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법환초등학교 앞에 오래된 공방이 있다. 서귀포에서 ‘꽃’하면 알아주는 오영희 선생의 공방이다. 이 공방에서는 꽃꽂이도 하고 도자기도 굽는다.

오영희 선생은 77년도에 결혼하고 바로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 가정을 꾸린 주부가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시절이었다. 그녀는 취미로 시작한 꽃꽂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서울이며 해외며 학회, 전시에 참석하며 참 부지런히 다녔단다. 80년대 여성들의 문화생활을 짐작해보면, 제주 서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다닌다는 것이 녹록치 않았을 일이다. 그녀는 그 때를 회상하며 묵묵히 응원해주었던, 지금은 돌아가신 남편을 떠올린다.

그녀는 서귀포에서 태어나고 자라 결혼을 하고도 서귀포에 자리를 잡았다. 순수 서귀포 토박이이다. 어떻게 ‘꽃’을 만지기 시작했는가, 물어보니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가 어린 시절에는 온 사방이 풀이며 나무며 주변 동산에서 꽃을 꺽어와 소주병에 꽂아 나무 궤짝으로 책상 삼던 곳에 장식하곤 했단다. 그런 유년시절의 기억이었을까? 70,80년대 서귀포는 문화생활이란 것이 전무했을 때였다. 그녀는 자연스레 ‘꽃’을 찾기 시작했다.

그저 자기가 좋아 취미로 만지던 ‘꽃’을 어느새 그녀는 선생이 되어 하나, 둘씩 다른이에게도 꽃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2000년 즘에는 꽃과 어울리는 오브제를 찾아 ‘도자기’에 입문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꽃과 도자기 인생이 어느새 40여 년이 되어간다.

소화꽃예술, 소화공방은 회원들의 작품을 2년에 한 번씩 꾸준히 전시해오고 있다.

그녀의 오랜 경력에 비하면 그녀의 개인전은 지난해가 처음이었으니, 좀 늦은감이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그녀 자신을 표출하기 보다 회원들을 위한 마음이 앞섰기에 오랜 시간 동안 회원전에만 집중을 했다. 지난해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은 평생을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었다.

꽃을 만지며, 자연스레 조경도 공부하게 되어 그녀는 제주도 내 꽤 많은 곳들의 실내 조경을 하기도 했다.

소화공방에서는 꽃과 식물과 도자기의 조화로움을 통합적이고 다양하게 수업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수업이지만, 수업을 들으러 오는 이들의 표정이 더없이 행복해 그것을 보고 있는 그녀 또한 에너지를 얻는다. 일상에서 오롯이 나를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기에 수업을 들으러 오는 시간이 스스로에겐 위로와 쉼의 시간이 된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젊은 시절 가족들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 오랜 세월들을 지나, 문득 모든 것이 다 떠나버렸을 때 느끼게 되는 허전함, 그것이 더 깊어져 우울한 마음이 커질 때, 꽃을 만지고 도자기를 만지면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 위로를 얻고 간다.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위로할 수 있을 때 그녀는 더없이 행복하고 보람된다고.

그녀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서귀포에서 꽃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을 그저 묵묵히 풀처럼 흙처럼 변함없이 도드라지지도 않게 내 길을 걸어왔다. 그 길들의 끝자락 즘 뒤를 돌아보니, 내가 타박타박 밟고 지나온 길들이 더 없이 감사하다.

꽃을 사랑하고 꽃과 인생을 함께 온 그녀인 만큼 요즘의 꽃 문화에 아쉬운 마음을 표한다. 우리의 꽃보다 수입 꽃들이 너무 많아졌단다. 우리 것들이 점점 사라져감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귤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품고, 무꽃처럼 잔잔하지만 소박하게 아름다운 사람. 참 꽃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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