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24>

다른공간의 개념서울지하철에 한때 ‘푸시맨’이 있었다. 출퇴근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탑승객을 태우기 위해 사람들을 지하철 안으로 밀어 넣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지하철과 버스를 보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 좁은 공간에서는 개인적 공간을 보유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서로 신체부위가 접촉을 해도 미안해 하거나 이상해 하지 않는다. 성적인 불쾌한 접촉이 아닌 다음에는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지낸다. 그게 우리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생활 습관이다. 우리 한국인에게 신체 접촉은 하나의 대화방법이었다. 어른들이 어린애가 귀엽다며 엉덩이를 살짝치는 것도 하나의 애정표현이고, 남자 친구들끼리 어깨동무하면서 다니는 것도 우정의 표현이며, 여학생들끼리 손잡고 학교 가는 것도 서로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러나 서양문화권에서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어린아이의 엉덩이를 치면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하고, 동성끼리 어깨동무나 손잡고 간다면 동성연애자로 취급당하는 것이 이내들의 문화다. 며칠 전, 같은 호텔에서 일하는 웨이트레스가 필자에게 와서는 한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자기 팔을 붙잡고는 “김치, 김치”라며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그 여직원은 한국인이 김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김치라며 소리를 친 것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고 있었지만 왜 그 아주머니께서 자기 팔을 붙잡았는지 의아해 했다. 혹, 자기가 일종의 협박을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해 했다. 하지만 필자의 한국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행히 밝은 얼굴로 다시 한국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렇듯 서양문화권의 사람들은 신체접촉을 통한 대화가 한정돼 있다.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좁은 방에서 가족끼리 자고 형제끼리 옷도 같이 입는 등 좁은 개인의 공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쪽 문화권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른 방에서 재우면서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서도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으니 개인의 공간이 좁혀지면 어색해하고 불안해 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래도 우리 한국인의 정이 가득 담긴 몸짓 대화가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제253호(2001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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