체가 되도록 신재생에너지 국가전력 보급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그리드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 청년들 인성함양 가장 중요
 
△이 국장=제주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십시오.

▲김 이사장=고향에 올 때마다 제주지역 대학생들이 취업 관련 정보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대기업이 없는 제주에서 살다보니 대학생들이 회사와 영업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한 탓에 막연히 서울 등 대도시로 뛰쳐나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8년 전 뜻있는 인사들과 함께 대학생 인재양성 프로그램 HRA(Human Renaissance Academy)으로 위즈덤시티를 만들었습니다.

1년 과정의 위즈덤시티는 제주지역 대학 2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제주대에서 40주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죠. 지금까지 1기당 30명 정도 수료하는데 8년 동안 연 22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강사는 대기업 간부를 비롯해 언론인, 외교관 출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경험 많은 인사 10여 명이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습니다.

위즈덤시티의 특징은 모든 수강생들이 1년에 고전 100권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겁니다. 고전 강독을 통해 지혜와 교양 갖춘 좋은 시민을 양성함으로써 말 그대로 지혜로운 도시(위즈덤시티)를 조성하려는 취지에서죠.

학생 중심으로 매주 선정한 고전 2~3권에 대해 강평과 토론을 벌입니다. 교수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사회 선배로서 학생들 스스로 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발언을 삼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운영과정으로 전현직 대기업 간부 등이 자원봉사로 기업활동 전반면접방법 등 기업실무를 교육합니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서울 소재 회사나 시민사회단체행정기관 등에서 8주간 인턴체험에 나섭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장인들과 똑같이 일하면서 직장이 어떤 곳인지 깨닫도록 이끌어줍니다.

학생들은 1주일에 2시간, 1년에 8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활동은 지양하고, 요양원에서 환자들을 수발들거나 정신박약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몸으로 때우는 봉사활동을 통해 노동의 어려움과 땀의 소중함을 몸소 깨우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에 싫증을 내기도 하지만 4~5주 지나면 봉사활동에 참가하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이재웅 다음카카오 대표는 제주에 본사를 옮긴 이유에 대해 국제자유도시 제주도가 싱가포르 못지않게 국제비즈니스센터의 최적지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청년들이 섬에 머무는 것을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제주에서도 충분히 더 넓은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려 합니다.

지역 인재양성에 관심이 많은 각 분야의 고참들이 사회봉사 형식으로 지도방법과 경험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제주의 청년문화를 바꾸는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왕성한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인은 바쁜 와중에도 매월 1차례 자비를 들여 교수로 활동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제주에 처음 선보인 인재양성 아카데미가 갈수록 학생과 교수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2년 전에는 정식 법인으로 출범했습니다. 제주 출신 이유근강태선김양수김대환씨와 서울에 거주하는 기업인언론인 출신 등이 법인 활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 청년들이 굳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제주에서 취업보다 건전한 인성함양을 우선순위로 삼도록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약력>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출신으로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후 한국일보 기자, 뉴욕특파원, 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다.  또한 탐라영재관 대표도 맡았었다. 현재 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제주그린빅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대담=이현모 편집국장>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