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이 직권상정 되었다. 야당의원들은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시켜 무차별적인 감시사회로 만들게 될 것을 우려하며 표결 저지를 위한 합법적인 수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했다. 47년만이다.
10시간이 넘는 연설을 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전국민 감시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독재시절 숨죽여 살아온 국민들은 국가의 감시 장치들이 결국 민주적 국민들을 억압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출판한 미래소설 『1984』는 감시사회를 그린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감시를 받는다. ‘빅 브라더(소설 속 독재자)가 당신을 보고 계신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같은 기만적인 언어가 『1984』의 의식을 지배한다. 『1984』에서 사람들은 감시 및 통제당하는 데 납득하고 환희에 들떠 자기통제에 동참한다. 기술은 인간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자유를 억압한다. 스마트폰 덕분에 직장인들은 이동 중에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휴가를 가서도 일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공유하지만 때론 국가 기관에 의해 그 스마트폰에 담긴 수많은 개인정보들을 감시받는다.
지난해 3월에 출판된 『심리정치』(한병철)는 현대사회가 『1984』에 그려진 사회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감시사회를 이루었다고 분석한다. 『심리정치』에 따르면 현대 감시사회는 더 이상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빅브라더’에 동참한다. 사람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의 SNS에 자기 자신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올린다. 검색엔진을 사용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그러나 이처럼 자유롭게 활용한 SNS와 검색엔진 서버는 이용자들의 온갖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검색엔진이 수집한 정보는 우리 자신이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우리의 욕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한병철은 정치권력이 이러한 디지털데이터를 통해 투표 행태를 예측하고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심리정치는 심리적 과정에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유의지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 디지털 심리정치는 자유의지를 추월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유는 종언을 고할 것이다.”
자유라는 단어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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