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지휘부의 판단력 부족? 혹은 의도적인 자극?

  • 도외 보수언론들 사실 왜곡·조장하며  '2차 가해'
  • 군 지휘부의 판단력 부족? 혹은 의도적인 자극?

 

34억 원에 달하는 구상금 청구 소송이라는 벼락같은 소식이 떨어진지 한 달 가량 되어 가고 있다. 이번에는 강정마을 내에 총으로 무장한 군 병력들이 나타나 강정마을 주민들이 놀라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4월 28일 마을 내에서 군 병력이 이동 중 총을 들고 경계하는 훈련이 진행된 것이다. 이에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마을 주민들이 "군 지휘관을 향해 총알을 장착했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 군 트럭에 올라 탄 장병들이 외부로 화기를 겨누며 경계하는 훈련 중에 주민들에게 저지당했다. (사진=강정마을회 제공)

 

29일 해병대 제9여단장과 해군제주기지전대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은 대비태세 확립과 전투임무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군경 및 유관 기관이 참가하는 제주민군복합항 통합방만호 훈련 중 일어난 일”이며 “훈련 목적상 트럭에 타고 병력이 이동 중에 사주경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이를 두고 해군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보도된 것은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시민연대(홍성우 대표)는 이번 훈련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군사훈련은 필요한 여건에 맞춰 가상의 상황에 대비하는 행위이다. 수류탄 훈련을 할 때 실제 수류탄이 아닌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나? 뛰어난 군 지휘관이라면 위험과 갈등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한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이번의 경우도 군 지휘관이 현장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이동경로 파악, 사주경계 훈련을 별도의 공간에서 나눠 진행할 수도 있었다.”

"강정마을회와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주민들을 자극한 것은 아닌가?” -서귀포시민연대


오랜 시간동안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싸움을 해온 강정마을에는 군사 문화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서귀포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구상금 청구 소송으로 인해 해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정마을회에서는 강정마을 안길에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출입을 엄금한다’는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설치해 뒀다. 그런 마을 안에 총을 든 군이 나타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뻔한 일 아닌가? 그와 같은 상황에서 총구를 바깥으로 겨눈 군 병력을 마을 내에 출동시켰을 때 주민들이 자극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훈련을 진행함에 있어서 해군과 해병대 측이 강정마을회와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주민들을 자극한 것은 아닌가?”
강정마을회는 성명서를 통해 “총을 보고 80세가 넘는 노인이 몸이 떨려 잠을 자지 못했다. 제주 4·3사건과 6·25 전쟁을 겪은 사람에게는 극한의 공포가 될 수 있다”며 “해군기지 갈등해소는 고사하고, 구상권을 청구해 주민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기지경계 훈련을 이유로 공포분위기까지 조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4·3 당시 현 강정초등학교의 서남쪽이었던 메모루동산 일대에서 도피자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주민 12명이 토벌대에 의해 총살당하는 등의 참혹한 4·3의 기억이 남아있는 강정마을에 다시 군인들이 총을 들고 나타나면서 당시의 공포와 불안까지 엄습한 것이다. 강정마을의 상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유수의 도내 언론들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듣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도외 언론들은 강정마을의 일부 주민들이 마치 현역병들을 비판한 것처럼 왜곡·조장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로 큰 상처를 입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한 ‘2차 가해’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 주민들이 우려했던 부분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는 것" -위성곤 국회의원 당선자 


위성곤 서귀포시 국회의원 당선인은 30일 해군기지를 방문해 김동일 제주기지 전대장 등 주요 지휘관을 만나 주민들이 위협감을 느끼게 한 이번 훈련과 관련해 유감의 뜻 표명했다. 위성곤 당선인은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 주민들이 우려했던 부분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부분(사주경계 훈련을 통한 위협 등)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결국 해군기지는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문제”이니 “지역주민과 함께 하기 위해 고민하고, 주민들의 마음을 살펴 달라면서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 

  • 함께 살아가야 할 강정마을회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어…
  • 군, 마을 주민을 이길 것인가? 아니면 상생할 것인가?


이와 같은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해군 측에서 강정마을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내 각계 시민단체에서 일고 있다. 지금까지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마을회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구상금 청구 소송에 대한 항의차원에서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도로 변에 천막마을회관을 세운 것 역시 마을회 임시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마을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직접 훈련 중인 군 트럭에 다가가 항의한 사실에 대해 해군은 ‘일부 반대주민과 반대활동가’가 항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경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강정마을회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군 측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항상 마을회 차원에서 발표해 왔다. 그러나 해군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일부 반대주민’ 몇몇만 해군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표현해왔다. 이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축소·왜곡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이번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군 트럭을 막아서고 병사들이 이동 중 총을 겨누며 사주경계를 하는 훈련에 대해 현장에서 군병력을 통솔하고 있는 지휘관에게 항의한 것은 일부 반대주민이 아닌 강정마을회 즉, 강정마을주민들의 대표로서 항의한 것이다. 해군 지휘부는 그 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군 장병들이 마을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손자병법에는 그 유명한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적이 아닌 마을주민들을 대할 때는 그 말을 조금 바꿔 ‘지피지기상생평화’라고 쓴다면 어떨까. 제7해군기지전대가 강정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이길 것인지, 아니면 주민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 기반한 상생·평화를 이룰 것인지 서귀포시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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