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시간 속을 부는 바람>展 오픈을 앞두고, 12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강요배 화가를 만났다. 강요배 화가의 10대부터 60대까지의 작품 80여 점을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볼 수 있는 전시회에 앞서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이다.

이번 전시는 강요배 화백의 20대 시절 군생활 휴가기간 중에 제주시 관덕정 인근 대호다방에서 열렸던 최초 개인전 이후, 40년 만에 제주에서 열리는 기획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80~90년대 민중미술작품과 70년대 대학시절 작품,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습작들이 선보인다.

전시는 강요배 화백의 60대와 50대, 40대와 30대, 20대와 10대 시절의 작품으로 나뉘어져 걸려 있어 연대별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시대 변화상은 물론 강요배 화백의 화풍 변화와 함께 그 속에 녹아있는 그의 삶의 변화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

그의 대표적 역사화 <동백꽃 지다>는 영상작품으로 만나 볼 수 있다. 화집의 이미지를 슬라이드 영상으로 제작해 제주 4·3의 이야기인 ‘동백꽃 지다’를 영상미를 가미해 보여준다. 11분 44초의 짧은 영상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영상은 화집의 감동을 더욱 짙게 해준다.

그의 10대 시절 작품은 세상의 것을 모방하고 사물들의 형상을 그려보며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려보던 학습의 시기였다.

20대는 부분들이 더 전체적인 개념으로 확장하던 시기로 큰 상징의 개념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삶, 죽음, 신비, 신, 선과 악 등 큰 주제들이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개념을 고민하던 모습이 작품속에 녹아있다. 누구에게나 20대의 청춘은 고민이 많고, 방황을 하는 시기이다. 그런 그의 20대의 청춘 또한 그림 속에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0대가 되면 그는 구체적으로 삶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에는 삶과 사람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보며 작업을 했다. 후반이 되면서는 ‘민중의 화가’, ‘4·3의 화가’라 불리는 것처럼 삶을, 세상을 역사적, 통사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동백꽃 지다’라는 작품으로 나오게 됐던 것이다.

40세 되던 해에 고향 제주로 귀향했다. 제주로 오고 나서 제주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인 ‘동백꽃 지다’에서 사람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자연이었다.

50대가 되면서 제주의 자연을 외부적 대상으로 다루기 시작하고, 50대 후반부터 60대까지는 외부 사물보다 자신의 내면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 바다, 바람, 풀, 나무와 같은 자연의 사물보다, 그 사물에 투영된 '내 마음의 격동, 리듬'을 사물을 소재로 해서 그림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가 시대를 지나오며 그렸던 그 때 그 때 작품들의 소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작품 속에 스며든 것이다. 최근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화백의 내면적인 부분들을 더욱 작품속에 담아 놨다. 그의 작품을 보며 갖게 되는 생각들은 작품을 그릴 때 화백의 내면의 마음일수도, 지금 내 심정을 작품에 반영해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강요배 화백은 다른 변화를 통해 더 단순화하고 압축해 더욱 강렬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그의 인생의 과제이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 했다.

그는 그의 작품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말 많은 주제의 소재들이 형태는 사라지고 향기와 맛깔만 남아있는 상태다.” 한 사람으로서 생을 살아오며 겪었던, 그 당시 시대 상황과 한 개인의 성장과정, 변화되는 이야기들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그가 살아온 시대의 모습과 삶,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064-7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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