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윌라라'

성산일출봉 버스정류장이 있는 작은 읍내, 하얀색과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작은 가게가 눈길을 끈다.
제주를 연상하게 하는 그리고 이곳 가게의 메뉴답게 바다를 연상케 하는 파란색. 이곳은 피쉬앤칩스 가게이다.

이곳 주인장은 청년 사장 정홍용 씨. 그와 더불어 지금은 4명의 청년들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피쉬앤칩스를 연구하고, 가게를 시작한 정홍용씨는 호주에서 생활하며 피쉬앤칩스 맛에 매료됐다. 그 나라에서는 누구나, 어디서나, 식사 혹은 술과 함께하는 음식으로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즐겨먹는 피쉬앤칩스를 한국, 하와이와 같은 예쁜 섬 제주에서도 알리고 싶었다.

10년 경력의 영어 강사였던 그가 피쉬앤칩스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차리고자 마음먹고, 꿈을 향해 용기 있게 무작정 도전했다. 다시 호주로 건너가, 30여 군데가 넘는 피쉬앤칩스 가게를 돌아다니며 맛을 보고 나름 그의 입맛에 최고의 가게를 선정. 무작정 그 가게 사장에게 편지를 띄웠다.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방인의 무모하지만 호기심 일으키는 그 편지 한 통은 결국 호주인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렇게 그는 피쉬앤칩스 제조 과정을 배워왔다.

한국에 돌아와 제주에서 가게를 열기 전, 그는 무수히 많은 발품을 팔아 현지에서 잘 구할 수 있는 적절한 생선을 찾아 어판장을 수도 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쥐치과인 달고기를 만났다.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도 적고, 보드라운 살을 가진 달고기에 호주에서 배워온 사장님의 레시피를 기본으로 하고, 한국에 맞게 그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생선에 밑간한다. 그의 레시피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외국인 입맛에도 딱 들어맞았다고.

성산일출봉에 근접한 가게 위치상 유난히 외국인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보니, 피쉬앤칩스를 알고 먹으러 가게 문을 여는 외국손님들은 그의 레시피에 꽤 만족한단다.

다양한 경험으로 외국 음식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유입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쉬앤칩스는 아직 그렇게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편. 피쉬앤칩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또 그 맛의 만족으로 젊은층 관광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편이다.

가게 이름인 윌라라는 주인장이 호주에 있을 때 살던 아파트의 이름이란다. 호주에서 아파트 쉐어를 하며 다양한 이들을 만난 그는, 그때의 인연들이 너무나 좋았고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이곳 성산일출봉의 파란 작은 가게에서도 그렇게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으로 윌라라라는 가게 이름을 짓게 되었단다. 캐릭터 같은 이름 뒤에 숨겨진 따뜻한 이야기다. 차분하고 재치 있는 말투의 그는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상대를 편안하게 한다. 가게를 통해 만나게 되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 좋다는 그에게 이 윌라라 공간은 참 잘어울리기도 하다.

작은 가게지만, 흔하지 않은 그러나 편안한 가게 인테리어로도 꽤 많은 SNS 유저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예쁜 인테리어와 맛으로 육지에 있는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도 그의 가게를 런칭하길 제안한다고 하니, 오롯이 피쉬앤칩스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그의 도전이 다양한 결과물을 낳고 있다.

윌라라가 SNS 유저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제주를 담다라는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 텀블러만으로는 별 특별함이 없다. 그러나 제주를 담다라는 평범한 캘리그라피의 로고가 특별함을 선사한다. 이 텀블러에 제주의 하늘, 혹은 제주의 바다를 담는다.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그것이 딱 들어맞았다.

피쉬앤칩스를 알리고자 시작한 가게이니, 지난 2년 동안은 그것에 주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식사대용으로는 뭔가 부담스러운 메뉴이다보니, 최근에는 한 끼 식사대용이 될 만한 메뉴를 개발하고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그렇게 준비된 신메뉴인 샤크 버거, 닭고기 샐러드. 이에 달고기와 밥의 조화를 이룬 메뉴를 구상중이다.

청년의 무한도전이 없었다면 어찌 푸르른 바다의 제주에서 맛난 피쉬앤칩스를 맛볼 수 있었을까. 그의 도전이, 끈기가, 용기가 참 맛나게 어우러진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