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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2)[죽음학 칼럼⑫]정현채/서울의대 내과
정현채 | 승인 2016.02.04 10:24

연재순서

   
 

① 질병에 대한 인류 투쟁의 역사
②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 사망 원인 1위인 암에 대하여
③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1)
④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2)
⑤ 의료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1)
⑥ 의료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2)
⑦ 의학연구로서의 근사체험 (1)
⑧ 의학연구로서의 근사체험 (2)
⑨ 현대인이 알아야 할 삶의 종말체험 (deathbed vision)
⑩ 인류에게 죽음이 사라지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⑪ 자살에 관한 담론 (1) (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⑫ 자살에 관한 담론 (2) (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누리는 사소한 일상사들도 들여다보면 모두가 감사한 일이고 기적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는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했다. 죽음을 마주하게 될 때가 언제일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며 만나는 사람이나 풍경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이 너무나도 귀하다.
 

말기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은 특별한 안경을 끼게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물의 참된 모습과 깊은 가치를 비로소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다룬 영화 <이끼루>는 일본말로 살아 있음을 의미하나, 내용은 주인공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말기 위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은 퇴근길에 멈추어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모르고 30년을 살아 왔구나.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네. 하고 탄식한다. 누구를 미워할 시간조차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난관을 무릅쓰고 완수한 다음 눈을 감는다.


2010년 7월 25일 SBS 스페셜 황홀한 소통, 춤, 치유에서는, 한 쪽 팔이 없는 중국의 여자 무용수와 한 쪽 다리가 없는 남자 무용수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여자는 촉망받는 발레리나였지만 교통사고로 한 쪽 팔을 절단하게 된 후 한때 자살할 생각까지 했었는데, 운동선수였던 한 남자가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것을 알고는 찾아가 함께 무용을 하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에 의지하여 춤을 춘다. 죽고 싶을 만큼 처절했던 좌절과 절망감을 이겨내고 추는 춤이기에, 관람하는 이들은 영혼을 파고드는 감동을 느낀다. 우리는 신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요. 완벽한 조화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이지요. 춤을 추는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이제는 춤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것이 삶의 소명이 되고 의미가 되었다. 신체적인 문제는 100% 극복할 수 있어요. 문제는 마음입니다. 사실 저희는 불완전의 조합이죠.


본인이 크론병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레이첼 나오미 레멘이라는 여의사는 <그대 만난 뒤 삶에 눈 떴네>라는 책에서 고통과 슬픔 같이 감추고 싶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삶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그 조각으로 삶의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즉 인생이란 기쁨, 성공, 만족, 희망뿐만 아니라 좌절, 실패, 분노, 고통까지 모두가 골고루 있어야 완성되는 퍼즐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자살로 귀한 생명을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한 논의에서 사후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신비가들이 공통적으로 전해주는 말이나, 미국 등지의 정신과에서 치료로 실시되고 있는 최면 퇴행(Hypnotic regression)을 통해서, 또 신뢰할만한 영적인 능력을 갖춘 영매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사후세계의 윤곽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신비주의자란 기존 종교의 도그마적인 교리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궁극적인 실재와의 조우와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웨덴의 스베덴보리(1688-1772년)이다. 그는 루터교 고위 성직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성직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부모의 희망과 다르게 자연과학자로서 많은 연구를 했고 저술을 남겼다. 그러던 중 57세 때 빛을 만나는 신비체험을 한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간 체외이탈의 방법으로 수없이 영혼의 세계를 방문하여 보고 들은 자신의 체험을 수십 권의 책으로 남겼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 문호 괴테,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였던 칼 구스타브 융, 영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카알라일,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 등은 그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20세기의 신비가로는 지중해의 성자로 불렸던 그리스 키프러스 지방의 다스칼로스나 덴마크의 마르티누스를 들 수 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한 도덕가였다.


신비가들에 의하면, 우리는 육신이 죽은 후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파동으로 진동하는 에너지체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파동을 지닌 영혼들끼리 서로 만나 모여 있게 된다. 사후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당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주인공의 부인은 두 아이와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실의에 빠져 자살한다. 영계에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주인공은 곧 아내를 만나게 될 줄 알고 기다리지만, 도우미 영혼은 그에게 애석하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누구든 죽으면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풍경이 그 즉시 눈앞에 펼쳐지며, 죽기 직전의 정신적, 정서적 상태에 일정 기간 머물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자살한 영혼은 자살할 때의 극심한 마음의 고통에 한동안 갇혀 있게 되어서, 그와 다른 주파수를 가진 영혼들과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국에는 고차원 영들의 도움을 받아들여 지치고 상한 영혼이 치유되고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데,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죽음은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니기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해서 고통스러운 문제가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번 생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다음 생으로 고스란히 넘겨져, 그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자신의 과제로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


일본 교토대학의 칼 베커 교수는 너무 지쳐 삶의 의미를 당장 찾을 수 없다면 쉬면서 지혜를 구하라고 권유한다.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야 할 이유들이 분명 있는데, 그것을 홀로 찾을 수 없다면 다른 이들을 도우면서 찾아보라고 얘기한다. 많은 다른 이들이 어려움을 견디며 노력했기에 지금 우리가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라면서.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라고 한 키케로의 말로서, 11회에 걸친 죽음학 칼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된 이 인연 역시 우연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하며, 죽음에 대한 글을 외면하지 않고 읽어 주신 서귀포신문 독자들께 마음을 다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죽음학 칼럼을 집필해주신 정현채 교수께 독자들과 함께 감사드립니다.

정현채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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