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요즘 많이 바쁘시죠? 남극노인성 연구와 관광자원화에 애쓰고 계신데요. 노인성의 민속학적 의의라면 어떻습니까.

노인성은 궁중문화부터 서민까지 아우르는 민속학적 가치가 무척 큽니다. 특히 노인성제는 국가제전이었는데요. 노인성이 나타나 밝게 비추면 국운이 융창하고 전쟁과 병란이 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또 별을 본 사람은 무병장수한다고 여겼고요.조선왕조 실록에는 도화원에서 세화라고 해서 노인성도를 그려 신하들에게 나누며 덕담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서민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것 역시 노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연두를 퍼뜨리는 역신을 물리치는 의식을 구나 또는 나례라고 하는데요. 고려시대 이색 선생이 쓴 <구나행>이라는 칠언시에 노인성이 등장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나례의식이 많이 행해졌죠.

민속놀이에서 남극노인성 가면과 탈이 등장하고요.그게 제주에서도 이뤄졌다는 기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돈내코에 영천관지, 영천사지가 있는데요. 거기 남아 있는 마애명이 관나암(觀儺岩)입니다. 나례의식을 봤다는 기록이죠. 문헌기록은 없으나 이원조의 <탐라지초본>에는 영천사 스님이 썼다고 되어 있어 서귀포에서도 이 의식이 행해졌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기록인 셈이죠.조선 최고 효도를 보인 정조 임금은 별에 대한 제사를 지낼 것을 <성단향의星壇享儀>라는 책을 만들어 세세하게 설명 지시했어요. 음식은 어떻게 차리고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절을 할 때 무슨 음악이 연주되어야 하는지까지, 무척 예술적인 임금이었던가 봅니다.(웃음)

탐라순력도로 유명한 병와 이형상 목사는 비록 절오백, 당오백을 없앤 이로 이름을 남기지만 조정에다 "제주도는 본래 노인성이 비추는 곳입니다. 노인성 제사를 지내야겠습니다”라는 보고를 하거든요. 역사적인 의미가 무척 큰 기록입니다. 서귀포 칠성당 본풀이에도 노인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1년에 한번 제사를 지내게 되면 명이 짧은 이는 명을 이어준다고 표현됩니다.

삼매봉 남성대, 남성정도 노인성을 보던 장소였고요. 남성정은 1968년에 세워졌죠. 고응삼 시인은 '여기가 바로 남극노인성을 보던 자리다’라 표현하셨죠. 현화진 선생님의 남극노인성 예찬 시를 소암 현중화 선생님 글씨로 새겨 놓기도 했고요. 1960년대까지는 남극노인성을 보던 모습이 많았다고 봐요. 단지 70, 80, 90년대, 2000년대 들어서 우리가 못 봐왔을 뿐이죠.

 

▲서귀포예총에서는 노인성 관광 자원화, 상품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자체가 야간관광이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야간관광지라고 가보아도 조명 시설 불빛을 따라 걷는 정도이고요. 산책개념일 뿐이죠. 별은 태양과 다릅니다. 별을 보면 사람 마음이 추슬러진다는 말을 합니다. 악한 사람이라 해도 선해질 것 같고, 어떤 소원이든지 들어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내 별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저 별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말이죠. 별을 헤아린다고 하면 북극성, 북두칠성, 오리온자리 정도라고 할까요?

노인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서귀포에서밖에 안 보이는 별입니다. 수평선 남쪽으로 뜨는 별이기 때문이죠. 성산일출봉에서 대정읍 무릉리까지 서귀포 지역에서는 어디서든지 노인성을 볼 수 있습니다. 서귀포밖에 없는 콘텐츠라 할 수 있어요. 서귀포 남쪽 수평선 조금 위로 낮게 뜨기 때문에 망원경 없이도 육안으로 다 보입니다.

노인성은 우주에서 두 번째 밝은 2등성 별입니다. 그래서 서귀포 문화관광 상품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일명 ‘복녹수(福綠壽)’ 삼성(三星) 상품이라고나 할까요? 재운과 관운, 명운을 가져다주는 남극노인성이 주는 특성을 살리는 겁니다.

조선시대 <국조오례의>를 보면 별에 대한 제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농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영성에 제사 지내고, 국운 융창, 무병장수를 위해 노인성에 대한 제사를 지냈고요. 노인성은 가을 추분 무렵부터 이듬해 청명 때까지 관측이 잘됩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에 들어와서 화장품과 삼계탕 등에 필이 꽂혀 있다고 합니다. 구경하러 온다기보다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죠. 노인성은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상품으로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중국에서는 남쪽 지역에서만 보이고 동쪽 산간지대에서는 관측되지 않기 때문에 무병장수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 대상으로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노인성과 연계한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화장품과 여러 가지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우리 서귀포예총에서 이미 8개분야 160개 품목을 상표등록출원했어요. 농수축산물을 비롯한 제주 특산물 등을 재료로 하는 상품들이죠. 장사라기보다 우리가 먼저 상표를 선점한다는 의미입니다.

토정 이지함 선생 같은 분은 노인성을 보려고 한라산을 세 번 올랐다고 합니다. 그 정상 지번이 서귀포시 토평동 산 15-1번지거든요. 서귀포를 다녀간 것이죠. 별을 보려고 험한 바다를 건너며 세 번씩이나 다녀갔다는 의미는 대단한 것입니다.

서귀포에 온 분들은 노인성을 세 번은 봐야 무병장수한다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세 번 보려면 적어도 3일은 서귀포에 머물러야 하고 날이 맑지 못하면 더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고요. 시민들을 상대로 이러한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먼저 알아야 설명도 가능할테니까요.

그리고 서귀포시 협조를 얻어 올레길이라든지 오름, 도로 등 노인성이 보이는 장소의 좌표를 찍은 안내판을 세우려 합니다. 성산읍 오조리부터 대정읍 무릉리까지 1㎞ 단위로 세우면 90개 정도가 될 겁니다. 표지판에서 안내하는 대로 그 방향에서 바라보면 바로 노인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인간수명을 연장시키고 무병장수시켜 준다는 별은 노인성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의미가 무척 클 것입니다.

 

▲노인성 관련 행사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죠?

노인성제를 지내기 시작했죠. 이 제사는 임진왜란 이후에 끊겼다가 정조 임금 때에 노인제를 지내라 명하고 제사 지내는 법과 제단 차림, 제례악 등을 망라한 책을 만들었으나 3년 후 승하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고 하는데요. 제례악과 역신을 물리치는 나례, 가면극 등 제례를 재현하려고 합니다.

가을철 노인성이 뜰 즈음해서 매주 토요일 노인성 보기 행사를 펼칠 겁니다. 별 해설사 58명이 이미 교육을 수료한 상황이고요. 6, 7월에 전시회도 준비중입니다. 국립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경기대와 계명대 박물관, 삼척시립박물관 소장 노인성 도서 등의 원본 파일 사용 협조를 이미 받아 놓았어요.

노인성이 등장하는 추사 김정희, 동계 정온, 이색, 이정복, 김상헌, 권근 선생 등의 시편 중에 10수 정도를 추려서 함께 선보이게 될 겁니다. 9월 중순경, 노인성이 뜨기 시작하면 연계해 펼쳐질 행사들이 많을 것입니다.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하면서 동아리, 이주문화예술인들,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서귀포예총에서는 올해 김광협 문학제도 계획하고 계시죠?

네. 계간지 <발견> 발행인인 황학주 시인이 ‘김광협문학상’ 제정을 제안했어요. 서귀포시 협력과 지원, 우리 예총은 보조자로서 <발견> 측이 시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시상금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시상식은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계획되어 있고요. 제1회 김광협문학제는 예총 주관으로 해서 김광협 선생님이 살았던 호근동과 학교생활을 했던 토평동 지역민들이 적극 참여하게 될 겁니다.

이중섭예술제와도 어우러지는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서귀포는 물론 제주 전역에서도 문인 이름을 걸고 수여하는 문학상 제정은 처음이기도 하죠. 이와 함께 문화예술 안에서 노인성이 재조명됨으로써 서귀포시가 예향이면서 장수의 고향 ‘수향(壽鄕)’으로서 정감 깊은 도시, 서귀포에 오면 누구든지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로 각인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홍보와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서귀포문화원을 비롯해서 서귀포시노인회, 서귀포시관광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과 협약을 체결해 나가고 있죠. 그뿐 아니라 제주마산업 같은 지역내 기업이라든지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아시아 뉴스 통신 등 중앙단위 기관과 미디어 매체와도 협약을 진행하려 합니다. 앞으로 읍면별로 업무협약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고요. 타지 개인 자격으로 요청해 오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우선 제주지역 분들부터 먼저 배려하려는 생각입니다.(웃음)

 

▲끝으로 한 말씀 더 해주신다면?

우리 주변의 문화재가 건드리면 안된다는 식의 액자형 문화재로 보존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문화재에 남겨진 유산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 활용하고,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한란자생지에 감상원을 마련한 뜻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보고 느끼면서 공유하자는 의미거든요. 보목동 파초일엽 육묘장이라든지 정의향교, 대정향교 등에서 행해지는 성인의 날 예식도 그렇죠. 혼인지 전통혼례 역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이죠. 문화재에 대한 접근을 통해 현장체험도 곁들여지는 것이고요.

앞으로 문화재에 대한 개방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러자면 문화예술 관련 법령들이 정비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할 수 있다.”라는 조문은 해도 되고 안해도 그만이라는 의미이거든요. 이러한 조항의 자구 전체를 “∼해야 한다.”로 바꿔야 합니다. 강제 규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동안 행정부에서나, 도지사의 정책 방향에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있어왔거든요. 그처럼 일관성이 없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관련 부서에서 "예산이 없어서 못하겠습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형평성 때문에 안 됩니다.” 같은 편의적인 답변들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우리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분들이 대폭 증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