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 개혁대상 아닌 인식의 토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통과 현대가 놀이와 문화로 어우러진 도깨마당이 강정생명평화교회에서 신명나게 열린다.

강정생명평화교회(조영배 목사)가 주최하는 어린이 토요 문화 놀이터인 도깨마당이 6~7월과 9~10월 총 8회 일정으로 마련됐다.

서귀포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도깨마당은 제주 전통으로 마당에서 일과 노래를 통해 도리깨질(도리깨로 곡식 이삭을 두드려 낟알을 떠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너른 마당에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놀이와 문화로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문화 놀이터를 뜻한다.

이곳 장터의 특징은 장터화폐라 불리는 대안화폐를 사용해 믿고  거래하는 경제, 어린이 주도의 경제활동을 한다.

아나바다를 근본으로 하는 장터는 물건을 팔아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목적보다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플리마켓을 근본으로 한다. 그렇기에 이곳 장터에서는 지금 제주에 산재해 있는 다른 플리마켓처럼 경제 활동을 통한 상업적인 이윤 추구가 목표가 아니다.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 신발, 이제는 읽지 않는 책,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 등을 상품으로 갖고 나온다. 이날, 장터에서 다 팔지 못하는 물건은 아름다운 가게 기부물품으로 내놓기도 한다.

어린이가 주도되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토요장터인 도깨마당은 플리마켓 뿐만 아니라, 물놀이터, 문화재놀이터, 놀이터워크샵, 어린이문화재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문화재놀이터는 전통 빙떡 만들기, 초가집 줄 꼬기, 도리깨질, 방아질, 맷돌질 체험, 서낭목 기원지 매달기, 연물치기 등을 체험한다.

놀이터워크샵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놀이와 체험, 문화로 소통하는 퍼포먼스다. 움직임, 그림(자), 만들기, 따라하기, 춤, 음식, 오감, 웃음, 신체, 재활용품, 물, 흙, 바람, 나무, 소리, 글자, 모형, 숫자, 퍼즐, 카드, 구슬, 그림책, 사진, 협동, 평화, 의사소통 등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 그리고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활동으로 가족과 소통하는 놀이식 워크숍이다.

어린이문화재학교는 서귀포에 어떤 문화재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옛 이야기를 듣고 경험해보는 체험형 탐방 프로그램이다. 바당과 해녀, 허벅, 도리깨질, 가락춤, 약천사, 덕수리문화재 등을 주제로 강정생명평화교회의 조영배 목사가 프로그램을 기획해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과 활동을 제공해 진행한다. 그는 교회 목사일 뿐 아니라 한국민요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제주대 교육학과 교수로 우리의 전통과 교육을 중시하는 학자다. 우리 아이들에게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함께 교육이 되어야 함을 중시하고, 문화재학교에는 반드시 부모가 어린이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

'토요장터'를 기획한 강정생명평화교회 조영배 목사를 만났다.

△토요장터를 기획하게 된 의도는 무엇인가?

제주도 전통문화나 전통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고 30년 가까이 연구와 현장조사를 하며 느끼는 것은 21세기 사회가 되면서 전통은 점점 나이드신 분들이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전통이란 것은  옛날 어느 시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누적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에 이것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장터 마당을 열면서 그 속에 서귀포시내에 있는 전통 문화 자원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구해보게 됐다. 이 행사의 기본 취지는 우리의 살아있는 전통 문화를 미래시대에 어떻게 현재화 할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기획된 것이다.

△어린이문화재학교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가?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면서 학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서, 이론적인 것과 체험을 같이 병행한다. 기본적으로 실내에서 하는 체험에서는 맷돌질, 방아질, 마당에서하는 도리깨질, 줄꼬기 체험을 하면서, 또 그 속에 있는 노래도 배워본다.

제주도는 돌 문화가 많은데, 자연적 아름다움으로만 설명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문화적 자원으로서 설명하고 체험하려고 한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성읍마을로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듣고 체험을 했다. 성읍마을은 우리 국가가 지정한 중요민속문화재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하고 현장 체험도 하며, 문화재로 지정된 오메기술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기도 했다.

어린이나 어른들도 전통 문화나 문화재 그러면 옛날 집이나 옛날 놀이로 생각하는데. 문화재는 자연도 문화재이다. 예컨대, 서귀포의 천지연도 문화재이다. 바로 강정 인근 지역에도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있다. 담팔수, 강정천 등 자연환경과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공부도 하고 답사도 하려고 한다. 또한, 덕수리는 성읍민속마을 만큼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불미(풀무)공예로 유명하다. 그리고 연자방아가 있다. 연자방아는 마을 공동체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이런 자료들을 전통 문화로 배우고자 한다.

△도깨마당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것인가?

우리도 어렸을 때 수많은 기억 중에 어느 하나가 유독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곤 한다. 그것이 반추가 되어 역사적인 것과 이어진다고 본다. 아이들이 그것 하나만 기억해도 이 프로그램은 성공한 것이라 여겨진다.

지금은 플리마켓과 문화재학교가 이원화되어 있지만, 이것이 일원화 되도록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팽이, 연과 같은 전통적인 놀이를 장터와 연계해 보는 것이다. 직접 만든 팽이나 연을 경매 방식을 통해 값을 매기고 판매가 이뤄지면, 그 수익으로 장터의 다른 물건을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통문화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해나가야 할 방향이라면?

지금도 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이 있지만, 전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훈련을 해서 적절하게 배치해주는 것이 행정에서 할 일이라고 본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원 도정이 나서고 있는데 그 포인트는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에 관한 것은 조금 뒤처져있다. 문화해설사와 같은 인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다원화시켜 누구든지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강구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설을 하는 데 있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초석을 쌓고 계시는데,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방향은?

주최가 어디가 됐든 간에, 어린이들을 살아있는 전통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중요하다.
과거에 전통은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인지했다. 해석학적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이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인식의 토대이다. 누적된 전통 속에서 내가 만들어진 것이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틀 속에 있는 것이 전통이다. 이것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이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서 현재 살아있는 전통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키고 강화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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