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無·질병無·화재無 시스템’ 이미 개발, 제주도는 외면

분뇨가 바로 처리되는 시스템을 갖춘 돈사 내부 풍경

도내 등록된 294개 양돈 사업장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돈사에서 비롯된 양돈 악취로 인해 도내 각 지역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묵은 ‘악취 민원’이 빈발해 청정 제주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도민사회 여론이다.


돈사 악취뿐만 아니라 가축분뇨의 불법 배출, 불법적인 액비 투기, 덜 발효된 액비의 무분별한 살포, 마을 한복판을 지나는 성돈 출하 차량 등이 악취 민원 발생의 확대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곳곳에 만연한 악취 때문에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인근 땅값 하락에 따른 귀농·귀촌 포기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도 많다. 양돈장 인근 주민들에 의해 집단 실력 행사에 돌입하는 지역이 증가 추세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절한 국공유지를 선정해 양돈장 집단 이설이라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 폐업, 철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중환 서귀포시장은 양돈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지난 8월 24일, 양돈장 밀집지역인 대정읍 동일리 소재 양돈 사업장 등을 찾아 악취 발생 여부와 민원 발생 상황 등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다. 이날 이 시장은 “냄새 저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가 스스로의 의식변화와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평소에 돈사 내부 물청소는 물론 냄새 저감제 등 미생물제제 살포와 악취 저감시설 설치 등으로 냄새 발생을 원천 차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제주도는 양돈농가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냄새저감 미생물 사료첨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냄새 저감에 효능이 있는 미생물 제제를 첨가해 사료를 제조,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축분뇨 처리시설 용량이 배출량보다 부족한 현상을 감안해 양돈장 악취방지시설 의무화 등을 강력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양돈장 악취의 주요 성분은 암모니아, 황화수소, 메칠머캅탄, 휘발성지방산 등으로 나타난다. 혐기성(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생육하는 성질↔호기성) 상태에서 발생하는 물질들이다. 악취 문제 해결은 분뇨를 바로바로 치우든지 적절히 분해될 수 있게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환경을 호기성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분뇨 배설 즉시 호기성 미생물이 슬러리 피트로 들어가게 해서 발효를 촉진시킴으로써 악취 발생을 억제하는 장치이다.

양돈분뇨처리 전용 돈사순환시스템

이러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지역 300개 가까이 되는 양돈장 중에 이와 같은 시설을 갖춘 곳은 16개 정도에 불과하다. 도내에는 오래전에 개발된 ‘3N 시스템’을 설치했던 양돈장이 많다. 그러나 그 가동은 이미 중단되었고 내구연한도 지나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다. 도내 안성종돈장을 비롯해 조천, 조수 등 16개 양돈장에서 시행중인 설계 시스템은 20년 이상 사용연한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분뇨를 퍼내고 배출할 필요도 없는 시스템이다. 분뇨가 없다. 자체 발효, 분해, 액비화하는 친환경 설계이다. 액상 종균을 뿌리고 먹이기만 해도 냄새가 발생하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현재 개발, 활용되고 있는 시스템은 암모니아 냄새, 가스까지 완벽 제어하기 때문에 돼지 질병 걱정을 덜게 한다. 육질 등급이 높고 고기 맛 또한 뛰어난 게 특징이다. 질병이 없으니 폐사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자체가 돈사의 공기 청정을 위한 팬의 설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사료 분진 등에 의한 누전 등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無화재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악취 없는 양돈산업을 위한 시스템’이 제주에서 개발된 지 20년을 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까닭인지 유독 제주도만 외면하고 있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도정 출자로 시스템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대전 테크노밸리 장비제조 공장을 비롯해서 충북, 전북 김제, 경기도 안성, 경북 청도, 구미, 경남 마산, 전남 장성, 나주, 해남, 담양에서도 악취 없는 양돈장이 실현되고 있다. 담양군에서는 양돈장 악취로 인한 사업자와 주민간 갈등을 악취 없는 시스템 설치로 악취를 잡고 상생의 길로 들어선 사례도 있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 오상실 환경조사과장(농학박사)은 ”현재 냄새 없는 양돈장 실현 사례로서 안성종돈장(안성리, 대표 김호신)과 성지농장(모슬포, 대표 양치수) 등 10여 군데를 들었다. “도내 양돈장들의 악취 정도를 측정해보면 기준치 15배(15배로 희석했을 때에 냄새가 나는 정도)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기온과 습도,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에 따라 시간마다, 지역별로 주민들이 느끼는 악취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민원 발생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6일 한림읍사무소에서 열린 ‘2016년 축산사업장 냄새저감 간담회’에 참석한 양돈사업자와 지역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양돈장 악취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상생 방안을 찾자는 의견에도 이의가 없었다. 제주도 김경원 축산과장은 “급증하고 있는 양돈 악취 민원의 1차 책임은 제주도에 있고, 2차적 책임은 양돈 농가에 있다”면서 앞으로 도정에서는 하드웨어적 시설 지원을 지양하고 악취저감 정책으로 가게 될 것”이라 밝혔다. 자칫 뒤집어쓸지도 모를 ‘악취 천국 제주’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청정 제주’로 가는 축산정책이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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