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모그헤어

성산읍 고성리 장마니동산에 헤어샵이 있다. 지난해 5월에 김미정, 이재욱 원장 부부가 이곳에 '모그헤어'라는 이름의 가게를 연 것이다.

시작하다, 출발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는 모그는 오랜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인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게에서 몇 미터 근처에 그들의 주거지인 전원주택이 있기도 하고, 그들이 고향인 제주도의 동쪽, 이곳 고성리로 자리잡을 때, 굳이 목 좋은 곳을 선택하진 않았다. 천천히 가고자 함이다.

대도로변에 위치해 눈에 띄는 곳에 자리잡거나, 사람들의 도보 왕래가 많은 곳에 있지 않지만, 어차피 헤어스타일이라는 것이 고객이 그 헤어디자이너의 손길이 마음에 들어야 두 번 발걸음 하지 않는가? 이들 부부는 그러한 점에서 자신감이 충만하다.

제주도에서 특히나 관광지로는 유명하지만 그에 반해 생활 편의 시설들이 아직은 낙후된 지역인 동쪽인지라 첫 시작은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지인과 그 지인의 지인이 찾아오고, 주변 주민들이 간판을 보거나, 우연히 찾아오기도 한다. 이제 시작한지 1년2개월 남짓 됐지만, 한 번 다녀간 고객의 재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단다.

무엇보다 30년 내공의 이재욱 원장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지금부터 30년 전, 경상도가 고향이었던 그가 앞으로는 기술이 강점이라는, 멀리 내다보는 생각으로 미용을 배우기 위해 무작정 서울 명동으로 올라갔을 때, 그 시절은 남자 미용사라는 개념이 전무할 때였다.심지어 같이 일하는 여자 동료들 사이에서도 남자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기도 했었다고.

지금이야 유명한 남자 헤어 디자이너들도 많은 시대이니 그 당시처럼 어려움은 덜 하겠지만, 그는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걸어온 그 길을 회상하며 이제는 웃으며 추억한다.

나름 오랜 경력에서 스스로가 체득한 노하우로 그들은 그들만의 고집이 있다. 이들 부부는 그들이 헤어디자이너로서 고객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의무감을 느낀다.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온 노하우로 그들은 고객의 모질과 두상을 보며 고객에게 어울리는 그리고 필요한, 혹은 불필요한 시술과 스타일을 읽어낸다.

손님이 원한다고 해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단다. 모발이 많이 상해서 뚝뚝 끊어지는 손님이 머리카락에 무리가 가는 시술을 원할 때, 그들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친절하면서 다부지게 조언을 한다. 하면 안된다고. 사실, 내 집에 찾아온 고객에게 안된다는 말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고객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들 부부가 말하길 오늘 하루 이 고객을 통해 얼마의 돈을 버는 것이냐는 중요치 않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고객들이 시간이 지나서 스스로 우리 마음을 알아봐주시지 않겠는가. 고객과 디자이너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그헤어에서는 일반펌이 4만 5천원부터, 클리닉 6만원부터, 열펌은 8만원부터, 컷트는 1만 3천원부터의 가격대로 시내권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동네 미용실에 비하면 저렴하지 않다. 이들 부부는 비록 모그헤어가 고성리의 시골 동네에 있지만, 그저 시골 동네 미용실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서비스가 낯설고 헤어디자인이 낯선 사람들에게 서울에서처럼 헤어스타일에 대해 다양하게 대화를 나누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도록 천천히 자리 잡아 가고 싶다.

저 앞에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작은 동네 미용실. 우리 동네에서 내 얼굴 스타일과 모발 상태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조언 받을 수 있는 곳. 당신은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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