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88버거

서귀포 동문로터리 근처 젊은 여인들이 직접 만드는 수제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서귀포에서 유명한 김밥집인 다정이네 김밥 바로 옆에 지난해 4월 수제버거 가게가 문을 열어 성업중이다. 이곳 주인장은 최유빈, 노승연 씨. 제주살이를 시작한지 3년차인 그들은 당찬 꿈과 야무진 자신감을 안고 직접 음식 장사에 뛰어들었다.

제과제빵, 호텔조리를 전공하고 양식과 한식 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요리에 대해선 낯설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음식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이제까지 해오던 일과는 무관했기에, 어찌보면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창업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제주살이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불편함 중의 하나가, 서울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보편화되어있는 서비스가 제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88버거가게를 열면서 이미 불편하다고 느꼈던 점을 소비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도록 이곳 가게는 오전 10시에서 밤 12시까지 가게를 오픈한다.

또 하나, 외국 유학 경험과 가족의 해외 거주로 종종 해외로 나가 그 문화를 자주 접했던 두 주인장은 햄버거가 현재 우리나라에서처럼 정형화된 맛이 아닌 다양한, 내가 원하는 햄버거를 선택할 수 있음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 88버거의 햄버거는 기본 메뉴에서 추가 토핑을 얼마든지 나의 취향대로 넣고 뺄 수가 있다. 이런 매력을 가져서일까? 벌써 주변에 거주하는 외국인, 국내외 관광객 그리고 현지인들도 88버거만의 매력을 알아주고 있다.

수제버거이기에 대부분 직접 만든다.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이 재료. 그들은 재료 공급처를 발품을 팔아 찾아내는 것에만 두 달의 시간을 들였다. 또 젊은 세대인 만큼 정보력이 강했다. 소상공 창업자를 위한 컨설팅을 받으며 가게를 운영해가는 기본 지식을 습득했고, 그 인연을 통해 제주보리버거번을 직접 만드는 곳을 찾아냈다. 88버거만의 특징에 맞게끔 최적화한 조건으로 빵을 주문해서 공급받는다. 88버거의 햄버거를 먹으면 보리빵은 거칠고 식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깨뜨리게 된다.

매일 만드는 패티는 육즙이 살아있다. 버거에 들어가는 각 재료의 특징을 고려해 식감과 맛을 최적화한다. 그들이 직접 만드는 데리야끼 소스, 크림 소스 또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맛으로 햄버거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낸다. 여기에, 이곳 88버거만의 특징으로 내가 원하는 토핑을 추가로 넣을 수 있다. 메뉴판에는 친절히, 어떤 버거에 어떤 토핑을 추가하면 좋을지 추천도 하고, 고객에게는 천천히 메뉴판을 정독하기를 권한다. 이미 정형화된 메뉴에 익숙하고,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 고객들에게 새로운 맛과 주문 방식을 전한다.

이곳 88버거에 더해주는 매력은 제주 지도이다. 주인장들이 틈틈이 제주를 다니며 보고 경험하고 맛본 것을 사진과 함께 넣어 지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정보는 햄버거를 먹으러 들른 고객들에게 새로운 여행정보를 주기도 한다. 또, 지도에는 여백을 두어 여행객들이 다닌 곳의 정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만간 여행객들의 짐을 잠시 맡아주는 보관소도 시작할 예정이라 제주도를 깊이 알고 즐기는 여행객이 많아지길 원하는 이들의 바람대로 많은 이들이 머물렀다가 가는 여행자들의 사랑방이 되고자 한다.

끼가 많고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 주인장들은 하르방을 기본으로 한 만화적인 캐릭터로 디자인상품을 만들기 위해 구상중이다. 구태의연한 제주의 관광 상품을 새롭게 변모시켜보자 함이다. 여기에 더 큰 꿈을 그리면 ‘88버거’의 체인점이다. 오픈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벌써 체인점을 문의하는 이들이 있다 하니, 이미 맛은 검증된 셈이 아닐까. ‘88버거’의 맛있는 수제버거가 제주에서 또 하나의 대표 먹거리가 되도록 그들의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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