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음식점이 즐비한 아랑조을 거리에 세련된 외관의 가게가 눈에 띈다. 네이비 색깔의 가게 전경과 크지 않고 깔끔한 디자인의 간판.

전면 유리를 통해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꽃집 같기도 카페 같기도 한 공간이다.

이제 가게를 연 지한 달 남짓 한 이곳의 주인장은 최동진 씨. 안경을 끼고 깔끔한 차림의 남자가 꽃 가게의 주인장이다. 이제 30대를 막 시작한 최동진 씨는 벌써 제주 살이 8년 차의 이주민이다.

그는 요리를 전공했던 요리 학도였지만, 20대 초반 서울 양재동에서 꽃집을 하는 고모의 일을 도우며 꽃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그때의 경력은 1년여 정도지만, 그 이후에도 그에 삶에서 꽃은 늘 접하는 소재였다.

그의 제주 살이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를 전역하고 훌쩍 떠나온 제주 여행에서 그는 떨쳐버릴 수 없는 매력에 흠뻑 빠져 제주 살이를 시작한다. 20대의 젊음이 제주와 아무 연고 없는 그를 제주에 머물게 했다. 그는 펜션과 리조트 등에서 일하며 자본을 모으고, 펜션을 임대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성읍을 거쳐 남원에서 펜션을 하면서도 그는 인테리어와 꽃을 만지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꽃을 만지는 것이 좋다는 그는 지속해서 서울을 오가며 플로리스트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제주에는 숙박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어딜 가나 쉽게 숙박 시설을 볼 수 있고, 지금도 여전히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제주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주인장은 제주에 머무르기 위해 여행객의 마음이 아닌, 이곳 제주 도민의 마음으로써 지속해서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상하고자 했다. 그것의 시작으로 그는 ‘꽃가게’를 열게 된 것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금은 낯설고 동떨어진 듯한 외국의 어느 공간에 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절대 싫지 않은 눈과 마음이 확 사로잡히는 공간. 누구나 이곳으로 들어와 예쁜 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템포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나 마의 힐링을 하고 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전면 유리로 된 가게 앞을 지나게 되면 누구나가 한 발자국씩은 천천히 걷게 된다.

아직은 이곳 서귀포의 동네 거리에서는 조금 낯설고 이질적인 가게의 모습이지만, 주인장은 꽃이라는 아름다운 사물이 사람들의 삶 속에 친숙히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꽃’은 행사 때 찾게 된다. 화분, 꽃다발, 꽃바구니, 심지어 꽃 한 송이도 사람들의 삶 속에 친밀히 들어와 있지는 않다.

누구나 느낄 것이다. 내 손으로 아무런 특별한 날도 아닌데, 꽃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꽃 한 송이가 내 집안에 들어왔을 때, 나의 마음에 화사함과 아늑함과 행복함을 안겨주는 것을.

주인장은 누구나가 일상에서 꽃으로 인한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을 오가며 꽃에 대한 공부를 지속해서 하고 있고, 가게의 모든 꽃과 화분조차도 서울에서 공수해온다. 화분조차도 서울에서 갖고 오는 것이 녹록지 않은 일일 텐데도, 그는 화분이 깨지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꼭 그의 마음에 차는 화분을 갖고 온다고.

그런 그의 노고로 이곳의 화분들은 어떻게 쓰임새를 갖더라도 잘 어울릴 소품들이다.

그는 아마도 손재주가 타고난 사람인가 보다. 요리부터 꽃을 만지고, 가게의 가구들까지 모두 그가 직접 제작했단다. 가게 전경에서부터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가게 내부에까지 남다른 감각으로 세련되게 잘 꾸며놓았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꽃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유럽을 다니며 꽃 가게들을 탐방했단다. 그곳에는 어떻게 인테리어를 했는지.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곳에는 생화류인 하노이, 스위트피, 장미, 스카비오사, 호접 등 화분으로 다육이, 아가페, 왁스플라워, 공기정화 식물 등.그리고 드라이플라워, 색안개. 비누꽃 등의 다양한 꽃들이 있다. 가게 한쪽 공간은 다과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꽃을 포장하는 동안 기다리실 손님을 위한 배려란다. 그의 세심한 만큼이나, 그의 손끝에서 만져진 꽃들이 하나같이 예쁘다.

이곳 BLUMEN에서 3월부터는 꽃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플라워클래스를 운영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는 꽃을 갖고 여러 꿈을 그리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로드샵과 더불어 셀프웨딩, 스몰웨딩을 펜션과 같은 숙박 공간과 접목한 아이템을 구상 중이다.

그의 삶에서 꽃이란 소재는 아마도 놓지 않을 것 같다.

‘BLUMEN’은 독일어로 꽃이란 뜻이란다. 꽃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그에게서 꽃을 관리하는 방법 , 꽃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오늘 우리 집에도 꽃 한 송이로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296-3

영업시간: 10시에서 8시까지 (매주 화요일, 수요일 오전 휴무)

전화번호: 064)767-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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