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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에서 사용하는 공기통을 사용하지 않는 다이빙을 말한다. 잠영과 숨참기 등도 프리다이빙 종목에 포함된다. 프리다이빙은 기록을 재는 스포츠로 볼 수 있다. 잠영의 경우는 숨을 참고 한번에 잠영한 거리를 따진다. 프리다이빙은 여타 해양 스포츠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호흡법을 익혀 폐활량을 증대시키고 평상심을 기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호흡을 통해 평상심을 기르는 훈련을 한다는 점이 스포츠보다는 명상에 가깝다. 말하자면 프리다이빙은 바다에 명상을 더한 스포츠인 셈이다.

법환에서 프리다이빙을 가르치는 조인래씨를 만났다. 바다의 명상가 조인래씨는 2014년 2월에 제주에 아내와 함께 제주에 입도했다. 그의 아내는 해녀 교육을 받고 어촌계 가입을 준비 중인 애기해녀 전소영씨다. 전소영씨는 ‘꽃해녀의 그림일기’라는 제목의 만화를 연재중인 ‘만화 그리는 해녀’다. 전소영씨는 프리다이빙 교육 스텝으로도 함께 하고 있다. 부부는 격려하고 걱정하며 따로 또 같이 ‘물질’을 하고 있다.>

 

프리다이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IT 쪽에서 오래 일했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주에서 스노쿨링을 해본 뒤 바다에 매료되었다.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 스포츠를 알아보던 차에 프리다이빙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스쿠버와는 달리 장비 부담이 크지 않았다. 프리다이빙 전문 교육을 받고 훈련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프리다이빙을 위한 몸을 만들게 되었다.

 

프리다이빙은 아직 생소한 스포츠다.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핀(오리발)과 웨이트(무게추)를 달고 수직으로 바다 깊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 프리다이빙의 가장 기본적인 프리다이빙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뷰이(부표)와 버텀웨이트(수중닻 역할을 하는 무게추) 사이에 연결된 줄을 잡고 내려간다. 프리다이빙도 그 안에 다양한 종목이 있다. 빠른 침강 속도로 인간의 신체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무제한(노리미트) 종목이 있는가 하면 웨이트나 핀의 사용 여부와 규칙에 따라 여러 가지 하위 종목으로 나뉜다. 지난 2~3년 사이 프리다이빙 관련 여러 단체가 한국에도 많이 들어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1만 명 정도의 프리다이버가 있지 않을까 싶다.

▲ 사무실에서 만난 조인래씨는 부드럽고 유머러스했다.(사진=김재훈)

다른 요소들보다 호흡 훈련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들었다. 굉장히 명상적이다.
요가 등에서 호흡법과 몸을 유연하게 하는 스트레칭법 등의 요소들을 가져왔다. 프리다이빙은 도달하는 깊이를 재고, 시간을 재는 스포츠다. 스포츠지만 정신적인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다. 호흡은 물론 신체의 유연성과 발란스가 중요하다. 프리다이빙을 위해서는 호흡법 훈련을 통해 폐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몸을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긴장을 풀어야 한다. 긴장하게 되면 일단 몸이 경직되고 그만큼 산소가 빠르게 소모된다. 불필요한 뇌활동도 산소를 소모한다. 평상심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교육은 어디에서 진행하고 있나?
교육은 월평포구, 범섬 등에서 진행한다. 레벨1은 수심 10미터, 레벨2는 수심 16~20미터다. 레벨마다 10미터씩 늘어나는 셈인데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 이상은 가까운 해안에서는 수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위험한 스포츠다. 극기의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프리다이빙은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결코 자기 자신의 한계에 이르면 안 된다. 프리다이빙은 자기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저쪽으로 밀어두는 느낌으로 한계와 마주한다.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아닌 한계를 밀어둔다는 의미가 새롭다. 두려웠던 순간은 없나?
얘기했다시피 훈련을 할 때는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 편하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한번은 뱃소리가 유난히 신경 쓰였던 적이 있다. 깊은 물속이라 바다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평상심이 흐트러져 목표 수심에 도달하기 전에 올라와야 했다.

 

호흡법을 좀 알려 줄 수 없는지?
각 레벨 별로 호흡법과 스트레칭법 등이 각각 다르다. 일반 사람들은 폐의 25%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호흡법을 배울 때는 폐를 100% 활용할 수 있는 연습을 한다. 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갈비뼈를 열어 흉곽을 충분히 확장시켜야 하고 복식호흡법도 동원된다. 폐활량을 증대시키는 특수한 훈련들도 필요하다. 레벨이 높아지면 훈련하는 호흡법도 조금씩 달라진다. 디테일한 방법은 교육을 받으시면 전수해드리겠다.(웃음)

 

프리다이빙의 가장 매력적인 면은 무엇인가?
평상심과 긍정성이 강화된다. 깊은 바다에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 횡경막에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두려움 때문에 산소 소비가 빨라지고 자세가 망가지게 된다. 그 역시 훈련을 통해 극복된다. 평상심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생활에도 반영된다. 기록을 재는 스포츠다. 잠수하는 깊이가 깊어지고 숨을 참는 시간이 길어진다. 자기기록을 넘어서는 쾌감이 강렬하다.

 

잠수병의 위험은 없나?
스쿠버다이빙의 경우 압축된 공기를 마시며 질소가 몸에 쌓이기 때문에 잠수병이 많이 발생하지만 프리다이버의 경우 잠수병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프리다이빙의 경우, 30미터 이하 수심에서는 다이빙 시간의 두 배를 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규칙들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흡법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 지식이 해녀들에게도 전수되면 어떨까 싶다.
생계를 위해 물질하는 해녀는 바다에서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갖기 어려운 처지다. 해녀들이 직접 몸으로 겪으며 체득한 것이다. 해녀들의 작업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생업인 해녀와 스포츠인 프리다이빙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하지만 호흡법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해녀호흡법 등이 어떤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해녀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할 문제다. 평생동안 몸으로 겪어온 해녀들의 작업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프리다이빙의 경우 버디시스템이다다. 만약의 상황을 위해 항상 짝을 이루며 잠수를 한다. 해녀 분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마다 안타깝다. 해녀들이 짝을 이뤄 안전하게 물질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계획은?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 내려왔는데 집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집을 구하면 제주살이를 해나가는 데 한시름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역커뮤니티에 녹아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훈련중인 조인래씨.(사진=조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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