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Tour] 기당미술관

서귀포 시내 중심가에서 불과 자동차로 5분여 거리에 역사가 오래된 미술관이 있다.
 

삼매봉 산기슭에 있어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다. 지방자치단체 시립미술관으로는 최초 설립된 기당미술관은 1987년에 개관했다.
 

기당미술관의 설립자는 기당 강구범 선생으로 그는 서귀포시 법환동 출신이다. 청년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고향에 기부하길 원했고, 그의 친척이었던 변시지 선생의 조언으로 미술관을 설립하게 됐다.
 

기당미술관의 소장품들은 총 660여 점으로 초창기 변시지 선생이 미술관 소장품들을 주로 수집했다. 지금의 소장품들은 무상기증에서부터 구매를 통한 작품들로 수집이 이루어져 있다.
 

기당미술관에서는 변시지 선생의 작품과 수암 강용범 선생의 작품이 상설 전시돼 있고, 1년에 한두 번 소장품 기획전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외부 작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암 강용범 선생은 기당 선생의 친형으로 한학자이며, 초서체를 사용한 필체로 활달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필법을 구사했다. 기당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수암선생 사후 강구범 선생이 미술관을 건립하면서, 수암선생의 유품 및 유작을 기증한 것이다.
 

제주 출신으로 유명한 폭풍의 화가인 변시지 선생은 기당 선생의 친척이기도 하고, 미술관 개관 당시 최초 관장을 역임하며 기당미술관이 자리 잡는데 큰 공헌을 한 분이다. 기당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변시지 선생의 작품들은 80년대 이후에 그려진 제주화 화풍의 작품들로, 캔버스와 유채의 서양화 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황토색 바탕에 먹색으로 그려낸 조형기법은 오히려 수묵화를 연상케 하여 그의 작품은 동양적인 느낌을 나타낸다.
 

기당미술관에서는 2월 3일부터 시작한 기획전으로 <촉각적 회화> 주제의 소장품전이  진행되고 있다.
 

<촉각적 회화>는 이전에 이미지를 매개로 한 그림들이 사진의 역할이 커짐으로 인해 회화의 흐름이 변화되는데, 사진으로는 표현해내지 못하는 인간의 내면적 요소를 표출하는 작품들이 탄생한다. 이것이 현대 추상미술의 시작으로 색과 형이 없어진 자리에 작가가 남긴 흔적을 찾으며,  무엇을 그렸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렸느냐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한다. 단순화된 작품 속에서 작가가 작품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느끼고 공유한다. 겹쳐진 아크릴 물감의 표현, 연필을 이용한 빠른 속도의 드로잉을 통해 나타낸 표현 등 작가의 행위에 의해 수반된 캔버스(회화의 바탕)위에 물감(질료)으로 표현된 촉각을 나타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기당미술관은 내부에 전시된 작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 된다.
 

김홍식 교수가 설계한 건물은 나선형으로 꺾임이 없이 1층과 2층의 전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층의 작품을 감상하며 곡선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2층의 전시 공간과 연결된다.  천장의 서까래와 천장 곳곳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전시실 내부는 온화함을 품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 내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은 더없는 평온함의 시간을 선사한다.
 

기당미술관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함께 삼매봉 도서관, 서귀포 예술의 전당과 나란히 인접해 있어, 미술관 감상 후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는 시간도 선사한다.
 

기당미술관은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삶 가까운 곳에서  쉼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기당미술관은 2016년 새해, 교육실을 마련하고 있다. 미술관 외부에 마련될 예정인 교육실은 시민들을 위한 실기강좌, 인문학 이론 특강, 학교 연계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 전시되고 있는 기획전 <촉각적 회화>는 3월 27일까지 전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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