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본향, 오늘날의 제주도, 서귀포시를 있게 한 것은 이 고장을 지키고 가꿔온 사람들의 공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가 오늘의 제주도, 서귀포를 제주답게, 서귀포답게 하는 힘인 것이다. 또 사람은 제주도, 서귀포의 자연과 문화에 의해 키워진다. 그것이 곧 대자연의 순환 안에서 연면히 이어온 역사성이다. 그 안에서 배태된 문화의 힘이다. 그 문화를 근간 삼아 추동해 온 것이 또한 사람의 삶이다. 삶이 곧 문화요 역사요, 종국에는 자연에의 회귀다. 역사문화의 향기, 素農 오문복 선생에게 듣고 정리한다.
한학자이며 향토사학자이신 서예가 素農 오문복 선생은 향토사 연구에 바쁘시다. 잊혀져 가는 제주의 민속자료 정리와 고서 발굴, 번역 작업 등이다. 素菴 현중화 선생님의 애제자로서, 제주소묵회 일원으로서 후학양성 등에 나서고 계시다.
 <편집자 주> 

 

제주도, 서귀포. 이 땅의 역사를 탐구하려면 먼저 산과 바다, 바람, 돌, 공기, 온갖 동식물 등 자연의 섭리와 그 역사성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 대자연이 어떻게 순환하며 그 안에서 하나의 생명체인 인간은 어떻게 숨 쉬며 살아가는가, 또한 인간들의 삶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궤적은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상생의 문화를 생성해 내는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인간이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은 교육에 의한 것이다. 교육(敎育)이라는 한자가 품고 있는 뜻을 살펴보더라도 그 이치는 자명해 진다. 교(敎)자는 본받음(效)가르침(訓)알림(告)훈계(訓戒)학문(學)도덕(道德)종교(宗敎) 등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로 풀이된다. 육(育)은 키움(養)낳음(生)성장과 이룸(成) 등의 뜻을 갖는다.
 

교육은 곧 인간형성의 과정이며 사회형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은 생명체로 태어나면서 생태적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익히고 키우는 창의성 등 근원적천부적인 배움의 길을 걷게 된다. 또한 후천적으로 가정과 사회 안에서 부모와 스승, 선배 등을 통해 의도된 목표와 삶의 방향성은 물론 기능, 수단들에 대한 이끌림을 받게 된다. 인간 각자가 갖고 있는 성품,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의 본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땅 제주도, 서귀포시의 역사문화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족적을 살피는 일에 앞서서 그 사회의 교육제도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뤄졌는지 살피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오늘날 교육이 공부, 공부만 하게 만드는 교육이라는 지적을 많이 하지만 조선시대의 교육제도와 교수과정을 되돌아보더라도 오늘날보다 더했으면 더했다. 신분제이고 신분세습의 사회였기 때문에 과거를 통한 신분 상승의 열망은 익혀 배우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회상황 때문에도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급제, 금의환향의 꿈을 이루는 일도 물론 학습과 교육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오늘날 공교육과 사교육이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엄연히 공교육과 사교육이 존재했다. 제주 삼읍에 세워진 향교(鄕校)와 동서남중 사학당(四學堂)이 공교육 기관이었다면 서원(書院)과 서당(書堂)은 사교육을 담당하던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원의 경우에는 향촌유림에 의해 세워지는 것이어서 나라에서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나라의 인재양성과 교화정책에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조정에서 땅을 내리고 사액현판, 노비와 서적 등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서원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였다고 한다.
 

제주에 향교가 세워진 것은 조선 건국 초기이다. 태조3년(1394)이라는 설이 있고 현재 제주의 역사적 기록들도 그렇게 받아 적고 있다. 하지만 조선 500년 역사 기록들을 돌아보면 향교는 분명이 전국적으로 태조元年에 세워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여러 기록들을 살폈는데 『탐라지』에 태조원년이라는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남아 있는 비문 등의 기록을 살펴볼 때에 태조3년 건립으로 보기 보다는 이미 두해 전인 태조원년(1392)에 그 격을 형성했던 것으로 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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