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떠나는 동화기행]장수명/동화작가

“아이가……, 바뀌었던 거야, 틀림없어.”

그날부터 아버진 9년 전, 문 산부인과 의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좀처럼 문 산부인과를 했던 의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포기하자. 그래 포기하자. 이제 와서 무엇을…….’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 나섰던 아버지는 문산부인과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아주머니를 만났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요. 하지만 그때 두 산모가 동시에 아기를 낳고, 한 산모는 죽었고, 살아남은 다른 한 산모는 서울 병원으로 옮겨졌어요.”

그 간호사는 지금은 병원을 그만 두었고 더 이상 알지 못한다고……, 그때 함께 근무했던 간호사한명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때 문산부인과 의사가 하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며 연락처를 알아둘 테니, 내일 다시 연락하라는 말만 듣고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왔다.

날이 밝자, 아버지는 아침밥도 드시지 않고, 급하게 나가셨다.

“아주 난산을 한 부인이 있었는데, 아마, 아들을 낳았던 것 같아요. 얼굴이 퉁퉁 부어서 우는 지 웃는지 분간이 안 되던 산모가…….”

의사는 더는 아무 말도 안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게다가 9년 전의 기록들은 그때 불이 나면서 다 타버렸다는 말만 했다.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간호사들도 기억하지 못했다.

“틀림없는 내 아들인데……. 그럼 그렇지 진숙이 그럴 리가 없지…….”

아버지는 혼자 중얼거리며 맥없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며칠 동안 아버지는 술만 드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아주 가끔 전화만 하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여름도 지나고, 가을, 겨울도 지났다.

바싹 마른 나무에 올리브색 물기가 오르기 시작하던 봄, 어느 날 밤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오셨다.

“서울로 이사 가자!”

느닷없는 이사라는 말에 네 자매의 눈은 화등잔만큼 커졌다.

“이사요? 이사 간다고요?”

“서울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만들었다.”

“아버지가요? 그럼 아버지가 사장님이세요?”

지인이가 반색을 하면서 묻는다. “그래. 그러니까 모두 서울로 가야해!”

한 번도 이사를 간 적이 없었다. 네 자매는 두렵기도 하지만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8. 진 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온지 일 년이 지났다.

지민이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네 자매는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졌고, 아버지 사업은 잘 되었다.

“참, 지아야. 이거.”

지민이 언니가 지아에게 편지를 건넨다.

“네가 아플 때 온 거라서 잊어버렸어.”

일 년 전 그 여름의 편지였다.

지아는 편지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받아들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서 혼이 났다. 반가웠다. 주소가 아버지 회사와 멀지 않았다. 하지만 일 년 전의 편지여서 주소가 맞을지…….

그 무렵 어느 날이었다.

“나, 결혼하고 싶은 아줌마가 있는데…….”

아버지의 느닷없는 결혼이야기. 뜻밖의 말에 너무 놀라서 네 자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버지 그러면 우린 어쩌고.”

지인이가 잔뜩 울상이 되어서 아버지를 본다.

“지금 행복한데, 새엄마 들어와서 안 좋아지면…….”

지은이도 아버지 눈치를 살피면서 억지로 말을 한다.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희들이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일어서서 아버지 방으로 혼자 들어가시는 모습이 참 쓸쓸해보였다.

그날, 네 자매는 밤새도록 의논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

“내 생각은 아버지 결혼하게 하자. 너무 오랫동안 혼자 사셨잖아.”

지민이 언니가 무겁게 입을 뗐다. 아무도 말 하지 않았다.

그날 네 자매는 그렇게 밤새 이야기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다. 아침에 네 자매의 눈들이 빨갛게 충혈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어제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말을 한다.

“아니에요, 아버지. 우리 결정했어요. 결혼하세요!”

지민이 언니가 뜻밖의 말을 내 뱉었다. 모두 멍해져버렸다.

“정말, 정말. 해도 되겠니?”

아버지는 금세 입가에 웃음을 흘리면서 네 자매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놀라긴 했지만, 네 자매는 아버지에게 그러라는 표정을 보인다. 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한다. 그리고 새엄마 될 분의 자랑을 한다.

아주 오랜만에 아버지와 네 자매는 외식을 했다.

“내가 그 새엄마 될 아줌마를 만난 건 꽤 오래 되었다. 처음엔 그 아주머니 일을 도와주다 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을 조금 투자해서 함께 동업을 하게 되었 지. 그러다보니까 서로 의지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새엄마 될 아줌마 이야기를 하느라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다.

“지금도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 그럼 언제 만나야 하지 않아요?”

또 큰언니 지민이가 묻는다.

“그래, 다음 주 토요일쯤에 시간을 내서 만나도록 하자.”

“좋아요.”

드디어 토요일이다.

여름날 오후 7시는 초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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