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희/서귀포 여성회장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 여성들의 의식도 급변하여 왔다.
 

어머니 세대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여성과 남성의 관계,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지금 세대에서는 당연한 것이 되었고, 후 세대에게 구태가 되는 시간은 몇 년이면 충분할 것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통해 얻게 된 경제력과 자의식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태아 성별 감별로 여아를 낙태하던 남아선호도 점차 없어지고, 요즘은 신붓감으로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경제력이 있는 여성들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졌고, 폭력적인 남편에게는 이혼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하는 의식만큼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급변하는 여성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남성들과 사회에서 나타나는 듯하다. 작년 우리주변의 가장 가까운 인터넷상에서 여성혐오가 넘쳐났다. 상식에 벗어나는 여성들을 빗대는 된장녀, 김치녀 등 무슨녀 시리즈와 페미니스트를 IS에 비유하며 사회의 암적 존재로 표현하는 글 등.
 

이러한 혐오는 여성들만 아니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을 공격하며 작년 한해 대한민국을 혐오사회라 할 만큼 극성스럽게 번졌다. 여성 혐오에 일일이 대응하다 지친 여성들은 미러링(거울처럼 반대로 똑같이 표현하는 것)을 통해 남성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들을 잘 진단할 필요가 있다. 여성혐오는 남성들에 의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이다. 또한 기득권을 갖은 사람들이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게 퍼 붓는 폭력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노의 원인을 금수저, 은수저에 떠밀린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욕망과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사회에서 찾는다. 현실을 타개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사람들의 가슴 속 분노가 가장 약한 대상에게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약자에게 화풀이하는 것인가이다. 혐오집단의 논리를 분석해 보면 사회적 약자는 쓸모없는 집단인데 그들에게 언젠가 내 것이 될 것을 나눠줘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은 남성들의 밥그릇을 나누는 것이고, 여성들의 권리는 말 잘 듣고 필요할 때 맘대로 할 수 있었던 남성들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사회적 약자에게 주는 혜택 또한 그들이 고생한 결과를 무보수로 누린다는 편견이다. 내 것을 빼앗겼다는 분노이다.
 

이런 편협한 인식의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2015년 사회를 멍들게 한 혐오는 약자 혹은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향한 비겁한 폭력이다.
 

약자를 향한 배설의 욕구를 어디로 돌려야 맞는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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