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민들이 일방적인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선정에 대해 분노를 표현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연일 집회를 열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들이 성주군민들의 집회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썼다. 성주군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 관점은 공동체를 파괴한다. 이런 관점은 가까이는 강정마을에서, 멀리는 제주 4·3의 비극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말과 "제주 4·3 봉기는 외부의 지령을 받은 남로당원들이 저질렀다"는 말의 구조는 유사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 공동체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만다. 외부와 내부의 구분은 겉으로는 '순수한 내부'를 가려내려는 시도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부의 결정에 반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목소리들만 선택해 지워버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번 여름, 8월 1일부터 진행된 2016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과 밀양 송전탑 피해 할머니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등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제2공항 예정 지역 주민들은 행진단을 만나 마이크를 들었다. 편을 가르는 고약한 관점에 따르자면 이들은 모두 강정마을의 '외부'다. 도내외에서 모여든 수많은 '외부' 사람들과 강정마을 '내부' 사람들이 한 데 모여 5박 6일 동안 걸은 것이다. 

▲ 6일, 행진단이 최종 목적지인 탑동광장으로 향해 걷고 있다. 뒤로 제주 칼호텔이 보인다.

 외부? 뫼비우스 띠가 떠오른다. 잘 알려져 있듯 뫼비우스 띠는 내부와 외부의 구별이 없는 도형이다. 종이 띠를 한 바퀴 비틀어 붙이면 뫼비우스 띠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도형의 내부라고 생각되는 한 지점에 점을 찍은 뒤 선을 쭉 그으면 처음 찍은 점의 뒷면에 이르게 된다. 그곳은 내부일까, 외부일까. 그 중 무엇이라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번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연인원 3000명이 넘는 내·외부 사람들이 그 뫼비우스 띠 위를 걷는 일과 같았다.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반씩 나뉘어 제주를 한 바퀴 감싸듯 걷는 동안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는 뫼비우스 띠처럼 비틀렸는지 모른다.(세월호 참사와 주민 의견에 반하는 국책 사업의 일방적 강행 같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 아닌가?)

▲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외부'와 '내부', '나'와 '너'의 구분을 없애고 수많은 사회 문제들로 어지러운 이 시대의 '당사자'가 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또 다른 상처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결국 '나'가 수많은 '나'들을 만났다. 매년 깃발을 들고 행진 대열의 맨 앞에 서고 있는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축제"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에도 매해 이 축제를 계속 해나가자"며 웃었다. 수백 명의 '나'가 한 자리에 모였으니 축제가 아닐 리 없다. 행진단의 함성과 노래와 춤이 그렇게나 뜨겁고 흥겹게 느껴진 이유다.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이 5박 6일간 함께한 대행진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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