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서 기조연설 “연대의 흐름”

제주포럼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관훈클럽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사무총장 임기만료 후) 가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발언했다.

국내 정치계는 반 총장의 이러한 발언을 사실상 ‘대선 출마’ 시사로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이다. 국민의 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외교관으로서는 가장 센 (대권 출마 의사) 표현이다.”라면서도 임기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강한 톤의 대권 출마 시사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촌평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집권당의 내부 사정이 매우 복잡한데다 반기문 총장까지 오셔서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을 하는 바람에 나라가 좀 더 어수선하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과거에 나라가 어려울 때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지 않으냐.”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전직 외교장관, 전·현직 외교부 인사들과의 조찬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이 대선 출마하는 것처럼 과잉, 확대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들이 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오전 10시 2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열린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행한 기조 연설을 통해 아시아 내 초국가적 상호 협력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먼저 “처음 제주평화연구원이 설립될 때 외교부장관직에 있었다”는 인연을 강조하면서 “UN사무총장에 취임했을 때 한국인들에게 ‘한국과 세계가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 매일매일 한국의 위상, 전체 아시아의 위상을 되새기면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반 총장은 “아시아는 다양성을 키우면서 공통성을 확대시키는 일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과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할 것인가에 아시아의 해답이 있다. 유감스러운 역사적 이슈에 대해서는 미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아시아 국가간 대화와 참여 확대는 물론 풍부한 파트너십과 협력, 연대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면서 폭력적 분쟁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반 총장은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언급을 덧붙였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은 북한 안보에 저해되고 북한 주민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라며 “북한의 군사비는 많지만 북한 어린이와 인권은 체계적으로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적인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물의 이미지를 발언의 마무리로 삼았다. “물은 지혜와 연속성, 부드러움, 연성을 의미한다. 아시아는 이런 가치를 충분히 확산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시아 대륙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연대의 흐름이 더 큰 세계, 더 큰 평화를 향해 나갈 수 있기를 소원한다”며 발언을 맺었다.

25일 제주에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오전 전직 외교장관 및 전·현직 외교부 고위인사들과 조찬을 한데 이어 오찬은 원희룡 제주지사를 비롯해 이홍구 전 총리와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 등 제주포럼 참석 주요 인사들과 함께했다.

반 총장은 26일, 27일 이틀동안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해 참석한 후에 27일 밤 서울로 돌아온다.

28일에는 서울에서 가족모임, 건강검진 등 개인일정을 갖고 29일 오전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이후 경북 안동으로 이동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을 방문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30일은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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