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짜' 운영하는 류외향 씨

시인과 '마라도'는 제법 잘 어울린다. 그러면 시인과 짜장면은 어떤가. 시인이 운영하는 짜장면집? 제주 화순에는 시인이 운영하는 짜장면집 마짜(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가 있다. 마짜는 짜장면과 모든 음식들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전자조작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봄부터는 GMO 강의도 열고 있다. 류외향 시인을 만나 먹을 것은 먹을 것 다워야 한다는 그 고집에 어떤 연유가 있는지 들어보았다.

“자연주의 식생활을 화학조미료를 끊으면서 시작했어요. 화학조미료를 끊고나니 천천히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화학조미료를 끊고 살다가 어쩌다 먹게 되면 몸이 아파요. 남을 먹이는 일이잖아요. 음식이 약이 되어야지 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았죠. 그러다 2011년 무렵, 한미FTA 비준을 계기로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합성조미료를 배제한 천연 식재료를 쓰다보니 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로 인한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걸까.

“천연식자재를 쓰게 되니 수익은 당연히 떨어지죠. 하지만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친자연적 식자재를 사용하는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이 계세요. 좋은 음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되었달까요. 자연주의 식생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가게를 알려주시고, 찾아주시면서 수익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게 되었어요.”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데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터.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주의 식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워낙 소수거든요. 얘기 나눌 자리가 없어 끼리끼리 모이게 되어요.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조그맣게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어요. 자연주의 식생활은 농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예요. 같이 연계되어야 하죠. 바로 제주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유전자조작 작물들보다 토종 작물들을 길러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 작물의 폐혜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은 류외향 시인의 “어느 누가 그 내막을 알까”라는 시의 일부이다.

‘몸 속의 수십 겹의 문을 두드린다 열리지 않는 문 저쪽에서 겹겹의 헐떡거림이 맨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다’

자연주의 식생활로 몸 속의 문들을 모두 열고 햇볕을 들일 수 있을까.

▲ 류외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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