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 역할 제대로 된 인식 필요"

제주에 문화예술 인구 유입이 많아지고 박물관, 미술관 등의 시설 증가와 더불어 각종 전시회가 곳곳에서 연중 열린다. 이런 현상에 따라 필요한 인력 중의 하나가, 바로 학예사일 것이다.

현재 제주에서 많은 전시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학예사의 수는 태부족이다.  몇 년 전부터, 제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자주 함께 하는 프리랜서 학예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정희 학예사. 서울에서 서귀포로 온지 5년째 되는 정착민이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면서 미술 기획에 더 큰 관심과 적성을 두고 학예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다. 서울에서 준학예사 양성을 위한 인터넷 강의와 더불어 책을 써 출간하고, 현장에서 전시기획일을 했던 그는 어느 사립박물관이 제주에 건립될 때 학예사로 참여하면서 제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제주로 이주하고 사립박물관, 이왈종미술관 등에서 학예사로 일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개관 당시 개관기념전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교육발전기금, ICC JEJU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했다. 현재는 제주의 언론 분야에서도 칼럼리스트로도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5년 여 동안 제주 문화예술의 변화를 지켜보며 학예사로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제주에는 너무나 많은 박물관, 미술관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허가를 받기 위한 박물관, 미술관이 많지요. 그에 걸맞은 학예사의 역할을 하는 인력이 별로 없어요. ‘박물관, 미술관’이란 명칭을 사용할 만큼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봐요. 기초부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학예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등이요.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갤러리의 학예사 개념은 서로 다르거든요. 제주도에 생겨난 많은 박물관이 관광지 성격, 체험 위주로 이루어지고, 법적인 조건에서 박물관이라는 조건에 맞추어 승인만 받고 실제로는 관광지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요. 이런 차이에서 진정한 박물관의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학예사는 역할을 할 자리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지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에게 제주의 박물관은 진정한 박물관이 아니다, 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제주에서 전시를 기획하며 가장 포인트를 두는 것은 육지에서 이름난 작가들을 제주로 유입시키기보다, 가까이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예술계는 우리가 주도하기보다, 세계의 흐름에 따라가는 추세라고 봐요. 어디서 누가 유명하다더라, 하면 그것을 따라하는 거죠. 우리가 주도하는 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의 유입이 많아지고 있는 제주에서도 ‘제주’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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