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시인의 '風景'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 물리학자인 데카르트가 남긴 명언이다. 회의론자인 그는 진리에 대해 이것인지 저것인지, 끝없이 의심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의심하는 것 자체가 생각이며 의심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방법적 회의를 통해 생각하는 속성을 담고 있는 나라는 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명제는 인식의 질서에서 근대의 철학적 주체를 확립하는 기본적인 원리가 되었다.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동물과 곤충들도 생각하고 궁리한다는 것이 최근의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는 있지만, 인간의 사고와 동물의 사고는 기능면에서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동물의 사고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사고와 달리 식욕, 성욕과 같은 본능을 충족시키는 선에서 활발하다. 감정과 정서가 결부된 사고의 기능은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모처럼 날이 좋아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분재예술원 생각하는 정원에 다녀왔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장소다. 지금은 제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지만 당시 지인이 한경면 중산간에 가 보민 이상헌 사람 있져, 그 사람이 만든 건 디 한번 강 보라 라는 말에 분재예술원이라는 이름보다 그 이상한 사람을 보러  갔던 기억이 더 강하다. 분재에 문외한인 당시, 철사 줄에 매여 있는 분재의 형상에 꽤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분재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겉모습만 읽은 사고의 기능 탓이다.

 세상엔 풀지 못할 문제란 없다.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라는 구절을 어느 글에선가 읽었던 적이 있다. <생각하는 정원>은 이름 그대로 답을 들려주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생각이 성숙해진 탓이다. 분재들은 묵언정진중인 고승처럼 동안거에 들어 있었지만 나무만큼 정직한 스승이 없다는 해답의 깊이는 더욱 옹골차고 정돈되어 보였다.

 한 그루 나무도 두 그루 그늘도 생각에 잠겨 있네
 손가락을 괼 턱은 없지만
 바이칼 호수도 태산도 생각 속에 들어 묵상중이네
 하나같이 가부좌 튼 부처들이네
 누군가의 생각을 함부로 만지거나 평가하지 말라고, 팻말 부처는
 중지를 펴 생각의 방향을 가리키네
 철사 줄에 묶여 있는 주목부처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생각의 모양을 지키고 있네.
 굽히지 않는 생각 쪽으로 초록이 무성하네
 초록이 생각의 정원이어서
 생각하는 정원의 나무들에게 시든 생각이 없네 
 초록이 생각의 빛깔이어서
 생각하는 정원의 사람들은 초록빛으로 물드네
 몸 안으로 흘러든 시간이 어떻게 지렛대가 되는지
 아름다운 수형을 지닌 생의 절정은
 뺨을 맞거나 어깨 짓밟힌 시간 속에서 걸어 나왔네
 싱싱하게 뻗은 결의는 구부러진 시간 속에서 걸어 나갔네
 세상을 한 손으로 괸 반가사유상도
 제 몸의 직선을 구부린 후에야 미소를 띄었네
 여기까지 온 마음이 생각하는 정원이네 
 여기까지 온 몸이 한 그루 분재네
 - 졸시 < 생각하는 정원> 전문.

 생각에 빛깔이 있다면, 초록이 아닐까 싶다. 초록은 희망을 표상하는 색깔이다. 희망이 있는 한 우리 마음은 평화를 희구하며 아름다운 영감을 구하는 생각으로 점철될지 모른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2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3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또는 그런 일  4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런 마음  5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상상해 봄. 또는 그런 상상 6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느낌을 가짐. 또는 그 의견이나 느낌  7 어떤 사람이나 일에 대하여 성의를 보이거나 정성을 기울임. 또는 그런 일  8 사리를 분별함. 또는 그런 일.

 다시 본 <분재예술원>은 사전에서 정의한 생각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생각하는 정원을 만든 이나 생각하는 정원에 들어선 이들도 그들의 상상대로 생각의 형태를 견지한다.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가, 이만큼 인간 실존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극찬한 반가사유상처럼,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의연한 자태를 뽐내는 주목을 바라보는 이들도 한 그루 분재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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