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확/서귀포시 생활환경과

#1. 백락일고(伯樂一顧)
《전국책(戰國策)》에 실려 있는 이야기.
 주(周)나라 시기 어느 상인이 말을 감정 잘하는 백락에게 부탁하였다.
 “훌륭한 말인데 시장에 내 놓아도 사흘째 팔리지 않습니다. 감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락은 시장에 나갔다. 감탄하는 눈빛으로 말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여러 번 발길을 돌려 갔다 왔다하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당대 최고의 말 감정가 백락(伯樂)의 돌아봄(一顧)으로 말 값은 하루 만에 열 배로 뛰었다.
 천리마는 도처에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2. 기복염거(驥服鹽車)
 역시 《전국책(戰國策)》에 실려 있는 백락의 이야기.
 천리마였다. 백락은 나이가 든 천리마가 소금수레를 끌고 가는 걸 보았다. 꼬리는 늘어지고 가죽은 벗겨졌다. 힘에 부친 듯 언덕을 오르지 못했다.
 백락은 이 광경을 보고 마차에서 내려 말을 붙잡고 울었다. 그리곤 자신의 비단옷을 덮어주었다. 천리마는 울었다. 날카로운 금속성 울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자신을 알아주는 백락을 늦게나마 만났기 때문이다. 
 천리마는 도처에 있다. 지금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천리마들이 있다.

#3. 백락, 그 이후 천리마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명인 한유(韓愈)의 《잡설(雜說)》중 ‘마설(馬說)’에 나오는 백락과 관련된 글 한 토막.
 “세상에는 백락이 있고 그런 연후에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말이 울어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면서 채찍을 들고 말곁에 가서 ‘세상에는 좋은 말이 없구나.’라 한다. 아! 진정 좋은 말이 없는 것인가? 그건 사실 좋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4. 그 많던 천리마는 어디로 갔을까?
 천리마는 도처에 있다. 하지만 백락은 많지 않다. 지금도 천리마의 잠재력을 지녔으면서, 소금수레를 끄는 천리마가 수도 없이 많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우울한 표현 ‘박제(剝製)가 되어버린 천재(天才)’처럼 말이다.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인사만사(人事萬事)다. 흔히 말하는 대한민국 1% 제주도는, 먼 옛날 쥐라기시대 이야기다. 이제 제주도에 빼어난 인재가 몰리고 있다. 걸출한 인물이 태어나고 자라고 있다. 
 사람이 없다고 한다. 등용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한다. 진정 좋은 인재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을 비비면 어떨까? 고명을 얹으면 어떨까? 기존의 인물들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면 어떨까?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안경을 쓰고, 그래도 보이지 않으면 돋보기로 보고, 정 보이지 않으면 현미경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지금도 천리마들이 소금수레를 끌고 있다. 찾아보자. 천. 리.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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