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돼지’는 중국의 역사서 『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황제 유방이 후궁인 척부인과 그녀에게서 낳은 여의를 아끼자, 황후인 여태후가 척부인과 여의를 몹시 질투하고 증오했다. 여태후는 시간이 흘러 최고 권력자인 유방이 죽고 자신의 아들이 즉위하자 척부인을 향한 잔인한 복수를 자행했다. 여태후는 척부인의 아들 여의를 죽였다. 그것만으로는 여태후의 질투와 증오가 식지 않았다. 여태후는 척부인의 두 귀를 잘라 귀머거리로 만들고, 약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고, 두 눈을 파내고, 손과 발을 자른 후 변소에 버렸다. 척부인은 똥통에서 몸부림치며 신음했다. 얼마 뒤 여태후는 ‘인간돼지’를 보여주겠다면서 동정심이 많은 자기 아들 혜제를 불렀다. 혜제는 척부인의 비참한 모습을 보았다. 그 광경을 바라본 혜제는 충격을 받아 병이 들었고 황제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23세의 어린 나이에 죽었다.

국민들이 척부인이 받은 고통과 똑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겪는 억압의 양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일같이 유가족들이 당하는 충격적인 모욕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웃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들이 자행하는 일들이 세월호 사고 그 자체보다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자식 잃은 부모를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 참혹하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말을 왜곡하여 비난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런 일이 왜, 어떤 이유로 집단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누가 조장하고 있을까.

귀를 자르듯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벙어리 만들듯 유족들이 하는 말을 왜곡하고, 발목을 자르듯 유족들이 가는 길을 막아 가두고, 눈을 파내듯 정보를 조작해서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고, 유족과 국민들을 길바닥에 버려둔 채 고통 속에서 신음하도록 방치해서 전세계 사람들의 구경꺼리로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가. 고통 받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얼마나 큰 결핍과 불안과 질투에 시달리기에 약자들에 대한 잔인한 복수극을 끝내지 못하는 걸까.

맹자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갖고 있는 네 가지 본성(四端)이 있다고 말하며, 그 중 '측은지심'을 가장 앞세웠다. 즉, 남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이 없는 자는 인간의 본성을 갖고 있지 못한 짐승과 같다는 얘기다. 제 어미의 손에 이끌려 척부인을 바라보게 된 혜제를 다시 떠올린다. 혜제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은 척부인의 처참한 모습 때문일까. 혹시 자신의 어미야말로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결여된 짐승이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미쳐버린 건 아닐까? 자신의 어미야말로 인간돼지라서 절망한 것이 아닐까. 인간돼지가 제 어미의 탈을 쓰고 옆에서 웃고 있어서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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