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Tour]그림책갤러리 제라진

제주시 삼도2동 문화예술의 거리에 그림책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그림책갤러리 제라진’.
이곳은 제주의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에서 운영하는 공간으로, 2014년 9월에 갤러리 공간이 오픈됐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운영되던 시민단체에서 갤러리 공간을 마련하며, 조금 더 제대로 된, 알찬’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제주방언인 제라진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를 시작했다.

제주의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은 2012년 서울에서 활동하던 시민운동가와 그림작가 등의 참여로 구성되어 지역에 흩어져 있는 활동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출발됐다. 제주에서는 제주어린이도서관, 설문대어린이도서관, 제주그림책연구회 등 여러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조금 더 확장된 형태로의 활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와 맞물려, 당시 제주시에서 추진하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빈점포 살리기 프로젝트로 갤러리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를 계기로 조금 더 안정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펴게 됐다.

7, 8년 전까지만 해도 구도심의 중심가에서 오랫동안 방치되듯 비어있던 공간이 그림책 전시공간으로 탈바꿈되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그림책갤러리 제라진에서는 시민활동가들이 직접 기획해 두 달에 한 번 기획전을 마련해 선보인다. 대중적인 그림책, 실험적인 그림책, 시민창작 그림책,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이용한 아이들을 위한 전시 등 큰 주제 안에서 매번 새로운 소주제로 전시를 준비한다.

많은 작품이 전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 갤러리가 아닌 공간에서 시민활동가들로 구성된 이들이 두 달에 한번 씩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기에는 긴 시간이 아니다. 작품에 어울리는 내부 장식을 구상하고 만들고 배치하는 일 또한 모두 이들의 몫이다. 전시 공간의 배경 또한 작품을 더욱 부각시킬 수도 있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40여 명의 활동가들이 각각 업무를 분담해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책의 전시뿐 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드로잉수업, 그림책 읽기 모임, 그림책 강연, 그림책 창작 워크숍+전시 기획 워크숍 프로그램들은 그림책과 관련된 여러 내용들을 기반으로 해 수업을 진행한다.

시민단체이다 보니,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조금 더 많이, 다양하게, 넓게 활동 반경을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림책을 사랑하고 알리고 있다.

이곳에 전시되는 그림책의 작가들 또한, 그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이해관계 없이 전시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다. 작가의 아이디어를 더해, 실제 작업하는 도구들을 현장에 배치하기도 하고, 원화를 그대로 노출시켜 전시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욱 실감나게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과 작가의 생각, 그때의 느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013년에 만들기 시작한 시민 창작 그림책은 지금까지 총 29권이 나왔고, 매년 1회씩 책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시민 작가는 자신의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도서를 읽고 참고하기에 작가 스스로에게도 다양한 독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는 작업이다.

중앙의 것을 그냥 답습하고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 그림책 문화 공간으로 우리 지역의 것, 제주 사람으로서의 나를 잘 구현해내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우리 지역의 의미 있는 문화적, 정신적인 것들이 우리의 손. 특히 제주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기획하고자 한다.  그림책갤러리 제라진은 지역 문화 공간으로서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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